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의 소리’는 지난 한주 동안 북한 문제와 관련해 화제 거리가 됐던 주제에 대해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솔직한 의견을 들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그 아홉번째 순서로 남북 6.15 공동선언에 대한 탈북자들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지난 2000년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만나는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졌습니다. 당시 남한 김대중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 위원장은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6월 14일 4시간여에 걸친 오랜 회담 끝에 5개 항으로 이뤄진 공동선언에 합의했는데 이것이 다음날 발표한 '6.15 남북공동선언'입니다.
그 내용은 첫째 통일 문제의 자주적 해결, 둘째 1국가 2체제 통일 방안 협의, 셋째 이산가족문제 해결, 넷째 경제협력 등 남북한 교류 활성화, 다섯째 위의 합의 사항 실현을 위한 실무회담 개최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 등을 담고 있습니다. 때마침 오는 6월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양을 다시 방문해 '6.15 남북공동선언' 을 기념하는 행사 등에 참가할 예정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6.15 공동선언 발표 당시 북한에 살았다는 탈북자 이광진(가명)씨는 공동성명은 결국 김정일 정권 유지만 더 연장해 줌으로써 북한주민들을 절망에 빠뜨리는 결과는 가져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광진: 그때 김대중이가 북한에 올 때 김정일이가 마중을 나가는가 안 나가는가 의문을 삼았었습니다. 그런데 김정일이가 비행장에 나가 악수를 나눴거든요. 그래서 북한 사람들이 그 후에 어떻게 됐는지 대단히 궁금하게 생각했는데 신문에 회담 얘기가 안 실렸습니다. 무슨 비밀 회담을 했는지 북한 사람들은 몰랐습니다. 김대중이 북한 방문했다는 것만 나왔지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모릅니다.
그 후 신문에 공동 선언이 발표되고 그래서 무척 기뻐했습니다. 북한 주민들도 대단히 기뻐했습니다. 남북 연방제 통일, 앞으로 남북 관계가 화해가 잘 될 것 같다는 내용을 신문에서 봤는데 615 남북 공동 선언이 발표되고 우리는 이제 남북간에 화해가 되겠구나 생각했는데 세월이 감에 따라 그런 기대도 무마되고 말았습니다. 내가 북한에서 나올 때는 북한 정권을 10년을 봤습니다. 10년이면 무너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세계에서 원조가 들어가지 남한이 도와주지 이러니까 김정일이를 도와주는 것 밖에 안 된다 말입니다.
또 2003년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 강현(가명)씨는 6.15 공동 선언은 북한이 단지 남쪽의 지원을 얻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거짓 합의한 정치적 술수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강현: 615 공동선언, 이것을 활용하는 데 있어서 남북이 틀립니다. 북한에서는 615 공동선언이 쌀 들여오는 선언인지 비료 들여오는 선언인지 철길 놓는 선언인지 주민들은 상관없습니다. 알려고도 하지 않고요. 김정일 개인의 일거리지 우리가 무슨 상관이 있나 생각합니다. 왜냐면 이것으로 해서 진짜 남북문제가 해결된다고 누구도 믿지 않습니다. 한국의 물적 지원을 유도하려는, 우리가 요구하는 것을 내놓으면 너희 명예를 우리가 올려준다 그것이죠. 북한이 국제문제에 합의해 놓고 실천해 놓은 것이 별로 없지 않습니까? 그저 어떤 목적 달성을 위해서 합의한 상표 정도로나 생각합니다.
김대중이 오는 것 자체가 성과로 보지 않습니다. 왜냐면 치밀한 계획에 의해서 이뤄졌다는 것을 주민들은 알고 있습니다. 사전 학습을 많이 시켰기 때문이죠. 제가 그때 평양에 있었는데 이 세상에서 가장 술수가 뛰어난 사람이 김대중이거든요. 북한에서도 그를 노련한 정치 협작군이라고 알고 있어요. 북한에서는 그런 내용으로 간부들을 대상으로 강연까지 했습니다. 정상회담 직후에 일반 주민들을 대상으로도 강연 했는데 그 내용은 남조선 괴뢰 도당의 괴수가 우리 위대한 장군님 앞에 무릎을 꿇고 투항했다 이제부터 우리에게 곡물을 꼬박꼬박 바치는 역사가 시작됐다. 실제로도 그 다음부터 어김없이 바치고 있지 않습니까?
2003년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 최덕주(가명)씨도 북한당국은 역사적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과 615 공동성명 합의 사실을 김정일 우상화 교육에 이용하고 있다면서 남북관계 발전에 있어서 전혀 성과가 없는 합의라고 평가했습니다.
최덕주: 김정일이가 정책이 좋으니까 남조선에서 대통령이 장군님을 찾아왔다 그렇게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게 거짓말이다 생각을 하지 않고 대부분 인민들이 믿습니다. 체제가 원래 그러니까. 615 공동 성명에서 김정일이 특별한 시기에 한번 답방을 하겠다고 말했는데 못 옵니다. 올 수 없어요. 한국 백성들이 북한에 대한 인식이 다른데..
김대중부터 시작해서 노무현까지 북한에다 많이 갖다 주면서 우리는 아무것도 찾아오지 못하는데 한국 백성들이 김정일이를 용서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김대중이가 북한에 또 가는데 한국 백성들이 피땀으로 낸 세금을 북한에 밀어 넣자는 것인데 김대중이가 거기 간다면 빈 몸으로 가겠습니까? 나는 절대로 용서할 수 없어요.
지금까지 ‘탈북자의 소리’ 이 시간에는 '6.15 공동선언'에 관한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워싱턴-이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