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지키는데 나이가 따로 있나요?

서울-이승재 yis@rfa.org
2021/11/05 08:18:52.724715 GMT-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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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지키는데 나이가 따로 있나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리고 있는 영국 글래스고 과학센터에 마련된 그린존 행사장 내부 모습.
/연합뉴스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 엘리트의 역설> 이승재입니다. 매주 이 시간에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는 소수의 특수계층, 하지만 그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들, 바로 엘리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남북 엘리트의 역설>은 탈북민 조현 선생과 함께합니다.

이승재: 조현 선생님 안녕하세요.

조현: 네. 안녕하십니까.

이승재: 지금 영국 글래스고에선 유엔 기후협약 당사국 총회 제 26차 회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줄여서 ‘글래스고 기후협약’이라고도 말하는데요. 전 세계 환경오염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다 보니 각국 정부들은 보다 긴급한 집단행동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하게 된 거죠. 이번 협약엔 120여 개 국가 정상들이 모여 오는 12일까지 회의를 진행한다고 하네요.

조현: 저도 글래스고 기후협약에서 나오고 있는 안건들과 갖가지 뉴스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이들 중 46개 국가가 2040년까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꼽히는 ‘석탄’을 이용한 화력발전을 중단하자는데 합의했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구체적인 이행 약속들, 예를 들어 전기자동차로의 신속한 전환, 나무 벌목을 줄이는 것, 기후 변화의 긴급한 영향권에 사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문제 등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아마 다음주면 정확히 협약 내용을 알 수 있겠죠.

이승재: 환경문제 정말 심각합니다. 지난 7월엔 북극 그린란드에서 환경오염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 때문에 하루에만 85억 톤의 빙하가 녹아내렸다네요. 또 지난달엔 영국 북동부 해변에서 가재, 게 등이 떼죽음을 당해 그 사체가 사람 허리 높이까지 가득 쌓였잖아요.

조현: 그러게요. 제가 살았던 북한도 환경문제 심각합니다. 북한 모든 산업의 주된 공급원이 바로 석탄이거든요. 강철, 제강, 중화학공업, 전력 이 모든 것들을 석탄을 이용해서만 생산합니다. 그러니 산업이 훨씬 발전된 한국보다 공해가 더 심한 것이죠.

이승재: 저희 RFA에서 2019년 보도한 내용입니다. 세계보건오염연맹 GAHP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인구 10만 명당 공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207.2명, 이 수치는 인도와 중국에 이어 3위라네요. 아마 이게 다 공장에서 나오는 유독물질 때문이겠죠?

조현: 그렇죠. 북한에서 공업으로 유명한 도시들 있잖아요. 비료와 2.8비날론공장이 있는 흥남이나 순천 또 화학공장이 있는 청수라든지, 공장지대가 몰려 있는 김책이나 송림에 가면 숨만 쉬어도 거기가 오염지대라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어요. 특별히 함흥이나 청진엔 제철제강, 화학공장이 많은데 거긴 기압이 낮을 때면 땅 위로 50cm~1m 높이의 노란 가스가 보일 정도입니다.

이승재: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분들이 바로 북한 분들인데요. 북한 정부에서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세운다든지 혹은 민간에서라도 개선하려는 움직임은 전혀 없나요?

조현: 일단 북한 주민들은 지금 환경을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 상황인데요. 정부는 늘 그렇듯 해결할 의지가 없죠. 그래서 북한의 간부들이 이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만약 간부들이 나서 중화학공업, 철강공업 위주의 산업구조를 바꾸고 또 석탄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에너지원에도 다변화를 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북한에도 과연 수소에너지를 이용할 날이 올까요? 이런 변화를 시도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저는 정말 그가 세상을 바꾼 엘리트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북한 스스로는 바꿀 수 없을 거예요. 그러니 국제사회와 협력을 해야겠죠. 반면에 제가 전 세계를 돌아보니 북한과 달리 환경문제에 관심 갖는 사람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이승재: 환경운동가를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요. 현재 기후협약이 이뤄지는 글래스고에는 환경에 관심을 갖는 언론인이나 환경단체에 속한 사람들, 이렇게 총 2만 5천여 명이나 모여 이 회의를 지켜보고 있다고 합니다. 많은 환경운동가들이 회의에 참여하는 정치인들에게 ‘탁상행정만 하지 말고 실질적인 대책을 세우라’는 뜻의 시위도 하고 있다고 하네요.

