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고통받는 지구 살리자 '지구의 날' 행사

지난 19일 인천시 남구 신세계백화점 인천점 사거리에서 인천지역 환경단체 회원들이 '지구의 날(22일)'을 앞두고 플라스틱 제품 사용 자제를 호소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지난 19일 인천시 남구 신세계백화점 인천점 사거리에서 인천지역 환경단체 회원들이 '지구의 날(22일)'을 앞두고 플라스틱 제품 사용 자제를 호소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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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올해 '지구의 날'과 한반도의 플라스틱 오염 실태를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었는데요, 우선 저희 청취자들을 위해 ‘지구의 날’이 무엇인지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장명화: 네. 지구의 날은 매년 4월 22일, 지구 환경 오염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서 자연보호자들이 제정한 날입니다. ‘지구의 날’은 유엔이 정한 6월 5일 ‘세계환경의 날’과는 달리 순수 민간운동에서 출발했는데요, 지난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발생한 해상기름 유출사고를 계기로 1970년 미국 상원의원 게이로드 넬슨이 주창하고, 당시 하버드대학교 학생이던 데니스 헤이즈가 발벗고 나서 첫 행사를 열었습니다. 1972년에는 113개국 대표가 스웨덴 스톡홀름에 모여 '지구는 하나'라는 주제로 환경보전 활동에 유기적인 협조를 다짐하는 '인간환경선언'을 채택했습니다.

양윤정: 남북한도 ‘지구의 날’을 기념합니까?

장명화: 사실, 지구의 날 행사는 환경 문제가 커지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 때문에 1972년 후 20년 가까이 개최되지 못했는데요, 1990년에 이르러 제2차 기념행사가 열리면서 세계적으로 확산됐습니다. 바로 그 해에 한국에서도 가톨릭 단체와 민간환경단체들이 기념행사를 개최했습니다. 최근에 와서는 지방자치단체들도 적극적으로 기념행사에 나서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지구의 날’이 개최됐다는 소식은 아직 없습니다.

양윤정: 올해 ‘지구의 날' 주제가 '플라스틱 오염 중지'라면서요?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올해는 플라스틱이 지구적 환경문제로 급부상했습니다. 수년 전부터 이를 극복하자는 환경운동과 이를 경고하는 연구가 많았고, 여러 나라들과 도시들이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려는 조치를 취해오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플라스틱 오염이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올해 ‘지구의 날’ 뿐만 아니라, 오는 6월5일 '2018 세계 환경의 날'의 주제 역시 '플라스틱 오염을 물리치자'입니다. 지구와 환경을 살리기 위해 플라스틱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플라스틱의 생산과 소비를 대폭 줄일 수 있는 지구적 행동을 전개하자는 취지에서입니다.

양윤정: 플라스틱 사용은 구체적으로 생태계나 인체에 어떤 영향을 줍니까?

장명화: 플라스틱 중에서도 특히 미세 플라스틱이 더 문제인데요, 이 플라스틱은 5mm 미만의 작은 플라스틱으로 플라스틱 제품이 부서지면서 생성됩니다. 미세 플라스틱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그러나 미세 플라스틱에 노출된 지렁이는 내장염증과 성장지체, 높은 치사율 등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미세 플라스틱은 토양뿐 아니라 공기도 오염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대학의 환경조사그룹 소장인 프랭크 켈리 교수는 미세 플라스틱은 대기 중에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가장 큰 궁금증은 이러한 미세 플라스틱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 하는 것인데요, 전문가들은 미세 플라스틱이 인간의 건강에 위험을 미치는 잠재적 요소라고 말합니다. 예컨대, 하수 처리장을 통과하는 미세 플라스틱들에 해로운 세균들이 들러붙을 수 있습니다. 이런 오염된 플라스틱이 인체에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또 플라스틱 제조 과정에서 화학물질이 첨가될 수 있으며, 이를 가까이 하는 사람들이 화학물질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말합니다.

양윤정: 북한이나 남한의 플라스틱 오염 실태는 어떻습니까?

