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은 사라진 동독이란 나라는 냉전 시절 소련의 위성국으로 남아있다 지난 90년 서독에 의해 전격적으로 흡수 통일된 나라입니다. 당시 동서독 통일의 물꼬를 튼 데는 공산주의 붕괴 상황에서 목숨을 걸고 서독행을 감행한 동독 난민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오늘은 독일 베를린에 있는 체크포인트 찰리 (Checkpoint Charlie) 박물관을 소개해드립니다.
(배경음악: Bach Cello Suite No.1 by cellist Mstislav Rostropovich)
1961년 베를린 장벽이 세워진 뒤 베를린 서쪽과 동쪽을 왕래하는 외국인들은 미군 검문소 체크포인트 찰리 (Checkpoint Charlie)를 지나야 했습니다. 이 검문소는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까지 동베를린을 탈출하려는 사람들에게 자유를 상징하는 곳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검문소를 몰래 통과해 동베를린을 빠져나왔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동독 국경수비대에 들켜서 붙잡히거나 총에 맞아 숨지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사진 -RFA/Juretzko
체크포인트 찰리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뒤 헐려서 없어졌지만, 근처에 체크 포인트 찰리 박물관이 남아 그때의 일을 생생히 전하고 있습니다. 이 박물관은 1962년에 처음 문을 열고 베를린 장벽이 낳은 갖가지 비극과 동독 국경수비대의 만행을 자료로 모아 전시했습니다. 동베를린 사람들의 탈출을 돕겠다는 사람들이 이 박물관에 모여 계획을 짜기도 했습니다. 탈출에 성공한 사람들은 이 박물관에 와서 기쁨을 나누고 서독에서 새롭게 살아갈 방법을 찾았습니다.
이 박물관을 세운 라이너 힐데브란트 (Rainer Hildebrandt)씨는 작년에 90살을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미망인 알렉산드리아 힐데브란트씨의 말입니다.
Hildebrandt:: He was in the Nazi prison, Hitler prison.
남편은 2차대전 중에 나치에 저항하다 붙잡혀서 수용소에 일년반 동안 갇혀 있었습니다. 동료들 중에는 처형당한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런 일을 겪으면서 남편은 독재정권과 맞서 싸우겠다는 마음을 더 굳게 먹었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베를린 장벽이 세워지면서 남편은 동독 독재정권과 싸우기 위해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박물관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동독정권의 만행이 저질러지는 곳과 가까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체크포인트 찰리 근처에 방 두 칸을 빌려서 박물관 일을 시작했습니다.

체크포인트 찰리 박물관은 독일이 통일된 후 베를린의 관광명소로 자리 잡으면서 한해에 60만명 이상이 방문하고 있습니다. 특히 동독 난민들이 탈출할 때 실제로 썼던 각종 장비들이 전시돼 있어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제타라는 소형 자동차는 차 앞뚜껑 밑을 개조해서 사람을 몰래 숨길 수 있게 했습니다. 또 두 가족이 함께 만들었다는 열기구 풍선도 있고, 모터를 달아서 날수 있게 만든 커다란 연도 있습니다. 동독의 기계기술자가 바다를 통해 탈출할 때 썼다는 소형 잠수정도 관람객들의 눈길을 끕니다.
미국 일리노이주에 살고 있는 유레츠코씨는 체크포인트 찰리 박물관이 세워질 때부터 힐데브란트 부부와 알고 지내왔습니다. 유레츠코씨는 지난 4월에도 이 박물관을 다녀왔습니다. 인간이 절박한 상태에 빠져서 자유를 애타게 그리워하게 되면 얼마나 기발한 생각을 해낼 수 있는지 이 박물관에 가면 잘 알 수 있다고 유레츠코씨는 말합니다.

사진 -RFA/Juretzko
Juretzko: How resourceful human brain is when it is desperate enough yearning for freedom.
유레츠코씨는 인간은 자유의 몸이 되기 위해서라면 뭐든 가리지 않고 한다는 사실을 이 박물관에 갈 때마다 깨닫는다고 말합니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철거될 때까지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이 장벽을 넘어 탈출에 성공한 사람은 5천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독 경비대에 발각돼서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은 이보다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베를린 장벽에서 경비대의 총에 맞아 숨진 사람들은 2백 여명으로 확인되고 있지만, 정확한 숫자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체크포인트 찰리 박물관 앞에는 어른 키 높이의 십자가 천65개가 서있습니다. 이 십자가들은 동독을 탈출하다가 희생된 넋들을 기리고 있습니다. 십자가마다 희생자들의 사진과 신상을 적은 글이 걸려있습니다. 독일 사람들은 오늘도 이 십자가 밭에 모여 분단이 빚어낸 상처를 쓰다듬고 있습니다.
(배경음악: Bach Cello Suite No.1 by cellist Mstislav Rostropovich)
주간기획 “독일난민 이야기” 오늘은 체크포인트 찰리 박물관을 소개해드렸습니다.
김연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