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시설 안전사고 발생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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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북한의 핵시설 안전사고 발생가능성을 들여다봅니다.

(신창훈) 북한이 1990년대 초기에 핵확산금지조약과 국제원자력기구를 탈퇴한 이후, 북한 핵관련 시설 근무자들은 국제적으로 인정된 안전기준과 근무여건에 관한 최신 정보를 20년이 넘도록 전혀 접하지 못했습니다. 핵 프로그램 같은 대단히 위해한 활동에서는 이러한 인적 요인이 매우 중요한데도 말입니다.

한국의 민간연구단체인 ‘아산정책연구원’의 신창훈 연구위원이 최근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산하 ‘아프리카, 세계보건, 국제인권, 국제기구’ 소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한 내용입니다. 신 연구위원은 북한 내 핵관련 시설에서 1990년대 수준의 안전문화와 안전기준이 지속된다면, 심지어 핵을 평화적으로 사용할 경우에도 근로자의 실수로 방사능 물질 유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신 연구위원은 이 같은 우려가 자신이 평안북도 영변의 핵재처리 시설과 황해도 평산 우라늄 광산에서 일했던 탈북자들과 면담을 한 조사결과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에 따르면, 영변에는 1986년 건설한 5MW 실험용 원자로와 1965년 구소련이 건설해준 연구용 원자로 등 흑연로 2기와 재처리 방사실험실, 핵연료 가공공장 등이 있습니다. 핵물리학자인 신성택 박사의 논문에 따르면, 황해도 평산 광산은 22개 생산단위공장, 4개의 선광시설, 600m의 광석운반 컨베이어로 원광을 인접 평화리 정련공장으로 보내 1일 300kg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강행 가능성도 문제지만, 이에 못지않게 위험한 것이 핵무기 개발에 골몰하는 북한 정권이 핵관련 시설 근무자들의 안전을 도외시하고 있는 점이라고 신 연구위원은 강조했습니다.

(신창훈) 핵시설 근무환경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었다고 탈북자들은 말했습니다. 예를 들면, 라돈 농도를 희석할 환기시설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겁니다. 환풍기 같은 환기시설은 안전한 근무환경을 보장하는 필수 보호조치입니다. 우라늄 광산 근무자의 경우, 먼지 차단 효과가 있는 특수 마스크를 제공받지만, 그 품질이 너무 나빠 우라늄 광산 지하에서 아예 사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라돈이란 지각을 구성하는 암석, 토양 등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우라늄이 핵붕괴 후 생성하는 무색, 무미, 무취의 방사능을 띤 비활성 기체로, 흡연 다음으로 높은 폐암 유발물질입니다. 밀폐된 공간, 특히 지하 작업 공간에서 일하거나 생활하는 사람들은 높은 농도의 라돈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라돈은 공기보다 무겁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건물의 낮은 층이 높은 층보다 높은 농도를 나타냅니다.

북한 당국이 적절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둘째 치고, 근로자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하기도 어렵다고 신 연구위원은 말했습니다. 근무지에 어떤 안전장치가 있는지 듣지도 못한데다, 자신이 어떤 물질을 다루는지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금광에서 일하는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평산의 우라늄 광산에서 일한 탈북자도 있었고, 자신이 다루는 물질이 고농도의 방사능 화학물질인줄 몰랐던 탈북자도 있었습니다.

(신창훈) 저희가 면담한 또 다른 탈북자는 영변의 방사능화학실험실에서 분석가로 일했습니다. 이 사람은 한 일 년간 훈련을 받았는데, 자신이 어떤 물질을 다루는지 전혀 듣지도 못했고 알지도 못했습니다. 실험실에서 일하는 다른 사람들도 관련 정보를 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탈북자의 업무는 단지 과학자들에게 물리적 측정기구에 나타나는 색깔을 보고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들 탈북자들이 정확히는 모르지만 뭔가 정상이 아니라고 느끼기 시작하는 것은 점점 더 많은 근로자가 작업장에서 여러 이상 징후와 고통을 겪는 모습을 보게 되면서부터입니다.

(신창훈) 예를 들면, 영변의 방사능화학실험실에서 일했던 여성들의 임신율이 매우 낮았습니다. 실험실 내 분석부 직원 50명 가운데 60%가 여성이었는데, 이 가운데 기혼 여성 대부분이 실험실에서 근무할 당시 임신하지 못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상당수의 근로자들이 작업장에서 메스꺼움, 구토, 극심한 피로, 그리고 고열 증상을 보였습니다.

신 연구위원의 이러한 증언 내용은 지난 몇 년간 일본발 방사능 유출 공포로 시달렸고, 최근에는 북한의 4차 핵실험 가능성으로 고심하던 미국 의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인 크리스 스미스 소위원회 위원장의 질문입니다.

(크리스 스미스) 북한 당국이 북한 근로자들을 암이나 조기사망이 확실한 직업병에 노출시킨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신 연구위원, 그 부분에 관해 더 상세하게 이야기해줄 수 있습니까? 구체적인 수치가 혹시 있습니까?

신 연구위원은 그러나 관련 증언을 해 줄 탈북자들의 수가 제한돼있어, 현재로서는 구체적으로 수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 소식입니다.

-- 세계은행 부총재를 역임한 린이푸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명예원장이 "환경오염 문제를 이대로 방치할 경우 2025년에는 중국인 사망의 최대요인이 오염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린 원장은 최근 광저우에서 개최된 국제회의에서 "중국이 체제조정을 통해 녹색성장의 길을 걸어야 하며, 이것이 중국에게는 큰 도전이 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습니다. 린 원장은 "중국이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기록한 국가지만 과도한 환경오염과 낮은 생산성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러한 종류의 성장 모형은 지속가능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중국은 2008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일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이 됐고, 매년 세계 이산화탄소의 25%를 배출하고 있습니다.

-- 미국 캘리포니아 주가 기온은 높아지고 가뭄은 심해지는 기상 이중고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미국 국립기상센터는 최근 캘리포니아가 올해 여름 사상 최고 기온에 4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국립기상센터는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캘리포니아 주 기온은 평균보다 5도 높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립 한발감시센터는 이에 앞서 캘리포니아 주 전역으로 번진 가뭄이 이상 고온 현상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발감시센터는 캘리포니아 주 전역의 3분 1이 '심각한 수준의 가뭄 상태'라면서 이는 캘리포니아 주 역사상 최악이라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