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금강산 소나무 병충해 원인 분석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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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비상에 걸린 북한 금강산의 소나무 병충해와 남측 조사단의 최근 현장 방문을 살펴봅니다.

(소나무 동요) 소나무야 소나무야 언제나 푸른 네 빛...

한국 어린이들이 많이 부르는 ‘소나무’라는 제목의 동요를 들으셨는데요, 금강산 소나무가 최근 나무 밑동서부터 누렇게 변하는 이상 증상을 보이고 있어, 남한의 전문가들이 이 지역의 병해충 실태를 조사하고 돌아왔습니다.

이는 북한 측이 지난달 중순 현대아산을 통해 원인을 알 수 없는 소나무의 이상 상태를 함께 조사하자고 제안해 이뤄졌습니다. 현대아산은 지난 1998년 금강산 관광 시작 이후 남북경협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1999년에 설립된 남북경제협력 전문기업입니다.

이 같은 북측 요구에 따라 현대아산에서 국립산림과학원 4명과 수목보호협회 2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사단을 꾸렸고, 북측이 이를 다시 승인해 방북이 이뤄졌습니다. 이들은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북측 고성읍 지역과 외금강, 내금강 지역을 둘러보고, 금강산 소나무의 병해충 상태를 살폈습니다.

남측 조사단이 2박 3일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날, 검역장에서는 병해충에 걸린 금강산 소나무의 가지로 보이는 시료(샘플)도 눈에 띄었습니다. 조사단은 그러나 분석해야 할 부분들이 남았다며 구체적인 사항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말을 아꼈습니다. 다만 피해 면적은 재방문을 통해 분석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박경석 임업연구관의 말입니다.

(박경석) 피해는 있었고요. 약재를 저희들이 지원하면 회복시킬 수 있을 거로 판단이 됩니다. 재선충은 아닙니다.

재선충은 크기 1mm 내외의 실 같은 선충으로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나 북방수염하늘소의 몸 안에 서식하다가 새순을 갉아 먹을 때 상처부위를 통하여 나무에 침입합니다. 침입한 재선충은 빠르게 증식해 수분, 양분의 이동통로를 막아 소나무를 죽게 합니다. 경기산림연구원의 권건형 박사가 한국 MBC방송에 나와 한 말입니다.

(권건형) 재선충에 감염된 하늘소가 한 마리라도 잎을 갉아먹게 되면 소나무는 몇 개월 안 돼 고사되는 무서운 병입니다.

한국에서는 1988년 부산 동래구 금정산에서 처음 발견된 뒤 피해가 점점 늘어 지난해에는 무려 218만 그루가 재선충에 감염됐습니다. 아직 효과적인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은 탓에 감염된 소나무는 모두 베어낼 수밖에 없습니다. 확산을 막기 위한 유일한 방법으로 벌목한 소나무를 잘게 잘라 약품을 넣은 뒤 비닐을 씌워 2년간 훈증처리하게 됩니다. 신명환 광주시 산림보전 주무관이 한국의 YTN 방송에 밝힌 말입니다.

(신명환) 감리가 돌아다니면서 현장을 확인하고 있고 2차적으로 저희 담당 공무원들이 현장에 나가서 훈증무더기의 품질향상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강원도는 최근 전국적 확산추세에 있는 소나무 재선충의 피해확산 차단을 위해 경기도와 북부지방산림청 등 연접 시군과 공동대응에 나서기까지 한 실정입니다. 금강산은 강원도 속초시와는 약 50 km 떨어져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북한이 남측 전문가들의 현지 조사를 제안했을 때, 일각에서는 금강산 소나무의 이상 증상은 근래 남한 당국이 확산방지에 힘쓰고 있는 재선충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아직 정확한 원인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보통 소나무가 잘 걸리는 재선충이나 솔잎흑파리 등과 같은 병충해와는 다른 증상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 들어 극심했던 북한 지역의 가뭄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정확한 원인은 조사 결과를 기다려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금강산 일대의 소나무들은 그 자태가 아름답기로 소문나 있습니다. 그래서 금강산 소나무의 빼어난 자태는 겸재 정선 등 화가들의 화폭에 단골 소재였습니다. 때문에 이 지역의 소나무들은 분단된 한반도의 북쪽지역에 있는 자원이지만 미래세대를 위해 지켜야 할 자연유산입니다.

한국 정부도 이런 이유로 금강산 소나무를 지키려는 민간 교류를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입니다. 한 통일부 당국자는 한국 언론에 “금강산 지역은 남북이 공동으로 보호해야 할 유산이므로 조사결과를 보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실 남측은 과거에도 남북교류협력사업으로 금강산 일대 소나무 숲에 대한 방제를 실시한 적이 있습니다. 강원도는 2001년부터 금강산 일대의 솔잎흑파리 피해지역에 남북 공동의 방제작업을 진행해 붉게 변했던 소나무숲이 3년 만에 제 모습을 찾았었습니다. 또 2005년 4월 광복60주년 식목일을 맞아 남북 민간단체의 주도로 남북 주민이 금강산에서 소나무와 잣나무 6000그루를 심는 공동 식목 행사를 갖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의 김성일 교수는 이번 주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통화에서 북측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남측 조사단의 금강산 방문을 크게 환영했습니다. 김성일 교수는 지난해 ‘북한 산림, 한반도를 사막화하고 있다’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한 산림학자입니다.

(김성일) 지난 한국 정부 말과 이번 한국 정부 초기부터 대북지원을 위한 여러 가지 조치와 실질적인 제안을 했음에도 잘 안됐습니다. 최근에도 매우 구체적인 제안과 대화가 오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결국 실현이 안됐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병충해 건으로 북한이 대화의 문을 열었다는 것과 실질적으로 현장을 개방했다는 것은 상당히 큰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군부와 정치적 이유로 문이 완전히 닫혀 있지 않았습니까? 물론 이번에 문을 연 것은 여태까지 상황에 비해 병충해의 피해 정도나 관련 기술적 지원에 대한 요구가 급격히 커졌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또 좋게 생각하자면 이것이 북측에 의해서 내려진 나름대로의 좋은 표시입니다.

김성일 교수가 언급한 대로, 박근혜 한국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초 독일을 방문했을 때 드레스덴 선언을 통해 북한 지역의 산림개발에 남북이 힘을 합치자고 제안한 바 있습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박근혜) 산림의 황폐화로 고통 받는 북한 지역에 농업, 축산, 그리고 산림을 함께 개발하는 복합농촌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남북한이 힘을 합쳐야합니다.

마침 북한 정부는 오는 2023년까지 나무 65억 그루를 심는 산림복원 10개년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번 조사로 남북 간 산림협력 가능성까지 조심스럽게 점쳐지는 가운데, 경색된 남북관계를 푸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