장명화: 전 세계 해안 지역에서 함부로 버려져 해양을 오염시키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을 추산한 연구가 지난 2015년 나왔는데요, 바로 '육지에서 대양으로 가는 플라스틱 쓰레기'라는 논문입니다. 2015년 2월 저명 학술지인 ‘사이언스’에 실렸습니다. 이 조사 자료에 따르면, 남한은 조사 대상 192개국 중 가장 모범적인 나라들에 속했으며, 북한은 쓰레기 처리가 가장 부적절하게 이뤄지는 나라로 꼽혔습니다. 바다로 흘러 들어가 대양을 오염시키는 플라스틱 쓰레기 양의 추산치를 국가별로 보면, 중국이 132만∼353만톤으로 단연 1위를 차지했습니다. 북한은 5만∼12만톤으로 세계 전체의 1%를 차지해 19위였습니다. 북한보다 인구나 경제 규모가 훨씬 큰 미국보다 북한이 일으키는 플라스틱 해양 오염이 더 많다는 분석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환경 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부소장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백명수) 북한주민들이 외국 쓰레기를 땔감으로 사용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평안남북도 주민들 중 일부가 나무나 탄 대신에 해외에서 들여오는 비닐 쓰레기를 땔감으로 활용한다는 것입니다. 비닐과 같은 플라스틱이 빈곤한 주민들의 생활에 유용하게 쓰이고 있는데요, 나무 살 돈을 아껴서 식료품을 사고, 대신 연료로 비닐을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비닐과 같은 플라스틱을 태우면 그을음과 함께 유해화학물질이 배출되는데요, 북한 주민들의 건강과 주변 환경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우려됩니다.

북한은 또 외화벌이를 명분으로 중국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포함한 산업쓰레기를 수입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지난 2008년 북한이 중국과 북한 교역관련 웹사이트에 산업 쓰레기를 구한다는 내용의 광고를 게재하면서, 중국산 폐 플라스틱을 비롯한 쓰레기를 북한에 보낼 업체를 찾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당시 자유아시아방송에 “중국 업체들이 수집한 산업용 쓰레기가 북한으로 들어간다고 추정된다”면서 “대부분의 쓰레기는 처리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으면 환경오염에 치명적”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양윤정: 마침 중국이 폐기물 수입 금지 조치를 확대하면서 남한을 포함해 전 세계가 ‘쓰레기 대란’에 직면하고 있지 않습니까?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중국은 지난해 24종의 고형 폐기물에 대해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린 데 이어 이를 32종으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중국 지도부는 환경보호를 최우선 순위로 놓으면서 폐기물 수입을 제한하고 있는데요, 그 동안 폐기물 처리를 중국에 의존했던 전 세계 각국은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이는데 마땅한 해결방법은 보이지 않는 위기에 놓이게 됐습니다. 당장 영국은 재생 플라스틱 쓰레기 대부분을 중국과 홍콩으로 수출했는데요, 플라스틱 쓰레기를 처리할 방법을 찾지 못해 결국 소각장으로 보내고 있는 형편입니다. 남한의 경우, 중국의 재활용쓰레기 수입 규제로 폐 플라스틱 수출량이 9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한국 내 수요가 적은 저급 페트병 파쇄품과 열가소성 플라스틱인 폴리염화비닐의 올해 1~2월 대중 수출량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92%가 감소했습니다. 이 여파로, 수도권 일부 재활용업체가 폐비닐 등 재활용쓰레기 수거 거부를 통보해 전국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한동안 큰 혼란을 겪기도 했습니다.

양윤정: 근본적으로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는 게 시급하지만,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는 않은데요, 뭔가 손에 잡히는 해결 방안이 있긴 합니까?

장명화: 네. 영국 과학자들이 미생물로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희소식이 나왔습니다. 플라스틱을 잘게 부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원료 상태로 되돌리는 방법이어서 플라스틱의 완전한 재활용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영국 포츠머스대의 존 맥기헌 교수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미생물에서 분리한 페트 분해 효소의 구조를 밝혀냈으며, 이를 기반으로 페트 분해 능력을 20% 이상 증가시킨 새로운 효소를 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음료수병에 많이 쓰이는 페트는 석유 화합물을 원료로 만드는 플라스틱의 일종인데요, 전 세계에서 1분에 100만개의 페트병이 팔리고 있지만 재활용률은 14%에 그치고 있습니다. 자연 상태에서 페트병이 분해되는 데 수백 년이 걸립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