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vs 큰꽃정향나무’, 북 식물명, 50% 남한과 달라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18-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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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생물종 목록집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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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부소장과 함께 남북한의 식물 이름을 비교 분석한 최신 연구결과를 자세히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마순희) 한국에 처음 나온 탈북자들에게는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이 사실입니다. 그 중에서도 언어의 장벽을 한국사회에 정착하는데 가장 큰 어려움 중의 하나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남과 북은 한민족이고 다 같은 한국어를 구사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동안 70여 년을 단절되어 살아오다 보니 언어에서도 차이점이 적지 않거든요. 제가 탈북자로서 남북한을 다 같이 살아보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북한은 그래도 고유한 조선어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하다 보니 순수한 우리말을 더 많이 쓰고 있는 것 같아요.

방금 들으신 것은 함경북도 무산 출신의 탈북자 마순희 씨가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한 말인데요, 이런 어려움은 탈북자들만 겪는 게 아닙니다. 남한 여자농구대표팀의 임영희 선수는 지난달 초 남북 통일농구대회에 참가했는데요, 남북 선수들 간의 언어 문제를 언급하면서 "아직 알아듣지 못하는 말이 있더라"고 한국 언론에 최근 밝혔습니다.

이 같은 남북한 언어의 이질감은 남한과 북한에서 표준명으로 부르는 식물 이름에서도 나타났는데요, 북한에서 사용하는 식물 이름의 절반 가량이 남한과 다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백명수 부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이 올해 1월부터 최근까지 북한 지역의 식물 3,523종이 담긴 ‘조선식물지’를 남한의 ‘국가생물종목록’과 비교한 결과, 약 50%에 해당하는 1,773종의 식물 이름이 서로 다르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비교분석에 사용된 자료 중 국가생물종목록은 국립생물자원관이 2007년부터 매년 신종, 미기록종 등을 담아 연말에 발표하는 생물자원에 대한 국가데이터베이스입니다. 북한의 ‘조선식물지’는 북한 식물학자 18명 등에 의해 2000년에 발간된 문헌으로 북한 지역의 식물학적 연구가 종합적으로 정리되고 있다고 평가 받고 있습니다.

참고로, ‘생물자원’은 실질적 또는 잠재적으로 인류를 위해 사용될 가치가 있는 유전자원, 생물체, 유기체군 또는 생태계의 생물적 구성을 말하고, ‘데이터베이스’는 정보를 일원화해 처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 서로 관련성을 가지며 중복이 없는 데이터, 즉 자료의 집합을 말합니다. 백 부소장에게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달라고 하니, 작약, 무궁화, 쥐똥나무, 라일락 등 꽤 귀에 익은 이름이 잇달아 나옵니다. 백 부소장의 말, 들어보시죠.

(백명수) 대표적으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작약을 북한에서는 ‘함박꽃’으로 부릅니다. 일본목련은 ‘황목련’으로 부르고 있고, 장미목에 속한 자도나무는 북한에서 ‘추리나무’로 불립니다. 또 마디풀목에 속한 소리쟁이는 북한에서 ‘송구지’로 부르며 나물로 식용합니다. 무궁화는 북한에서 ‘나무’를 붙여 ‘무궁화나무’로 불리고 있고, 마찬가지로 오미자도 ‘오미자나무’로 부르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홀아비꽃자’라고 부르는 식물은 ‘홀꽂대’로, 기생꽃은 ‘애기참꽃’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쥐똥나무는 ‘검정알나무’, 며느리배꼽은 ‘참가시동굴엮기’로 불립니다. 백송은 ‘흰 소나무’, 라일락은 ‘큰꽃정향나무’로 부르고 있고, 중국단풍은 ‘애기단풍나무’로, 서울제비꽃은 ‘긴털제비꽃’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이렇게 남북 식물의 이름이 서로 다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가장 큰 이유는 이름을 정하는 방식의 차이 때문이라고 백 부소장은 설명합니다.

