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와 권력이 따르지 않는 엘리트?

서울-이승재 yis@rfa.org
2021.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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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와 권력이 따르지 않는 엘리트? 북한 연구에 필요한 자료를 모아 시기순으로 정리한 '북조선실록'.
/연합뉴스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 엘리트의 역설> 이승재입니다. 매주 이 시간에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는 소수의 특수계층, 하지만 그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들, 바로 엘리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남북 엘리트의 역설>은 탈북민 조현 선생과 함께합니다.

이승재: 조현 선생님 안녕하세요.

조현: 네. 안녕하십니까.

이승재: 북한 내부 소식에 정통한 간부급 탈북민이나 대학 또는 대학원에서 북한 관련한 학문, 이른바 북한학을 전공하고 한국이나 국제사회에서 북한과 관련된 일을 하는 분들을 북한전문가라고 말합니다. 보통 북한전문가가 되려면 정말 긴 시간의 노력이 필요한데요. 우리 조현 선생께서 그 길을 걸어 오셨어요. 곧 북한학 박사 학위를 받을 예정이시고요. 현재는 군대에서 안보 강의도 하고 계시고, 북한 농축산 관련 자문도 하고 계십니다. 제가 보기엔 자부심이 크신 것 같아요.

조현: 네. 제 일을 좋아합니다. 우리가 북한을 연구하는 일의 대부분이 북한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분석하고 원인을 찾아내고 또 앞으로의 일을 대응하는 건데요. 저는 직접 체험했다는 강점이 있잖아요. 예를 들어 제가 협동농장경영위원회에서 일했기 때문에 거기서 뭘 하는지 잘 아는데 이것이 북한 연구에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또 북한 연구는 그게 다가 아니더라고요. 경험이 중요하듯 이론도 중요합니다. 협동농장경영위원회가 뭘 하는지 제가 잘 안다고 해도 북한 정권이 왜 그 제도를 필요로 하는지, 그를 통해 북한 정권이 얻는 이득이 무엇인지는 저보다 이론에 강한 남한 출신의 북한전문가들이 더 잘 파헤치더라고요.

이승재: 남한 출신들은 경험은 없지만 아무래도 분석에 강하고 북한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북한전문가들도 남북한 출신들의 보완, 협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도 남한을 잘 안다고 하면 전문가로, 사회의 엘리트로 인정 받나요?

조현: 네. 한국에 있는 북한전문가들이 공부하는 것처럼 북한에서도 남한을 공부했다고 하면 정말 대단한 엘리트로 인정받습니다. 그런데 남한을 공부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없죠. 소수의 고위급의 자제들이 김씨 일가 정권 유지를 위한 목적으로나 배울 수 있습니다. 한국 정치인들의 성향이나 세대 갈등, 청년들의 생각을 연구하면서 사상적으로 침투하는 방법에 대해 효과적인 방안을 내놓으면 당연히 엘리트로 인정받는 데다 부와 명예가 따르죠.

이승재: 네. 사상적인 침투를 위한 연구라니 남한의 북한전문가와는 방향이 많이 다르네요. 그렇다면 남한의 북한전문가들은 북한의 남한전문가들만큼 부와 명예가 따르는지도 궁금해지는데요. 선생님은 한국에서 몇 개 손꼽히는 북한 연구의 산실, 북한대학원대학교를 졸업하셨잖아요. 제가 여기 출신 전문가들을 많이 아는데, 모두들 제 몫을 다하고는 계시지만 실제로 본인들이 느끼는 만족도가 어떨지 궁금합니다.

