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기자가 본 인권] 줄리 터너 북한인권특사, 미 정착 탈북민 만나

탈북민들이 줄리 터너 신임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와 면담하기 위해 미 국무부 청사에서 대기하고 있다.
탈북민들이 줄리 터너 신임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와 면담하기 위해 미 국무부 청사에서 대기하고 있다. (/RFA Photo - 정영)

0:00 / 0:00

<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지난 13일 취임 선서를 한 줄리 터너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한국방문을 시작으로 공식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가 한국 정부관계자들과 대북인권관계자들, 탈북민들을 만나자 북한은 “인권의 외피를 쓴 인권교살자, 사이비 인권전문가”라고 비난했습니다. 줄리 특사는 취임 이전에도 미국내 탈북민들을 면담하는 등 북한인권에 각별한 관심을 돌려왔습니다. 오늘 시간에는 지난달 미국무부에서 있었던 탈북민 면담 소식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지난 9월 8일, 줄리 터너 미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미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을국무부로 초청해 만났습니다. 지난 10월 미상원 인준을 거쳐 미국 북한인권특사직에 임명되었지만, 취임선서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면담은 비공개로 이뤄졌습니다.

줄리 터너 특사는 면담에서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와 유엔 등 다자 협력하에 북한 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고, 특히 중국정부에는 탈북민 강제북송 중단을 지속적으로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줄리 터너 미 북한인권특사 : The US government regularly raises North Korean refugees with the Chinese government, particular calling on them to uphold their commitments under the Refugee Convention. And we will continue to do that this (refugees) that is currently in detention with the border reopening that everybody is focused on potentially being repatriated. We will also raise those cases with the Chinese(미국 정부는 정기적으로 북한 난민에 대해 중국 정부에 제기하고 있으며, 특히 유엔난민협약에 따른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국경이 재개되면 모두가 잠재적으로 송환될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현재 구금되어 있는 이들을(난민) 위해 계속해서 할 것입니다. 우리는 중국인들에게도 그런 사건들도 제기할 것입니다.)

줄리 특사의 발언은 북한자유연합 등 미국과 남한의 북한인권단체들이 코로나 시기 중국공안에 붙잡힌 2천여명의 탈북민들이 북한의 국경 재개와 동시에 강제북송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나왔습니다.

미국 동부에 정착한 탈북민 앤드류 안씨는 북한인권 문제는 수십년 동안 해결되지 않고 있다면서 미국이 중심 역할을 해줄 것을 주문했습니다. 자유조선인협회(FKA) 대표를 맡고 있는 앤드류 안 씨의 말입니다.

앤드류 씨 :북한 문제 중에 가장 중요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바로 인권 문제입니다. 인권 문제가 해결돼야 북한의 상황을 바꿀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북한 주민들은 정말 자신의 생존권마저도 보장받을 수 없는 그런 상황에서 지금도 살고 있고 정말 저희들이 인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미국이 주도적으로 전 세계에 북한 인권실상을 알리고…

2010년 러시아를 통해 난민자격으로 미국에 정착한 안드레이 씨는 올해로 미국 생활 13년째를 맞고 있습니다. 그는 모스크바 유엔난민기구를 통해 입국했던 자신의 경우에 비추어 현재 북한을 떠나 해외에 머물며 망명을 원하는 북한 난민들에 대한 보호 정책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앤드류 씨 :러시아 내에 있는 북한 노동자들, 망명을 원하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서 미국으로 한국으로 또는 그들이 원하는 나라로 보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저는 미국과 한국 북한인권대사들이 더 적극적으로 중국 정부에 압박을 가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한편, 미국 동부 메릴랜드에서 온 전숙영(가명) 씨는 중국에 남겨두고 온 자신의 무국적 아들이 무사히 자신이 원하는 나라에서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전숙영씨 :제가 드린 말씀은 재미 또는 재외 탈북민 그리고 그의 가족들이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만날 수 있을까, 저는 중국에서 아이를 낳고 지금 헤어져 있는 상태이고 아이를 만날 수도 없고 통화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아이는 중국에서 나서 자랐기 때문에 아이를 밖에 끌어내는 것도 힘듭니다. 저희처럼 이런 상태에 있는 엄마와 아이들이 많을 텐데 아이가 한국이 됐든 미국이 됐든 자유롭게 갈 수 있게 좀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램입니다.

