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엘리트의 역설] 정직한 외교관은 왜 가난해질까?

서울-이승재 yis@rfa.org
202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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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엘리트의 역설] 정직한 외교관은 왜 가난해질까? 지난 2020년 4월 제21대 총선에 출마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연합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 엘리트의 역설> 이승재입니다. 매주 이 시간에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는 소수의 특수계층, 하지만 그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들, 바로 엘리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남북 엘리트의 역설>은 탈북민 조현 선생과 함께합니다.

 

이승재: 조현 선생님 안녕하세요.

 

조현: . 안녕하십니까.

 

이승재: 한국에는 현재 3 4천여 명의 탈북민이 있는데요. 이중엔 북한에서 엘리트 계층이었던 분들도 다수 있습니다. 특히 외교관처럼 고급 관리들, 북한 정권에 대한 정보가 많은 사람들은 아무래도 한국에서 좀 더 주목을 받게 되고요. 그만큼의 대접을 받거나 관련된 일도 수월하게 새로 시작하는 편입니다. 만약 제가 탈북민이라면, 그들이 북한에서도 누렸던 혜택을 여기서도 누리는 게 아닐까, 맘이 편치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떠세요?

 

북한 외교관 100달러만 벌어도

북한 평균 임금의 100

 

조현: 그렇죠. 외교관은 북한에서 최고급 엘리트입니다. 외교관이 되면 북한 내 같은 급의 사무원보다 훨씬 유복한 생활을 하고 여러 가지 특권을 누립니다. 지금 북한 시가로 1 달러가 6,500원인데요. 쉽게 말하면 1 달러만 받아도 북한 평균 월급을 받는 겁니다. 또 일반 국민들은 여권도 가질 수 없는데 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건 엄청난 특권이죠. 게다가 자녀까지 모두 데려다 해외 생활 한다는 건 북한 인민들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거든요. 공부 잘하고, 외국어 실력 출중하고, 능력 좋은 사람이 외교관이 되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외교관들이 실력보다는 신분이 좋아서예요. 고통당하는 인민의 권리를 빼앗아 호위호식한 사람들인데 한국에서도 잘 사는 건 솔직히 마음이 그래요.

 

이승재: 그렇군요. 한국에서도 외교관은 최고 엘리트에 속합니다만 북한과 다른 건 실력만 갖추면 누구나 될 수 있다는 건데, 지난주에 우리가 고급 공무원이 되기 위해선 어려운 행정고시를 통과해야 한다고 말씀드렸거든요. 한국에서 외교관 되려면 그보다 더 관문이 어렵다는 외무고시를 통과해야 합니다. 영어는 물론 그 외 언어도 최소 1가지는 완벽해야 하고요. 국제 정치 지식과 세계정세도 잘 알아야 하고, 사고 대응능력도 매우 뛰어나야 합니다. 그래서인지 출신 대학을 보고 뽑는 건 아닌데도 제가 아는 외교관들은 모두들 일류대는 기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뛰어난 사람들이었고요.

 

북한에서 외교관 되려면

출신성분 뿐 아니라 8촌 친척까지 다 따져

 

조현: 그렇겠네요. 북한 외교관도 김일성종합대학이나 인민경제대학 등 최고급 대학에서 외교 관련 학부를 나와야 하는데요. 해외나 남한에 친척이 있어서도 안 되고, 해방 이전에 조상이 지주였어도 안 되고, 집안 어른이 1950~1960년대에 진행되었던 반종파 투쟁에 연관되어 있어도 안 됩니다. 다 문제없다고 치더라도 지금 8촌 이내 친척 중에 누가 작은 실수로 범죄를 저질러서도 안 돼요. 한반도의 파란만장한 역사 속에 8촌 이내에 문제없는 사람이 있습니까? 이를 피해가는 건 결국 노동당 고급 간부층의 자녀들이죠. 그리고 외교관이 되어도 북한 외교관은 다른 국가 외교관들과는 좀 달라요.

 

이승재: 어떤 면이 다를까요?

 

조현: 예를 들어 한국 외교관은 나라의 권위, 국가의 위신을 지키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자기 품위를 잘 갖추고, 외국인들에게 어떻게 대해야 할지, 어떤 말 표현이 세련된 것인지를 잘 압니다. 지금 한국은 세계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나라가 됐지만 이전에는 더러 강대국이 한국을 비하하는 언사를 하더라도, 외교관이면 한국을 대표하는 사람이잖아요? 한국 외교관들은 적당히 웃으면서 그 상황을 잘 넘기는 기지를 발휘하거든요. 북한 외교관들은 세계가 보는 공식 인터뷰에서도 상대 국가들에게개 짖는 소리’, ‘아둔한 얼뜨기이런 말을 쓰잖아요. 그들은 북한 전체를 대변하는 사람이 아니라 노동당과 김정은의 지시를 집행하는 허수아비라고 할까요? 임기응변이나 처세술 이런 거 하나 없어도 됩니다. 당의 10대 사상원칙에서 탈선만 하지 않으면 됩니다. 그래서 외국인에 대한 자신의 말투나 행동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이것도 하나의 특권이에요.

 

국가 품격 따위 필요 없는 북한 외교관?

 

이승재: 그런데 문제는 그런 특권을 가진 외교관들의 탈북이 이어지고 있다는 거죠. 영국주재 북한 공사로서 2016년에 탈북했다가 지금은 한국의 국회의원이 된 태영호 씨도내 자식을 더 이상 노예로 만들고 싶지 않아서 탈북했다이렇게 말을 했어요.

