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엘리트의 역설]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의 웹툰

서울-이승재 yis@rfa.org
2021.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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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엘리트의 역설]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의 웹툰 사진은 웹툰 '펜션 타나토스' 장면.
/연합뉴스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 엘리트의 역설> 이승재입니다. 매주 이 시간에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는 소수의 특수계층, 하지만 그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들, 바로 엘리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남북 엘리트의 역설>은 탈북민 조현 선생과 함께합니다.

이승재: 조현 선생님 안녕하세요.

조현: 네. 안녕하십니까.

이승재: 코로나19 때문에 사람들이 문화를 즐기는 모습도 달라졌죠. 영화관이나 공연장을 가는 대신 스마트폰으로 혼자 영화나 인터넷 소설, 듣는 소설(오디오), 웹툰 등을 더 많이 즐기게 됐는데요. 저만해도 전보다 인터넷 만화, 웹툰을 더 많이 보게 됐습니다. 선생님도 웹툰 좋아하시나요?

조현: 네. 웹툰은 인터넷을 통해 연재하고 배포하는 만화죠. 인터넷을 뜻하는 ‘웹’이라는 말과 만화를 뜻하는 영단어 ‘카툰’을 합해서 ‘웹툰’이라고 하는데요. 이건 한국 사람들이 만든 단어인데 한국의 웹툰이 유명해지니 외국인들도 웹툰이란 말을 쓰더라고요. 저는 웹툰을 네이버나 카카오같은 한국의 대형 사이트에서 봅니다. 거기엔 수천 명의 작가들이 올려놓은 만화가 있는데요. 무료로 볼 수 있는 작품도 많고요. 작품마다 가격이 다른데 보통 만화책 한 권 분량의 웹툰은 1달러 전후로 볼 수 있고, 저의 경우엔 한 달에 15달러 정도면 원하는 것 모두 충분히 보는 것 같습니다.

이승재: 저와 비슷하시네요. 전 코로나19 이전엔 웹툰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요. 요즘 인기 있는 한국 드라마 상당수가 웹툰에서 이미 인기를 얻은 작품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더라고요.

조현: 맞습니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이나 ‘구르미 그린 달빛’, ‘미생’, ‘신과 함께’ 모두 북한에서도 돌고 도는 작품들인데요. 아마 드라마를 만드는 제작자로선 열심히 만들어놓은 작품이 인기가 없다면 손실이 크니까, 웹툰을 통해 인기가 검증된 것을 작품화 하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이승재: 전 세계에서 만화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일본에서도 지금 한국의 웹툰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닛케이신문은 올해 5월 한국 대중문화의 세계적인 영향력을 조명하면서 “한국 웹툰이 세계 표준이 되고 있다” 이런 내용을 보도한 적이 있는데요. 혹시 보셨나요?

조현: 봤습니다. 해당 기사에선 한국 웹툰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이유를 잘 설명했는데요. 한국 웹툰은 세로 방향으로 그냥 쭉 읽어 내려가면 되니까 편한 점도 있고 그림이나 문자배치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우면서 번역하기가 쉽다네요. 일본 만화책은 진짜 책처럼 한 장에 여러 그림을 그려 넣고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읽게 하는 방식이라, 한국 웹툰의 방식이 인터넷 만화업계에서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는 겁니다. 제 생각에는, 일단 한국 웹툰은 누구나 자유롭게 만들어서 아무데서나 선보일 수 있잖아요. 그게 최고의 장점인 것 같습니다. 네이버라는 대형 사이트는 한해에 2000명 이상의 무명 작가들의 작품을 선별해서 웹툰을 올려줍니다. 이런 유명한 웹툰 사이트가 아니더라도 만화를 그리고 싶은 사람들 누구나 사람들이 모여 있는 인터넷 게시판이나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은 아무런 제약도 없고요. 미국 만화시장의 규모는 올해 12억 달러 정도된다는데요. 그중 디지털 전환율은 10%에 불과하다네요. 이게 무슨 말이냐면 만화를 손전화, 패드,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작품 비율이 그 정도라는 겁니다. 그런데 한국에선 이미 누구나 디지털화된 만화를 그리고 있다는 얘기니까 한국이 웹툰 분야에서 얼마나 독보적인지 알 수 있죠. 특히 한국의 웹툰이 세계 곳곳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언제 어디서나 손전화로 쉽게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이 굉장히 독창적이고 흡인력이 강하다는 겁니다.

이승재: 저도 요즘 웹툰을 쭉 보면서 정말 주제가 풍성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인생의 희로애락이나 사회에 대한 비판, 요즘 젊은이들이 경험하는 시대적 아픔 등 웹툰에서 이런 다양한 주제를 논하는데요. 혹시 선생님은 좋아하는 웹툰 있으신가요?

