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남북 경제생활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알기 쉬운 경제생활’, 오늘은 월급명세서에 관한 얘기를 전해드립니다.
'기본급 600, 직책수당 2,374, 업적급 2,368, 초과근무수당 2,104, 미용비 30, 교통보조금 100, 기타 수당 포함, 월 수령액 2만2700위안'. 중국의 한 인터넷, 즉 컴퓨터 통신 연결망에 올라 있는 이 문서는 상하이 통신회사에 근무하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여비서의 월급 명세서입니다. 참고로, 월급명세서란 관공서나 회사 같은 곳에서 근로자에게 주는 급료나 수당을 적은 문서를 말합니다. 중국 돈 2만 2700위안은, 한국 돈으로 약 270만원, 미국돈으로는 2900달러 정도입니다.
'기본급 400, 순회근무수당 3200, 건강수당 2300, 교통비 2000, 옷값 3200, 식대보조비 300, 기타 잡비 포함 월 수령액 1만3200위안'. 이것은 광등의 한 전력회사 검침원의 월급 명세서입니다. 그의 학력은 중학교 졸업입니다. 1만 3200위안은 한국 돈으로 약 160만원, 미국돈으로는 대략 1700달러입니다. 중국 대도시에서 대학을 졸업한 신입사원의 평균 월급이 2500위안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대우죠?
요즘 중국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처럼 자신의 월급명세서를 인터넷에 공개하는 것이 유행이 되고 있습니다. 남자의 월급과 여자의 나이는 비밀이라는 이야기는 옛말이 돼버린 거죠. 월급을 공개하는 사람은 대학졸업생, 교사, 국영기업 직원은 물론 공무원과 대학교수까지 다양합니다.
중국의 이웃나라, 북한의 월급명세서는 어떨지 궁금해집니다. 월급날은 대개 말일이고, 현금으로 지급되지만, 따로 월급 명세서라고까지 할 것은 없었다는 게 탈북자들의 말입니다. 북한의 평양사범대학 교수로 40년 가까이 재직하다 1992년에 한국에 망명한 김현식 교수의 말을 들어보시죠. 김 교수는 현재 미국 동부 버지니아 주의 조지 메이슨 (George Mason) 대학에서 북한에 대해 강의하고 있습니다.
김현식: 북한에서는 그저 ‘생활비’라고 해서 봉투에 넣어주면, 그 다음에 공제는 나중에 무슨 부조를 해라 둥둥 그러죠. 거긴 세금이 없으니까 ‘생활비’라고 하면 그 액수만 줍니다. 교육비 (수당) 등 아무것도 없어요. 한국에 와보니까 너무 많더라구요. 뭐가 좍 나오는데... 북한에서는 내 월급이 만약에 150원이다, 그러면 딱 그 돈을 넣어주지요.
북한의 월급체계는 각 부분, 기능, 직급, 학위, 근속연수 등에 따라 세분돼있습니다. 북한만큼 노동의 강도나 질에 따라서 월급체계가 세분된 곳도 드물 정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입니다. 북한 최대 제철소인 김책제철연합소를 예로 들어보죠. 북한 관련자료에 따르면, 대학교를 졸업한 노동자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보다 10%에서 20%를 더 받습니다. 대개 큰 기업연합소의 고졸 초임은 60원에서 70원, 대졸자는 80원에서 90원입니다. 김교수의 말입니다.
김현식: 국가에서 딱 정해져 있습니다. 월급이라는 게 국가적으로 통일돼 있다는 말입니다. 대학교수의 경우, 전체 아무대학이나 교수는 얼마고, 부교수는 얼마고, 3급교원은 얼마라고 딱 정해져 있으니까, 그게 무슨 가람이 없습니다. 직원이나 서리나 똑같아요. 국가전체가 통일 생활비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도 변화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북한사회에서는 존재하지 않던 월급명세서가 지난해 말 한국 방송사에서 공개돼, 화제가 됐었거든요. 현재 개성공단에서 한국고용주들은 북한노동자들에게 북한당국을 통해 월급으로 미화 57.5달러를 지급하고 있는데요, 이 금액에서 사회 보험료로 7.5달러와 ‘사회문화시책비’로 30%를 공제한 나머지 35달러를 노동자들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개된 명세서를 보니까, 북한당국은 북한의 공식 환율로 1달러에 북한돈 140원을 적용하더군요. 그렇다면 매달 4900원을 지급하는 게 되죠. 암시장 환율로 미화 1달러는 북한돈 3000원인데요, 북한정부가 한국의 고용주들로부터 57.5달러를 받아 근로자들에게 실제적으로는 1.54달러 남짓한 돈을 지급하는 셈입니다.
중국에서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월급명세서 공개유행은 가까운 한국에서는 이미 5년 전부터 시작됐습니다. 올해 한국의 야당인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인 이명박씨가 서울시장에 출마하면서 자신이 2000년에 99만원, 2001년과 2002년에 133만원의 월급을 받았다고 재산신고를 했거든요. 총재산은 175억 원인데, 건강보험료는 그동안 매해 3만원 미만을 낸 것으로 신고한 게 화근이었습니다. 그러자 일반주민들이 인터넷에 월급명세서를 공개하기 시작했습니다.
직장생활을 10년했다는 모씨는 한 달에 모두 255만원, 미화로는 2,749달러정도를 받는 회사원입니다. 고용보험으로 12230원, 국민연금으로 11만 4천 300원, 주민세로 5210원, 건강보험료로 4만 6천 820원 등을 낸다면서, 이 월급 가지고 부모님 모시고, 딸 둘을 간신히 가르치며 산다고 털어놓았습니다.
하지만, 기본급이외에 짭짤한 수당이 붙는 맛에 월급명세서를 받으면 어쨌거나 기분이 좋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서울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는 30대 후반의 김진한씨의 말입니다.
김진한: 제가 받고 있는 수당은 한 5-6가지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가족수당, 시간외 수당, 출장수당, 또 직급수당 등이 있습니다. 제가 공직에 있기 때문에 일반기업보다는 조금 수당이 낮을 수도 있습니다. 가족수당의 경우, 부양가족 한 명당 2-3만 원 정도 수당이 지급되고, 시간외 근무를 할 경우에는 자기가 초과로 근무하게 되는 부분에 대해서, 휴일과 평일에 관계없이 시간당 8,000원정도 수당이 지급이 되고, 그리고 출장수당이라고 해서 업무 중에 자기가 일 때문에 나가서 출장을 하게 될 경우, 일 회당 2만원이 지급되고 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중에도 앞으로 월급명세서를 타시면, 어떻게 하실 건지 궁금합니다. 자신이 좋은 직장에서 넉넉한 급여를 받고 있다고 인터넷에 과시할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노동에 비해 적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동정을 구하실 지. 시간 나시면 곰곰이 생각해두시지요.
워싱턴-장명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