 

조현: 항상 이중적인 생활을 해야 하는 게 북한 외교관의 처지입니다. 해외에 나가면 북한에서 배울 때와 전혀 다른 진실을 알게 됩니다. 북한 사람들이 못 산다고 여기는 아프리카인들도 해외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고요. 얼마든 자유롭게 민주적으로 살아가는 그들을 보면서 외교관들이 과연 무얼 느끼겠습니까? 북한에선 미제, 남조선 놈들이 승냥이처럼 물고 뜯는다고 들었는데 제가 보니 가장 인성 좋고 도덕적인 사람들이 미제와 남조선이더라고요. 이렇게 노동당의 말과 정반대의 것들이 보여도 자신의 감정을 티 안 내고 최대한 숨겨야 합니다. 또 외국에서 술이나 여러 음식, 화려한 거리, 축제하는 사람들 모습을 보면서 그들도 인간의 욕구를 느낄 텐데 마음껏 누리지도 못하고 부러운 마음마저 감춰야 하는 게 얼마나 괴롭겠습니까?

 

북한 외교관은 왜 불법으로

외화벌이를 해야만 할까?

 

이승재: 게다가 북한 외교관은 다른 나라 외교관들과는 다르게 외화를 벌어야 하더라고요?

 

조현: 네. 맞습니다. 노동당에서 외교관들에게 주는 돈벌이 과제가 엄청납니다. 무엇을 팔든, 나쁜 짓을 하든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돈을 벌어야 해요. 가끔 본국에 들어갈 때도 상부에 바칠 뇌물을 챙겨야 합니다. 북한이 정말 잔인한 것이 항상 인질을 둔다는 거죠. 해외에서 도망치거나, 생활을 잘못한다거나, 심지어 말 한마디라도 실수하면 북한에 있는 부모나 형제들이 엄청난 피해를 받습니다. 북한 외교관들은 노동당이 정말 열심히 교육해서 내보낸 사람들인데 그들이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항상 볼모를 잡아둔다는 건, 노동당 자체가 자기들한테 정당성이 없다는 걸 안다는 거예요. 외교관 정도면 모두 평양에 사는데요. 평양이 너무 좋으면 왜 도망가겠습니까? 사실 지금 평양거리에 전직 외교관 출신들 중 거지처럼 살아가는 사람 쫙 깔렸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북한 전직 외교관

평양에서 거지처럼 살아

 

이승재: 정말요? 한국 외교관은 은퇴를 하면 후학을 양성하던가 아니면 국제기업에서 자문을 하는 등 자신이 현역시절에 겪었던 경험과 연륜을 나눌 곳을 찾아갑니다. 사회도 충분히 그들을 존경하고 인정해주는 분위기여서 여기저기서 그들을 모셔가는 분위기인데요. 북한도 외교관이 엘리트 중에 엘리트라면 그들의 경험이 굉장히 많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조현: 북한은 모두가 잘 살며 발전하는 국가가 목표가 아니니까요. 오로지 김씨 일가 정권유지만이 목적이고요. 북한의 모든 직업이 그렇듯 외교관도 은퇴하면 받는 돈은 전혀 없습니다. 외교관 했다고 국가에서 대우해 주는 것 하나 없어요. 그래서 현역시절에 불법행위가 성행합니다. 북한이 지금보다 훨씬 잘 살던 1970년대에도 이미 스칸디나비아에 주재했던 외교관들이 주류나 담배들을 밀수해서 되파는 불법적 방식으로 외화를 조달해 왔고요. 인터넷을 찾아보면 지금까지 북한 외교관들의 밀수 밀매 행위가 발각된 사실이 쭉 나와 있습니다. 그림, 시계, 가전제품, , 드론, 품목들도 엄청납니다. 노후가 불안하니까 이렇게 불법행위를 하거나 아니면 결국 자녀를 통해서 노후를 보장받아야 하니까 자식들에게 좋은 직업을 갖게 하느라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또 외교관들이 해외 생활을 해봤으니 소비가 대단하거든요. 자신들은 절약한다고 하는데, 인민들의 시선으로 봤을 땐 엄청난 금액입니다. 그래서 불법행위 없이 고지식하게 일만 딱 하다가 은퇴한 사람들은 앞서 말했듯 평양에서 거지처럼 다니는 게 가뜩입니다. 제가 아는 분은 러시아 주재 서기관이었는데 부부가 외교관이었어요. 5개 국어를 하고 북한에서도 정년까지 쭉 일하는 건 드문데, 워낙 실력이 좋으니 30년 넘게 러시아, 중국, 여러 국가를 다니면서 일했습니다. 그런데 불법행위 없이 자신도 가족도 잘 못 챙기더니 결국 은퇴 후에 정말 가난한 삶을 살다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셨어요. 겨우 환갑 넘기고 돌아가셨는데 인생이 안타깝죠. 나중에야 제가 한국 와서 외교관이라는 직업을 보니까 북한에서 듣던 것과는 정말 다르더군요. 이 직업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승재: 세계무대에서 나라를 대표하는 외교관은 누가 뭐래도 해당 사회의 엘리트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 외교관은 확실히 한국, 미국 등 자유세계의 외교관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네요. 한국 및 다른 국가 외교관들의 진짜 업무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그들은 지금 무얼 하고 있는지 다음 시간에 이야기 나눠봅니다. 지금까지 <남북 엘리트의 역설>이었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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