함경북도 청진시 출신인 전 씨는2000년 초 살길을 찾아 중국으로 탈출했습니다. 곧 중국 남성에게 팔려간 전씨는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되었고, 결국 아들만 남겨둔 채 먼저 한국으로 입국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을 거쳐 미국으로 이민을 온 전씨는 중국에 남겨둔 아들과 함께 살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아들을 합법적으로 데려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무국적 탈북자녀에 대한 구제방안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이외에도 여러 탈북민들은 미국과 한국 등 국가들이 정착 초기에 탈북민들에게 올바른 인권교육을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버지니아의 리치몬드에서 온 다른 탈북여성은 “20년 전 처음 미국에 정착했을 때 미국에 대한 정보가 없어 정착하는 데 많은 애를 먹었다”면서 “주거문제와 학업 지원 등 탈북민들의 사회정착에 필요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줄리 터너 특사는 한국전쟁시기 헤어진 이산가족 상봉은 물론 탈북민들의 가족 재회도 새로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얼마전 유엔총회에서 북한인권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김정은 정권에 일침을 가한 탈북 대학생 김일혁 씨의 용기에 대해 감명을 받았다며 앞으로 젊은 탈북민 청년들이 유엔에서 활동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내 한반도 통일 및 인권관련 단체인 원코리아 네트워크의 헨리 송 워싱턴 지부장은 “새로 부임된 줄리터너 특사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크다”면서 “특히 탈북민 강제북송에 대한 유엔무대에서의 활동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3일 줄리 특사는 한국을 방문하고 박진 외교부장관, 김영호 통일부장관 등 한국정부 관계자들과 탈북민 단체와 대북인권 관계자들을 만났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20일 그의 방한 활동에 대해 거칠게 비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헨리 송 지부장은 “줄리 터너 특사를 미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국에서 일할 때부터 알고 지냈다”면서 “그동안 북한인권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탈북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북한 인권개선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헨리 송 지부장: 제가 워싱턴에 온 탈북민들과 면담을 요청할 때마다 항상 만났습니다. 거절한 적이 없습니다. 진심으로 관심을 돌리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었습니다.

미국무부 방문을 마치고 나오던 탈북민들은 현관에 비치된 세계 각국의 깃발들 가운데서 북한깃발, 즉 인민공화국기(인공기)가 없는데 대해 의아해했습니다. 이번 미국무부 방문이 두번째인 앤드류 씨는 방문 소감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앤드류 씨 :공산권 나라이건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건 간에 상관없이 쭉 깃발이 걸려 있는 거 보니까 참 대단했습니다. 미국의 주도 하에 세계가 움직이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고요. 특히 북한 공화국기가 없다는 그런 사실이 북한 독재 정권은 정말 나라도 아니구나, 그러한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는 미국부를 방문할 때마다 따뜻하게 맞이해주는 미국무부의 직원들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는 “미국무부 현관에도 북한 깃발도 걸리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앤드류 씨 :그러자면 국제사회와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국제법을 따르고 유엔의 질서에 같이 호응하는 그런 국가가 되어야 하고…

미국무부는 외교 정책을 주관하는 중앙 행정 기관입니다. 줄리 특사가 맡은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직은 지난 2004년 미국 북한인권법(North Korea Human Rights Act of 2004)이 제정됨에 따라 만들어졌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는 새로 부임된 줄리 터너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미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을 면담한 소식 전해드렸습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