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엘리트의 역설] 남한의 교사 VS 북한의 교원

서울-이승재 yis@rfa.org
2022.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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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엘리트의 역설] 남한의 교사 VS 북한의 교원 평양의 한 초등학교 수업 모습.
/REUTERS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 엘리트의 역설> 이승재입니다. 매주 이 시간에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는 소수의 특수계층, 하지만 그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들, 바로 엘리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남북 엘리트의 역설>은 탈북민 조현 선생과 함께합니다.

 

이승재: 조현 선생님 안녕하세요.

 

조현: . 안녕하십니까.

 

이승재: 어느덧 2022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 한해 많은 소원과 계획이 있으실텐데요. 그 중에 가장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으시다면요?

 

조현: 먼저 방송을 듣는 우리 청취자 분들 모두 올 한해 건강하시고 정말이지 모두 부자되셨으면 좋겠고요. 개인적으론 제가 한국 생활 만 10년이 넘는 해가 됐습니다. 여태껏 한국에서 좋은 인연들을 만났지만 올해도 제 인생을 밝혀줄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나서 북한 주민들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승재: 아마도 많은 분들이 같은 소원을 품고 있을 겁니다. ‘인생을 밝혀주는 만남이러니까 생각나네요. 저는 학창시절에 새해만 되면올해엔 어떤 선생님을 만날까? 제발 안 무섭고 좋은 분을 만나야 할 텐데…’ 이렇게 맘 졸이게 되더라고요. 이런 경험 있으셨죠?

 

조현: 그렇죠. 저도 선생님 그림자도 못 밟던 시절에 자랐습니다. 제발 호랑이 선생님 안 걸리길 바랐죠. 한국도 과거엔 학교가 그렇게 경직되고 학생이 반드시 교사에게 복종해야 하는 분위기였다네요. 지금은 학교의 민주화가 이뤄진 것 같아요. 오늘날 한국 학교에선 체벌을 할 수 없고 학생들이 비교적 자율적으로 교사들에게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다고 하니 좋은 세상이 됐네요.

 

이승재: 한국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일본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요. 선생님 말씀에 강제적으로 복종해야 하는 것도 그렇고, 수업시간을 시작하고 마치면서차렷! 경례!’ 이렇게 인사하는 것 또는 교복의 스타일도 일본을 따랐습니다. 물론 그 잔재가 여전히 남아있어서 지금도 개선되고 있는 중이고요. 교사들의 체벌 역시, 학생간의 폭행과 마찬가지로 이젠폭력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확산되어서 지금은 교사들의 체벌이 불법입니다. 이런 변화과정에서 말씀하신 대로 학생들의 자율적인 분위기가 제법 많이 형성되었고요.

 

조현: 물론 그것이 다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도 자식을 키워봤지만 잘못된 길을 가는 아이들은 때려서라도 바르게 인도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한국 내 학교의 자율적인 분위기가 문제아들을 양산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다행히 한국 교사들은 이런 단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보충하는 것 같아요. 아이들의 인성이나 태도를 상점, 벌점으로 평가해 성적에 반영하기도 하고요. 혹 문제가 큰 아이라면 담임교사 혼자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 상담 전문교사를 채용해 상담도 받게 하는 등 교육의 전문화를 이뤄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교사도 수시로 재교육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방학 기간을 이용해 자신이 맡은 학과 공부는 물론이고 학교폭력에 대처하는 방법이라든가 청소년 인성교육, 청소년 상담, 직업교육 등을 꾸준히 배운다고 합니다. 게다가 교사들이 기본적으로 끊임없이 연구하고 자기 계발을 이루려는 노력이 일반적이어서 제가 볼 땐 한국 교사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다고 생각합니다.

 

이승재: 북한의 선생님들은 어떤가요?

 

조현: 북한은 교사라는 말 대신 교원이라는 말을 쓰는데요. 북한에서 여전히 교권은 셉니다. 학교에서 체벌이 가능하고요. 학교를 졸업하지 못 하면 사회에서도 희망하는 직업을 가질 수 없으니 학생들은 교원 눈치를 보면서라도 학교를 졸업해야 합니다. 북한은 교원이라 해도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할 만큼 생활비가 나오지 않아서 학생들에게 필요한 물건이나 돈을 바치라는 등, 학생들로부터 필요한 이득을 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북한에도 좋은 선생님은 있겠지만, 이런 이유로 교원에 대해서 점점 사기꾼 이미지가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언젠가 RFA에서 보도도 됐었는데요. 북한 교원들의 가장 큰 바람은 돈주의 자녀들을 만나는 겁니다. 북한에선 교원들이 자녀의 생활평정서를 작성하는데 이걸 잘 작성해야 대학진학이나 사회진출에 유용하기 때문에 교원들이 돈주의 돈을 받으면서 자녀들의 평정서를 조작해주고 있거든요.

