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닙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북한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경향을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월드컵 축구 대표팀의 '친환경' 유니폼을 들여다봅니다.
(2010 World Cup 주제곡)
최근 많이 들으신 노래죠?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의 주제가입니다. 최후의 승자를 가리는 월드컵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데요, 강력한 우승후보인 브라질, 아르헨티나가 먼저 무대에서 쓸쓸히 내려온 가운데 오는 12일 결승전으로 한 달여간 지구촌을 들어다놨던 남아공 월드컵도 막을 내립니다.
이번 월드컵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최초로 열렸다는 점과 더불어 예전과는 다른 특이한 요소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소위 '친환경' 소재를 이용해 만든 대표선수들의 유니폼입니다. '붉은 악마' 한국을 비롯해 네덜란드, 미국, 브라질, 포르투갈, 호주, 뉴질랜드, 세르비아, 슬로바키아 등 9개국의 대표팀이 이런 유니폼을 입고 출전했거든요.
'친환경'이란 간단히 말해서 환경을 거스르지 않고 서로 공존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이 월드컵 유니폼은 그 소재가 무엇이기에 그런 이름이 붙었을까 궁금해집니다. 한국에 있는 화학섬유업체 휴비스에서 일하는 김춘기 책임연구원의 설명 한번 들어보시죠. 휴비스는 한국 대표팀의 후원사인 미국 운동용품 업체인 나이키에 유니폼을 공급했습니다.
김춘기
: 이번 남아공 월드컵 때 태극전사들이 입은 유니폼은 페트병 재활용 원사인 '에코에버'로 만들어졌습니다. 페트병 재활용 원사는 소비자들이 사용하고 버린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들었습니다. 페트병의 재질은 폴리에스테르를 만드는 원료와 같아서 페트병을 재활용해서 섬유로 만들 수 있습니다.
여기서 '페트병'이란 페트(PET) 즉,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로 만들어진 일회용 병을 말하는데요, 탄산가스가 포함된 청량음료, 과실음료나 이온 음료, 탄산 과즙이나 우유 탄산음료, 그리고 생수, 간장, 식초 등의 용기로 다양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휴비스를 비롯한 나이키의 섬유 협력업체들은 일본과 대만의 폐기물 매립지에서 페트병을 거둬들여 불순물을 깨끗이 씻어낸 후 상표(라벨)를 제거하고 작은 조각으로 잘게 자르고 녹이는데요,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새로운 실을 섬유로 추출해 유니폼을 만드는 겁니다.
나이키 측에 따르면, 이번 유니폼을 생산하는 데는 모두 1천300만여 개의 페트병, 총 25만 4천㎏의 폴리에스테르 폐기물을 매립지에서 수거했습니다. 이는 축구장 29개를 덮을 만한 양입니다. 유니폼 상의를 만드는 데 사용된 재활용 병들을 모아 세로로 세우면 그 길이가 남아프리카 해안선 전체보다 더 긴 3천㎞에 달할 만큼 거대한 양입니다.
재활용 원사가 기능과 품질 면에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땀을 빨리 마르게 하는 '흡한속건' 기능과 세균과 냄새를 억제하는 '항균악취 방취' 기능 등이 신규 생산된 섬유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축성도 강화해서 거친 몸싸움에도 유니폼이 늘어나거나 찢어지지 않도록 한 점도 특징입니다.
김춘기
: 이번 대표팀 유니폼 한 벌을 만드는데 페트병 8병 정도가 사용됐습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입은 유니폼보다 15% 가벼워서 130파운드 밖에 되지 않으며 땀을 빨리 흡수하고 건조시켜주는 기능이 있는 최첨단 유니폼입니다.
게다가 이렇게 재생 섬유로 만들어진 유니폼은 높은 가격의 원자재를 절약할 뿐만 아니라 원사 폴리에스테르 제조 과정과 비교해 에너지 소비를 상당히 줄인다고 휴비스의 김춘기 연구원은 강조합니다.
김춘기
: 이번 9개국 대표팀과 응원단의 유니폼을 만드는데 버려진 페트병 254톤이 사용됐습니다. 이렇게 많은 양을 재활용함으로써, 쓰레기 매립 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석유자원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번 유니폼을 사용하는데 304톤의 석유자원을 소비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석유가 절감된 것입니다. 페트병을 재활용하는 공정은 석유자원에서 원사를 제조하는 공정보다 짧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CO2발생량의 70% 정도가 감소되고, 공장에서 소비할 수 있는 에너지소비량을 15% 정도 줄일 수 있습니다.
10여 년 전만 해도 매립하거나 소각 처리됐던 페트병. 이런 페트병이 완전히 썩기까지는 100여 년이 걸릴 정도로 환경에 치명적인데요, 친환경 월드컵 유니폼은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사회가 아닌 함께 공생할 수 있는 자원순환형 사회를 만들어가는 노력의 일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도 기회가 되는대로 구입해 한번 입어봐야겠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뉴스입니다.
-- 중국 산둥성과 장쑤성 동부 해안에 녹조류 비상이 걸렸습니다. 중국 국가해양국은 최근 자체 웹사이트에 산둥성 칭다오 앞바다 400㎢ 가량이 넓이 2∼3m에 길이 수백m의 녹조류들로 뒤덮였으며 북쪽 방향으로 하루 7∼9㎞ 속도로 북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조류는 통상 강한 햇볕에 노출되면 부패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악취가 풍길 뿐더러 여기에는 인체에 유해한 독성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칭다오에는 관광객이 급감하고 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습니다. 칭다오 해변에서 모터보트 대여업을 하는 쑨훙빈 씨는 "칭다오 해변을 찾는 관광객이 하루 5천∼6천명에 달하는데 앞바다를 뒤덮은 녹조류 탓에 하루 수백 명에 그치고 있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베이징 올림픽 개최 당시 요트경기가 예정됐던 칭다오에서는 녹조류 번식 때문에 경기 개최가 불가능할 상황에 처하자 중국 정부가 적극 나서 100만t의 녹조류를 제거하고서야 경기를 치를 수 있었습니다.
-- 아시아개발은행이 아시아 지역 물 부족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물 사용과 관련한 효율성 개선을 촉구했습니다. 구로다 하루히코 아시아개발은행 총재의 특별자문관인 아르준 타판 씨는 최근 각국이 더 늦기 전에 물 자원 관리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시아개발은행의 전망에 따르면 2030년까지 아시아 지역의 물 공급이 수요의 60%에 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시아 수자원의 80%가 농업용인 점을 고려하면 물 부족은 식량사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타판 자문관은 경고했는데요, 농업. 산업용 물 소비 효율성은 1990년 이래 매년 단 1%씩 개선되고 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또 다른 문제점은 한번 사용된 물이 제대로 정화 처리되지 않아 하천 등 수자원이 오염되고 있는 점입니다. 타판 자문관에 따르면 필리핀의 412개 하천 가운데 50개는 이미 생물학적으로 '죽은' 강이며 중국 황허강의 50% 가량은 심하게 오염돼 농업용수로도 쓸 수 없는 지경입니다. 타판 자문관은 "정부와 지역사회는 지금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물 부족 압박은 계속 커질 것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