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원과 지배인의 자질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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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평양에서 열린 제3차 대대장·대대정치지도원대회 모습.
지난 2014년 평양에서 열린 제3차 대대장·대대정치지도원대회 모습.
/연합뉴스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이 예정된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협상을 앞두고 유엔무대에서 제재, 압박을 쓸어버리고 부강의 새 국면을 열어놓을 것 이라고 자신감과 변함없는 자력갱생의 기조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켰죠.

또한 퇴직한 것으로 보이는 김계관 전 외무성 1부상을 외무성 고문으로 내세워 미국이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다른 선임자들이 하지 못한 대담한 결단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보냈습니다.

종전선언, 평화협정체결, 주한미군철수 등 과감한 결단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보입니다. 유엔 주재 참사관은 미국은 말로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뭔가 보여줘야 한다고도 했죠.

이 와중에 내부적으로는 간부들을 다잡는 모양입니다. 노동신문은 29일 ‘당 정책의 생활력은 철저한 집행에 의해 담보된다.’는 제목의 논설을 싣고 현재 ‘나라의 이르는 곳마다에서 자력갱생의 기치 높이 사회주의 건설의 새로운 진격로를 열기 위한 총공격전이 힘있게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죠.

그러나 ‘격동하는 시대의 분위기에 맞지 않게 아직도 침체와 동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단위들도 있다.’ 그것은 ‘당 정책을 대하는 일꾼(간부)들의 자세와 입장에서의 차이, 수준과 능력에서의 차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당 정책이 제시되어도 자기 단위 사업에 옳게 구현할 줄 모르고, 적극적인 실천을 따라 세우지 못하는 일군은 전진하는 대오에 있을 자리가 없으며, 이런 일군이 있는 곳에서는 패배주의 한숨 소리밖에 나올 것이 없다.’고도 했죠.

또 ‘당의 방침이 제시되면 처음에는 벅적 끓다가 인차(곧) 사그라들고, 아무런 사색도 연구도 없이 당 정책을 아래에 그대로 되받아넘기며, 책상머리에 앉아 문건놀음이나 하는 것은 일꾼의 자세가 아니다. 오늘 우리 당은 일군들이 백절불굴의 혁명정신, 혁명적인 사업 기풍과 일본새, 고상한 인민적 풍모를 지니고 주체혁명의 생눈길을 앞장에서 헤쳐 나갈 것을 바라고 있다.’고 했습니다.

북한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출세를 하려고 애를 씁니다. 말 타면 견마 잡히고 싶다라는 옛날 속담이 있듯이 직장장이 되면 지배인이 되고 싶고, 소좌가 되면 대좌가 되고 싶은 것이 일반적인 심리이죠.

그러나 높은 간부가 될수록 책임이 크고 어께가 무거워지기 때문에 이를 기피하는 현상도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간부들이 태양에 너무 가까이 가면 타죽고 멀어지면 얼어 죽는다라는 인생관으로 살아가기 시작한지 꽤 오래됐죠.

그래서 1인자보다 2인자, 장보다 부책임자를 더 선호하고 있습니다.

요즘 북한에서는 간부들의 처지를 이런 식으로도 표현한다면서요. “‘지도원’은 ‘지’위가 있어도 ‘도’둑질을 잘 해야 ‘원’(돈)을 벌수 있다.” “‘지배인’은 ‘지’위가 있고 ‘배’운 것이 있어도 ‘인’정에 사로잡히면 간부 자리를 지켜낼 수 없다.”

간부들이 갖추어야 할 첫 번째 자질이라나요.

도둑질에 능하고 인정사정이 없는 간부가 돼야 살아갈 수 있는 사회, 언제면 북한당국이 원하는 인민의 심부름꾼의 사회가 완성될까요?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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