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이 결심하면 할까 말까?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19.07.01
wonsan_tour_site-620.jpg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건설 현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지난 일요일 한반도에서는 또 역사에 특기할 사건이 하나 발생했습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방문중에 판문점으로 가 김정은을 번개미팅처럼 만났습니다.

그리고 미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을 밟는 이벤트를 연출하기도 했죠. 간단히 만나 인사에 그친 것이 아니라 거의 한 시간 정도 시간을 내 회담을 하는 등 또 한 차례의 정상회담에 버금가는 기회도 가졌습니다.

옛날에는 그리고 2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죠.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었고, 또 모든 메이저언론이 톱뉴스로 다뤘습니다.

이번 남북미 판문점 상봉에 대한 평가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리얼리티 TV경험이 있는 트럼프대통령이 스포트라이트, 레드카펫을 너무 좋아한다, 다음 대선에 돌입했고 또 미국에서 민주당 경쟁자들이 TV토론을 하는 등 큰 주목을 받으니까 이것을 의식해 진행한 행보다, 그냥 쇼나 이벤트로 끝나고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소득이 없는 것 아니냐는 등 입니다.

목적이나 의도가 어찌됐든 정체돼있는 북한 비핵화 관련 미북회담의 불씨를 다시 살리고, 두 정상의 만남과 친분유지를 통해 한반도에 다시 있을 수 있는 북한 발 군사적 도발의 가능성을 제거하고, 또 한반도 평화분위기를 이어간다는 의미에서는 3자 모두에게, 그리고 동북아 포함 전 세계에도 이익이 되는 만남이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북한노동신문도 바로 다음날 이번 상봉과 회담을 대서특필했죠.

‘1953년 정전협정이후 66년 만에 조미 두 나라 최고수뇌분들께서 분단의 상징이었던 판문점에서 서로 손을 마주잡고 력사적인 악수를 하는 놀라운 현실이 펼쳐졌다.

조미관계사에 처음으로 되는 이 의미 깊은 화폭은 적대와 불신의 기나긴 과거에 종지부를 찍고 새롭게 도래한 평화번영의 시대에 전적으로 부흥하려는 두 나라 최고 수뇌분들의 입장과 의지를 다시금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라고 평했습니다.

그러면서 조미관계 발전, 신뢰구축, 군사적 긴장완화, 교류와 왕래, 비핵화 등 모든 분야에서 앞으로 두 지도자들의 남다르고 훌륭한 친분관계로 남들이 예상하지 못한 좋은 결과들이 많이 만들어질 것이고 또 온갖 난관과 장애를 극복하는 신비스러운 힘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와 같은 대서특필과 함께 민주조선은 사회주의경제건설에 더 집중할 데 대한 사설도 게재했죠. 정치사상강국, 군사강국이 됐으니 지금은 경제가 우선이라는 겁니다.

자력갱생, 과학기술 중시, 농업, 경공업, 삼지연 꾸리기, 원산갈마지구 관광단지 건설 등 중요하고 원칙적인 현안들을 모두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경제건설을 적들과의 싸움, 계급투쟁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에는 이런 명언이 있죠.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

이번 정상회담을 보니까 북한에서는 최고수뇌부가 결심하면 정말 못하는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경제상황은 사정이 많이 다르죠? 아마도 주민들이나 관료들이 겉으로 나타내는 충성심과 다르게 ‘당이 결심하면 할까 말까?’ 고민을 속으로 계속 해서 그럴까요?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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