조현: 우린 사실 돈을 많이 벌진 않아요. 하지만 우리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충분해서 다들 만족해합니다. 졸업생, 그러니까 북한전문가들은 한국이나 국제사회의 북한연구소에서 연구하는 일을 합니다. 또는 사회봉사단체나 NGO라고 하는, 정부와 관련 없는 민간인들이 만든 국제구호단체들에 들어가서 탈북민들을 돕는 일도 하죠. 저는 북한과 교류하려고 하는 외국인들에게 농축산 관련 자문을 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세우는 연구를 합니다. 우리가 이 일을 하는 목적은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것입니다. 우린 사명감을 갖고 북한학을 공부한 만큼 북한의 실상을 세상에 정확히 알리고 북한의 민주화를 위해 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이승재: 그게 바로 북한전문가들이 한국 사회에서 인정받고 신뢰를 얻는 이유 같습니다. 지금처럼 발전된 한국이 존재하는 이유도 과거 어려웠던 시절에 선생님처럼 미래를 바라보고 나라를 위해 애쓰셨던 분들의 노고 덕분이잖아요. 결국은 북한전문가들이 미래 북한사회에 큰 도움이 될 텐데요. 그렇다면 선생님이 존경하는 북한전문가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조현: 네. 몇 분 있어요. 첫 번째는 한국에서 북한전문가를 가장 많이 배출하기로 유명한 북한대학원대학교의 총장을 지내셨던 최완규 박사님입니다. 남한 출신으로 지금 70세가 넘으신 분인데, 이분이 한국에서 북한학 연구 1세대라고 보시면 됩니다. 북한학 연구의 기틀을 세우시고 엄청난 이론의 집대성을 이루셨죠. 북한 연구를 하다 보면 연구자들이 북한에 대해 잘못 이해하거나 아주 작은 사실을 가지고 크게 일반화 해버리는 연구자들도 종종 있는데요. 저는 이분이 북한 사회에 대해 제일 정확하게 이해하고 계신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분도 있습니다. 북한 문화 전문가 이우영 박사입니다. 역시 남한 출신이고요. 한국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는 게 있어요. 한국은 워낙 잘 살고 북한은 경제적으로 낙후되다 보니 북한은 진짜 못 먹고 가난하게만 산다고 오해하는 겁니다. 그러나 북한도 체제가 잘못된 것이지 민간에선 열심히 노력해서 경제도 발전시켰고 문화적으로 성장을 이룬 부분도 있어요. 이우영 박사는 그런 북한의 지금 현실, 문화적인 부분을 소개하는 많은 행사들을 여셨고요. 특히나 남북 통일에 진심인 분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이제 통일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고 있는데 이분은 계속 사람들에게 남북 통일이 필요한 이유와 이점에 대해 계속 설명하고 계세요. 통일 후 민족의 화합이나 경제발전에 대해서도 많이 연구하시기 때문에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엘리트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승재: 모두 훌륭하시네요. 그런가 하면 저는 이 분이 진짜 대단한 것 같아요. 한국의 국사편찬위원회 연구관으로도 계셨던 김광운 박사, 한국에서 <북조선 실록>이라는 책을 만드셨어요.

조현: 맞습니다. 김광운 박사는 남한 출신이지만 남북한을 통틀어 북한 역사에 대해 제일 잘 알고 계시는 분이라고 인정합니다. 이분이 북한 역사를 담은 북조선 실록을 지금 100권이나 편찬했는데요. 2018년에 완성된 30권만 해도 내용이 1945년 8월 15일 해방이후부터 1949년 6월 30일까지의 분량이라는데 원고지로 13만 7228장이나 된답니다.

이승재: 겨우 4년 간의 역사가 30권 분량이면 정말 엄청난 연구를 하셨겠네요.

조현: 이분이 연구한 자료는 1990년대까지 분량 만도 총 1000권이 될만한 양의 사료가 나왔다네요. 얼마나 대단합니까? 김광운 박사는 스스로도 “내가 이 일에 미쳤다”면서 “북한 자료가 있는 곳엔 안 가본 적이 없다”고 말했답니다. 사실 한국이나 외국에서 북한 관련 박사 논문을 쓰는 대학원생들은 대부분 자료 수집에 어려움을 겪거든요. 게다가 북한 당국이 수령 우상화 등을 위해 체계적으로 과거 문서를 통제, 왜곡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광운 박사의 책을 보면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북한 <김일성전집>엔 1949년 9월 9일, 김일성이 정권 수립 1주년 기념연설을 했다고 나오는데 실제는 9월 8일에 연설했답니다. 당시 북한은 하루 전날 기념행사를 하는 게 관행이었다네요. 이렇게 북한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는 자료가 있다면 연구자들이 훨씬 질 높은 연구를 할 수 있죠. 이 책엔 중국이나 국제사회가 북한을 바라보는 객관적 시각들도 잘 표현됐다고 하니 아마 북한 연구자들에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이승재: 2주간 선생님 말씀을 들어보니 북한을 연구하는 건 우리의 미래, 내일을 연구하는 것이란 생각이 확실해지네요.

조현: 우린 5천년 동안 함께 살아왔고 겨우 70년 동안 헤어졌습니다. 언젠간 다시 같이 살게 될 거라고 믿고요. 게다가 한반도의 평화는 세계평화에 필수적입니다. 이런 이유만 봐서라도 북한을 잘 아는 전문가는 반드시 필요하고 이쪽에 대한 연구는 더욱 커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일본을 보면 과거의 잘못을 계속 인정하지 않고 왜곡하고 있어요. 그들이 지금 국제사회에서 얻는 것이 무엇입니까? 계속되는 불신과 갈등이잖아요. 북한에서도 마찬가집니다. 그래서 북한을 잘 알고, 잘못된 것을 바로 잡고, 남북이 하나되고, 세계가 평화를 이루려는 목적, 우리가 북한학을 공부하는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겠습니까?

이승재: 네. 맞습니다. 2주간 한국사회에서 북한에 대해 연구하는 북한전문가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개인적으론 이분들의 꿈과 사명의식에 더욱 감동하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함께해주신 조현 선생님 감사합니다.

조현: 네. 감사합니다.

이승재: 청취자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지금까지 <남북 엘리트의 역설>이었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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