 

이승재: 남한도 30여 년 전엔우리 아이 잘 봐주십시오라는 뜻에서 부모들이 교사에게 돈 봉투를 건네는 일도 많았습니다. 촌지라고 하죠. 저 같은 경우도 매년 5 15일 스승의 날이 되면 선생님들 양말을 꼭 선물로 준비해가곤 했는데요. 이제 그런 촌지는 한국사회에서 완전히 불법이고요. 스승께 드리는 작은 선물 문화조차 없애고자, 학교장 재량으로 스승의 날에 아예 쉬는 학교도 많습니다.

 

조현: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일단 한국에선 이젠 돈이 없어서 혹은 교사에게 뭘 바치지 않아서 학교 졸업 못했다는 얘기는 들어볼 수 없는 일이잖아요.

 

이승재: 그래도 북한에서 교권이 아직 확실한 걸 보면 교원이란 직업이 북한 사회 내에서 여전히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한국에선 교사가 아주 인기직업이라 경쟁도 정말 치열합니다. 초등학교 교사가 되려면 전국에서 10개 밖에 없는 교육대학 혹은 초등교육과가 있는 3개 학교만을 나와야 하는데 그 수준이 굉장히 높고요. 중고등학교 교사가 되려면 대학 졸업 후 임용고시에 합격해야 하는데, 이게 또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지역, 과목마다 다르지만 매년 평균 경쟁률이 10 1에 육박하고요. 어떤 과목은 20 1이 넘어가기도 합니다. 북한도 교원이 되기가 어려운가요?

 

조현: 아닙니다. 북한은 어렵지 않아요. 한국은 말씀하신 것만 들어도 교사는 엘리트라는 것이 확실하잖아요. 우선 직업적으로 보면 교사들이 돈을 많이 벌진 않지만 안정적인 직업이거든요. 63세까지 일할 수 있고 그 뒤에 퇴직하고 나서도 평생 연금이라는 제도가 있어서 다달이 국가로부터 생활비를 받아 어느 정도 안정적인 노후생활이 가능합니다. 사회로부터 받는 존경과 명예가 충분하고 무엇보다선생’, ‘교사그러면 누구든 똑똑한 사람이라고 인정하죠.

 

이승재: 그래서 그런지 여자 교사는 신부감으로 최고라는 얘기도 있잖아요. 북한의 교원은 그렇지는 않은가 보군요.

 

조현: . 북한에선 딱히 인기 있는 직업은 아닙니다. 일단 북한은 직업선택의 자유가 없고요. 교육대학 사범대학 정도 나오면 별도의 시험 없이 교원이 될 수 있는데 일단 토대는 좋아야 합니다. 만약 대학이나 1고등중학교 교원이라면 실력이 꽤 있어야 하지만 그건 특수한 경우고요. 유치원, 소학교, 중등학교 교원이 되려면 딱히 실력 없이도 그저 자격을 갖추면 가능합니다. 더러는 교원양성소라는 1년짜리 과정만 졸업해도 교원 자격을 주기 때문에 교원의 실력이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더 존경받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승재: 조금 안타깝습니다.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어릴 적 얘기를 들어보면 꼭 그 사람을 바른 길로 인도해주거나 꿈과 희망을 심어줬던 선생님들이 있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지금 북한에서 자라나고 있는 학생들도 좋은 선생님을 만날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는데요. 선생님은 북한의 교원들에게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조현: 당연합니다. 아마 방송을 듣는 분들도 동의하실 텐데요. 북한에서 존경받는 교원이라고 하면 대학교수나 1고등중학교 교원 정도를 들 수 있을 거예요. 그들 정도 되어야 학생이 배울만한 깊은 학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외 대체적으로 교원은 국가의 입이 되어 전달만 하는 직업이니까 외국어나 수학, 물리 화학등 자연과학을 가르치는 교원들 말고는 학식이 많이 부족합니다. 이것은 교원들 스스로에게도 답답한 일입니다. 그래서, 물론 인성도 중요하고 제자들을 사랑하는 마음도 중요하지만, 제 생각에 가장 시급한 것은 교원들의 지식 수준을 높이는 것이라고 봐요. 북한의 교원을 선발할 때 제대로 된 인재를 뽑을 수 있도록 기준이 바뀌면 좋을 것 같습니다. 출신성분으로만 뽑아서는 안 되고요. 능력에 따라 선출해야 한국처럼 어디서도 부끄럽지 않은 엘리트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또 교원들이 학생에게 뇌물을 받지 않고도 열심히 가르칠 수 있도록 생활을 보장해주면 좋겠네요

 

이승재: 인생에서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더 말하지 않아도 아실 겁니다. 이탈리아 속담에교원은 자기 자신을 태움으로써 다른 사람을 밝게 비춰주는 양초와 같다는 말이 있는데요. . 좋은 선생님을 찾기 힘든 사회지만 그래도 북한 곳곳에는 이와 같이 학생들을 위해 헌신하는 교원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와 더불어 한국의 교원들은 또 어떤 방법으로 발전해가고 전문화를 이루고 있는지 다음시간에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남북 엘리트의 역설>이었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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