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남북 공동 조사, 생물권 보전지역 속히 추진돼야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18-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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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철원군 중부전선 철원평야의 황금 물결이 비무장지대 앞에서 단절돼 있다.
강원 철원군 중부전선 철원평야의 황금 물결이 비무장지대 앞에서 단절돼 있다.
사진 - 연합뉴스

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부소장과 함께 DMZ, 비무장지대 생태계의 최신 조사결과를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DMZ에는 흔히 볼 수 없는 식물과 생물이 많이 살고 있는데요. DMZ는 군사분계선을 따라서 남북으로 각각 2㎞ 범위에 이르는 지역을 말합니다. 또, 남쪽으로는 민간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민통선 구역이 감싸고 있습니다.

이 일대는 한국전쟁 이후 60년 넘게 인간의 간섭이 최소화되면서 야생동물의 안식처로 자리 잡았는데요, 한국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이 40년 넘게 DMZ 일대에서 진행된 다양한 조사 내용을 종합한 결과가 최근 공개돼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백명수 부소장의 설명, 들어보시죠.

(백명수) 야생생물 5,929종이 사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립생태원이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동부 해안, 동부 산악, 서부 평야 등 비무장지대 일원 3개 권역의 생태계를 조사한 자료와 1974년부터 누적된 조사자료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DMZ 일원에는 곤충류 2,954종, 식물 1,926종, 저서성 대형무척추동물 417종, 조류 277종, 거미류 138종, 담수어류 136종, 포유류 47종, 양서, 파충류 34종으로 조사됐습니다. 참고로, 국립자원생물관이 발표하는 한국 자생생물 목록은 2016년말 기준으로 47,003종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중 식물은 5,379종인데요, DMZ에 서식하는 식물은 1,926종으로 한국 내 자생식물의 약 3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DMZ가 명실상부하게 한반도 생태계 보고라는 게 수치로 확인된 연구결과입니다. DMZ는 남한 전체 국토면적의 1.6%에 불과합니다. 이 작은 지역에 남한 생물종 중에서 식물 36%, 포유류 37%, 그리고 조류의 53%가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나, 생물다양성의 핵심 지역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DMZ 일원에서만 모두 101종의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발견됐습니다. 백 부소장은 이번 연구는 군사적 이유로 한정된 지역만 조사할 수 있었기 때문에 DMZ 내부를 좀 더 조사한다면 더 많은 종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백명수) DMZ에 사는 야생생물 5,929종 중에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모두 101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은 포유류 6종, 조류는 10종, 양서류인 수원청개구리 등을 포함해 모두 18종이 확인됐습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은 식물은 17종, 포유류는 5종, 조류는 35종, 양서파충류는 5종, 육상곤충 5종, 담수어 11종 등 총 83종이 확인됐습니다. DMZ에 사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01종은 남한의 멸종위기 야생생물 전체267종의 약 38%에 이릅니다. 이는 DMZ가 멸종위기 야생생물에게 중요한 서식지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처럼 DMZ는 한반도 야생생물, 특히 멸종위기 야생생물에게 중요한 서식지인데요,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돼지는 못했습니다. 유엔 산하 유네스코, 즉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는 생태계가 잘 보전되어 있어 보전 가치가 있는 지역을 생물권 보전 지역으로 지정하고 있는데요, 남한은 현재 설악산과 제주도 등 5개 지역이 지정돼 있고 북한에는 백두산과 구월산, 묘향산이 지정돼 있습니다. 백 부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지난 2012년 남한 정부가 단독으로 DMZ를 남측 지역의 핵심보호구역으로 제시한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신청을 했으나 탈락됐습니다. 당시 남한 정부는 국제사회가 권고했던 남북공동 지정의 목표를 이루지 못했고, 남측 DMZ를 관할하는 유엔사의 동의도 얻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DMZ 생물권 보전지역은 생태계 보전과 지역경제 활성화 조화, 나아가 남북분단의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평화협력 모델입니다. 당시 정부가 북한과 유엔사와의 충분한 소통과 협의를 거치지 않고 단독으로 해서 의미가 희석된 부분도 있습니다. DMZ 생물권 보전지역 추진은 2005년에 발표된 사안인데요, 현재까지 제대로 된 협의나 추진과정이 진행되지 못했던 게 사실입니다. DMZ와 그 일원의 관련법에 대한 전체적인 검토와 보전보호를 위한 계획의 수립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되면 해당 지역은 관련 법률에 따라 핵심지역, 완충지역, 전이지역으로 세분화돼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무분별한 개발이 억제됩니다. 또 생태관광, 환경보전과 병행한 개발, 생태계 변화 감시, 전 세계 조직망과 연결된 교류 등 유네스코의 다양한 지원이 뒤따르며 보전과 개발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습니다.

마침,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사이에 훈풍이 불면서 DMZ의 평화적 활용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백 부소장은 DMZ를 남북이 공동 조사하는 방안이 하루속히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백명수) 우선 평화지대 구축에 대한 공통의 상호협력이 필요합니다.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의 결과인 판문점 선언에서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 추진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남측에서 기대하는 감시초소나 중화기 철수 등이 구체적으로 실현될지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향후 남북관계 진전에 따라 얼마든지 실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DMZ의 평화적 논의를 위해서 백여 종이 넘는 멸조위기종이 사는 DMZ를 남북이 공동 조사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합니다. 국립생태원이 이번에 발표한 조사 결과는 남한 측만의 조사결과일 뿐입니다. 남북한 공동으로 DMZ 전역에 대한 공동조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특히 DMZ의 생태계 보전을 위해서는 남북 평화의 상징이 될 수 있는 남북한 공동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지정이 필요합니다.

이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DMZ 일대의 무분별한 개발이 이뤄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이미 DMZ 부근 땅값이 치솟고 있는 형편입니다. 이런 점에서, 한반도의 DMZ와 유사한 상황에 있던 구 동서독의 접경선이 통일 이후 그린벨트로 보전돼, 관리된 과정을 참고해야 한다고 백 부소장은 조언했습니다. ‘그린벨트’는 도시 주변의 녹지를 보존하기 위해 지정하는 개발제한구역을 말합니다.

(백명수) 독일의 그린벨트는 총 1393km의 길이에, 50-200 m 폭으로 한반도의 DMZ보다 더 가느다란 띠입니다. 그 주변에 한 개의 국립공원, 3개의 생물권 보전지역, 그리고 130개가 넘는 자연 보전지역이 모자이크처럼 걸쳐있어 풍부한 생물다양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벨트를 따라서 대규모 생물다양성 보전사업을 장기적으로 추진하기도 하고, 그린벨트를 체험하는 관광모델 사업을 통해 지역활성화를 시키면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실천해가고 있습니다. 독일 통일 이후 현재까지 약 25년에 걸쳐 서서히 일어난 변화인데요, DMZ의 경우도 당장의 사업구성과 계획보다는 생물다양성을 보존하는 일을 우선으로 해서 다양한 보호지역 설정과 관리계획을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DMZ 안에 추진된 사업은 DMZ박물관, 철원 평화문화광장, 화천 평화생태특구, DMZ생태평화공원, DMZ세계평화공원, 임진강 하천 정비사업, 남북한 철도와 도로 연결사업, DMZ평화 자전거길 등입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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