조현: 네. 있습니다. 이윤창 작가의 ‘타임 인 조선(Time in Chosun)’인데요. 미래에서 현실세계로 온 철수라는 주인공이 어쩌다가 시간여행을 하는 기계(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가게 됩니다. 그런데 거기서 그 기계가 고장나면서 어쩔 수 없이 조선시대에 살게 되거든요. 거기서 벌어지는, 웃기고 또 슬프기도 한 일들을 그린 웹툰인데 제게 소소한 감동도 있었고 배우는 것도 있었습니다. 만약 청취자분들도 이런 웹툰을 보게 된다면 웹툰 속 과거와 현재, 미래의 삶을 통해 우리는 어떤 가치를 우선시하며 살 것인가, 이런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승재: 그런데 북한에서도 만화기술이 뛰어나지 않나요? 20여 년 전부터 전 세계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만화가 ‘뽀롱뽀롱 뽀로로’일 겁니다. 아이들이 한번 뽀로로를 보면 넋을 놓고 빠져들어서 부모들이 걱정을 하기도 하죠. 오죽하면 한국에선 뽀로로의 별명이, 아이들의 대통령이라는 뜻에서 ‘뽀통령’ 아니겠습니까? 이 뽀로로가 한국의 몇몇 기업들과 북한의 4.26 아동영화촬영소의 합작으로 시작되었잖아요.

조현: 잘 알고 있습니다. 청취자 분들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북한 사람들은 만화 제작기술이 뛰어난 게 아니라 그림을 잘 그리는 겁니다. 북한 만화영화가 생동감있고 실제같아 보이는 이유는 1초당 들어가는 그림 수가 다른 국가에 비해 훨씬 많아서입니다. 많은 수작업이 요구되는 만화영화에서 값싼 임금으로 고급인력을 활용하는 건데요. 4.26영화촬영소엔 1600명 이상이 그림을 그린답니다. 하지만 국가에선 북한돈으로 월 4000원만 주고 이들을 부려먹죠. 한국 같으면 아무리 경력이 없다 해도 월 1,700~1800달러는 받을 텐데요. 어쨌든 그들이 북한 내에서 유명한 만화 ‘령리한 너구리’, ‘소년장수’, ‘다람이와 고슴도치 등을 그리고 또 외국 만화회사에서 하청 받아 그리면서 국가에 외화를 벌어다 주죠.

이승재: 우리가 다음 시간에 한국에서 유명한 웹툰 작가, 만화 작가들에 대해 얘기를 해볼 텐데요. 혹시 북한에선 이 분야에서 그림뿐 아니라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로 유명한 사람이 있나요?

조현: 저도 방송을 준비하며 알았는데 4.26영화촬영소에서 김준옥이란 사람의 실력이 꽤 괜찮다고 합니다. 평양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만화 500편 이상을 그렸다는데 김일성상도 받고 인민예술가 칭호도 받았다고 해요. 물론 그가 북한에서 뛰어난 실력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하나 북한에선 그가 독창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고요. 당연히 자기 이름을 걸고 활동할 수 없는 데다 그림을 통해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걸 드러낼 수도 없어요. 지금 한국의 시선으로 그를 보면 기술이 훌륭한 사람이지, 사회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엘리트라고는 말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웹툰 작가들은 지금 세계를 발판으로 작품을 내놓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웹툰을 통해 자유롭게 표현할 수도 있고요. 웹툰을 통해 자연스럽게 한국이란 나라를 알리고, 웹툰 내용이나 그림을 통해 자연스럽게 한국 고유의 문화를 전파하는데, 이는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이승재: 네. 그러다 보니 과거엔 아이들이 만화를 보고 만화를 따라하면, 부모들이 공부 안 하고 딴 짓 한다고 야단쳤지만 이젠 재능이 있나 없나 애들 그림을 눈여겨보게 됐죠.

조현: 그렇습니다. 그러면서 더 잘 표현해 낼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그러다 보니 웹툰 작가를 꿈꾸는 아이들이 많아졌습니다. 한국의 웹툰 작가들이 만들어낸 사회적 변화라고 할 수 있겠죠.

이승재: 국제사회의 한 만화 전문가는 “세계적인 일본 애니메이션도 북한의 하드웨어적 기술을 따라가지 못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북한 전문가들의 그림 실력이 정말 뛰어나다는 거죠. 아쉬운 건 북한 인민들은 그 훌륭한 그림들 중 일부, 정부에서 허락한 몇몇 작품만을 본다는 건데요. 혹시 여러분들 이거 아시는지요?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만화영화기업 월트디즈니사의 만화 중 일부가 바로 북한 전문가들의 손길을 통해서 만들어졌다는 사실 말입니다. 네. 다음 주에도 한국의 웹툰, 북한의 만화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지금까지 <남북 엘리트의 역설>이었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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