조현: 네. 그런데 제가 인상 깊었던 것은 이 환경운동가들 중에 어린 청소년들이나 혹은 스무살 갓 넘은 청년들이 그렇게 많더라고요. 2000년 이후 태어난 사람들은 기후 위기를 일상으로 안고 살아야 하는 세대입니다. 그러니까 미래를 살아야 하는 젊은이들은 기후 위기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수인 거죠.

이승재: 개인적으로는 정말 훌륭한 청년, 청소년들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 중에 가장 유명한 인물, 스웨덴의 18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라고 있잖아요. 2019년엔 노벨평화상 후보까지 올랐죠.

조현 : 맞습니다. 저도 이 소녀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북한 분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전 세계에서 ‘환경’하면 이 소녀 얼굴을 떠올릴 정도로 영향력 있는 인물입니다. 툰베리는 어릴 때부터 기후 문제에 관심을 가졌는데 이 부분에 대해 알면 알수록 절망감에 빠졌다고 해요. 그래서 2018년 8월 스웨리예 국회의사당 앞에서 정치인들에게 시위를 벌였다고 합니다. “정치인들은 미래세대가 살아갈 기후문제에 대해 하나도 생각하지 않는다. 어서 빨리 정책을 만들고 개선하라”는 의미였다는데요. 만약 북한에서 최고인민회의가 열리는데 그 밖에서 청소년이 이런 시위를 벌인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 결과를 상상해보니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어쨌든 툰베리는 이 행동을 시작으로 자신의 소신을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했고요. 툰베리는 지구 환경파괴에 침묵하고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이지 않은 정치인들과 어른들에게 반항하는 의미에서 등교를 거부하게 되는데요. 그랬더니 이 운동이 번지고 번져서 전 세계 청소년들의 집단 행동을 이끌어냅니다. 인터넷에 적은 그녀의 소신과 호소에 감동한 세계의 학생들이 매주 금요일마다 등교를 거부하고 환경을 개선하라는 시위를 벌인 겁니다. 2019년 5월에는 125개국, 1,600여 지역에서 160만 명 이상이 참여했답니다. 지금 툰베리는 세계적인 환경운동을 이끌어낸 엘리트로 인정받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노벨평화상 후보로도 선정됐던 거고요.

이승재: 네. 청소년들의 동맹휴학, 이른바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 for Future)’이라는 세계적인 환경운동이 된 건데요. 학교 안 간 게 뭐 잘한 일이냐라고 할 수도 있지만 사실 이것이 전 세계인들에게 환경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됐던 거죠. 그 영향력은 인정할 만 하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이후에도 툰베리는 지속적으로 환경 관련한 연설도, 시위도 이어가고 있고요.

조현: 그렇습니다. 툰베리가 그랬더니 또 다른 청소년들도 움직였습니다. 2020년에는 포르투갈의 어린 환경운동가들이 유럽 33개 국가를 상대로 기후변화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유럽 정부들의 기후변화 대책 미비로 피해를 보았고 따라서 법적 효력이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결과는 유럽인권재판소(ECHR)가 이 소송이 합당하다면서 유럽 33개국 정부에 온실가스 감축안을 담은 합의서를 제출하라고 판결했어요. 이 소송을 준비한 이들은 포르투갈의 8세부터 21세까지, 6명의 어린 아이들입니다. 이들 중 4명은 기후 변화로 인해 포르투갈에 산불이 발생해서 이웃이 사망하는 것을 지켜봤다고 하네요. 이 아이들이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직접 모금활동을 벌여 소송비도 마련하고 해서 국제적으로 화제가 됐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잖아요. 일본에서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려고 하니 한국의 청소년들이 곳곳에서 팻말을 들고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하는 것을 제가 보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그저 노력동원에만 시달리며 소리 낼 수 없는 북한의 청소년들이 생각나 마음이 아팠죠. 이렇게 곳곳에서 젊은 환경운동가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데요. 이런 외침이 기성세대와 권력층을 계속 흔들고 있다고 하니, 이들이야 말로 미래사회를 이끌어가는 엘리트라고 충분히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승재: 스웨덴의 어린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말했습니다. “당신들은 온갖 공허한 말들로 내 꿈과 유년기를 빼앗아갔다. 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 때문에 고통받고 죽어가고 있다. 당신들은 자녀를 가장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모습으로 자녀들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 어떻습니까? 환경을 지키려는 간절한 외침이 느껴지시나요? 굳이 어른이 아니어도 됩니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꾸려는 노력 그리고 외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면 충분합니다. 언젠가 이들은 세상을 바꾼 영웅으로 기록되겠지요. 지금까지 <남북 엘리트의 역설>이었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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