(백명수) 일반적으로 남한은 식물 국명을 최초 부여한 문헌의 선취권을 인정해 정하고 있습니다. 반면, 북한은 국가 또는 일부 학자에 의해 제시된 통일된 정책기준으로 식물명을 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북한은 가급적 한자어나 외래어, 비속어, 지역 명칭 등을 식물명에서 배제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국립생물자원관이 조사한 결과에서 식물명이 다른 1,773종을 유형별로 분석해보면, 외래어 순화나 비속어 배척 등 남북한의 정책적 원인에 의한 차이가 18% 정도 됐고, 합성명사, 즉 이름 뒤에 ‘나무’나 ‘풀’ 등을 붙이는 단순한 차이가 약 10%, 그리고 두음법칙의 미사용 등 표준어 표기법 차이에 의한 차이가 7% 정도였습니다. 이 밖에도 기준명, 즉 속명의 차이나 문화의 차이에 따라 다른 것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책적 원인에 의한 차이의 사례로, 북한에서는 ‘소경불알’을 ‘만삼아재비’, ‘며느리밑씻개’는 ‘가시덩굴여뀌’으로 순화해 사용하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사실 부르기도 민망한 ‘며느리밑씻개’는 남한에서도 일제의 잔재라는 비판이 있던 이름인데요, 일본에서 가시가 많은 풀의 모양에서 착안해 ‘의붓자식 밑씻개’라는 미움 받는 대상의 이름을 붙였는데, 한국에선 일제강점기에 며느리로 바뀌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또, 남한과 달리 북한에서는 두음법칙이 없어서, 남한의 ‘연꽃’은 ‘련꽃’, ‘용담’은 ‘룡담’, ‘나한송’은 ‘라한송’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이번에 파악된 북한의175종은 다행히 남한의 국가생물종목록에 추가될 예정입니다. 백 부소장의 설명, 들어보시죠.

(백명수) 북한의 조선식물지에 수록된 식물 총 200과 996속 3,523종 가운데 전 세계에서 북한에서만 자라는 고유종은 장군폴, 쌍실버들 등 58종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남한 문헌에 기록돼있지 않은 식물은 모두 314종이었는데요, 국립생물자원관은 재배하는 종과 분류학적으로 재검토가 필요한 139종을 제외한 175종을 국가생물종목록에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이번 조사를 토대로 국가생물종목록과 북한의 조선식물지의 차이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국가생물종목록집 북한지역 관속식물’을 발간했습니다. 국립생물자원관 홈페이지에서도 관련내용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https://www.nibr.go.kr/main/main.jsp

문제는 한반도에는 이런 식물을 포함해 약 10만 종의 생물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70년 가까이 단절된 북한에는 어떠한 생물들이 살고 있는지 파악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백 부소장이 한반도 생물다양성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남북한 생물표본의 상호교환, 연구자들의 공동 조사 등 남북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재차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생물다양성은 특정지역 내의 생물들이 보여주는 유전자, 종, 생태계의 종류들을 말합니다.

(백명수) 하지만 아직 가시적인 계획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남북한은 분단 이후 지속적으로 이질화되어 한반도에 자생하는 식물의 현황도 서로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한 식물명 비교분석자료는 생물다양성 관리 차원에서 식물명에 대한 남북한의 이질화 정도를 파악하고 그 원인을 분석한 것입니다. 이는 남북 생물다양성 관리의 통일화 방안 필요성을 제시해주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2014년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됐고 남한도 국내 이행을 위해 지난해 유전자원법이 제정됐습니다. 한반도 자생식물에 대해 남북한이 공동으로 발굴하고 분류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북한은 아직 나고야의정서 당사국이 아니지만 남북협력 기류를 발판으로 빠른 시일 내에 남북한 연구자들이 모여 한반도 생물종목록을 위해 통일된 식물명명 규정을 논의하고 합의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나고야의정서’는 국가 간에 생물자원을 활용하여 생기는 이익을 공유하기 위한 지침을 담은 국제협약인데요, 이 협약에 따라 당사국의 자생 생물을 외국에서 이용했을 때 반드시 당사국의 관계기관과 이익을 나눠야 됩니다. 이런 이유로 식물에 대한 이름, 과학적인 학명을 통일화시켜서 공동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입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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