무삼치료제도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19.06.24
army_ppl_hospital-620.jpg 북한 주민들이 군인민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이 사회주의제도의 우월성을 자랑하고 강조하면서 가장 많이 내세우는 것이 무상치료제도, 무료교육, 세금 없는 나라라는 거죠.

그런데 지난 수십 년간 북한의 경제정책 실패, 개혁․개방의 거부로 이와 같은 제도들은 모두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 북한주민들이 말하는 것처럼 무상치료제도는 ‘무삼(3)치료제도’로 변했죠. 병원과 의사, 약 이렇게 3개가 제대로 구비되어 있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3ㄹ’이 문제다, 즉 ‘쌀, 물, 불이 문제다.’라는 얘기와 유사합니다.

대다수의 주민들, 일반인들의 무삼치료제도와는 다르게 특권층, 당 간부들에 대한 대우는 다릅니다.

당중앙위원회 후보위원 이상 간부들과 그 가족들은 북한에서 최고의 시설과 의료진을 자랑하는 평양시 보통강구역에 위치한 봉화진료소에서 특별한 치료를 받습니다. 김씨일가도 여기 치료 대상이죠. 의사들은 기능향상을 위해 정기적으로 적십자병원과 같은 유명병원들에 수술 등 실습을 다닙니다.

중앙당 부부장들은 본인만 봉화진료소 대상이고 그 가족들은 대동강구역에 있는 남산진료소에서 치료를 받습니다. 남산진료소는 이외에 중앙당 과장급, 군 중장급 장성들, 성․중앙기관 차관급 간부들이 대상입니다. 그리고 군 장성들은 어은병원에서도 치료받을 수 있죠.

이 외에 평양의학대학병원, 김만유병원, 제1, 2병원 등 각급 중앙병원들에는 진료과가 따로 있습니다. 심지어 구역병원에도 있죠. 각급 당, 군, 보안기관, 중앙기관, 지방기관 간부들이 치료 대상입니다.

이렇게 북한에는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예우와 특권이 촘촘히 잘 구축되어 있습니다. 약도 최고의 약을 쓰고, 의사도 최고수준이며, 병원시설도 최상입니다. 물론 직급에 따라 차등이 있지만 말이죠. 이들에게는 아직도 무삼이 아니라 정말로 무상치료제도의 혜택이 톡톡히 돌아가는 셈이죠.

그렇다면 백성들의 실상은 어떨까요? 감기나 설사, 약간의 열, 소화불량 등은 병도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 의사’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자체로 약을 구해 치료를 하죠.

어떤 사람들은 페니실린 주사를 자기가 직접 맞기도 합니다. 원래 페니실린, 마이신 등 항생제는 위험하기 때문에 의사 처방이 있어야 하고 또 주사를 맞기 전에는 알레르기 반응검사도 해야 하지만 장마당에 가면 이 약들을 얼마든지 살 수 있습니다.

병원에 약이 없기 때문에 그나마 장마당에서 정품 주사를 살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해야겠죠.

간염환자들은 자체로 온갖 동의치료방법을 동원해 치료합니다. 민물고기를 잡아먹는다, 호박에 꿀을 넣어 먹는다, 쑥을 달여 먹는다, 등 민간요법에 의지합니다.

좋은 의사에게 치료를 받으려면 안면과 뇌물이 필수입니다. 유명 중앙병원들 정문 앞에는 이들의 뇌물을 그 자리에서 구입해주는 전문 장사꾼들이 모여 있다면서요.

사실 의사들의 고민도 여간이 아닙니다. 주기적으로 약초를 캐서 바쳐야 하고, 링거병과 주사기가 없어 맥주병, 1회용 주사기를 몇 번이나 소독해서 써야하죠.

외부세계에서는 지금 식생활, 의료수준이 발전해 100세 시대를 많이 준비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정성’이라는 고귀한 명예를 한 때 자랑하던 북한의 의료제도, 언제면 정상으로 회복할까요?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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