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두루미 복원 프로젝트 중단에도 비교적 잘 진행돼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18-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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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평양을 방문한 정종렬 교수 (오른쪽)가 북한의 박우일 박사와 평양호텔 로비에서.
최근 평양을 방문한 정종렬 교수 (오른쪽)가 북한의 박우일 박사와 평양호텔 로비에서.
사진-정종렬 교수 제공

정 교수가 세계 최초 저어새 사육을 시도 성공한 영상 (제공: 정종렬 교수)

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최근 평양을 다녀온 국제적 조류학자 정종렬 박사를 통해 북한 쪽 두루미 월동지 복원 실태를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두루미’ 노래) 깨끗한 압록강 압록강 모래 섬 가에, 백설 같은 두루미 하얀 두루미, 떼를 지어 내려 앉았네, 깃을 다듬네……

강원도 양구 출신인 중국 연변의 대표적 문인 리상각 씨가 지은 ‘두루미’에 곡을 붙인 노래, 들으셨는데요, 가사 중 나오는 “떼를 지어 내려 앉았네’라는 표현이 옛말이 된지는 오랩니다. 가장 극단적인 예는 세계적 두루미 월동지인 강원도 안변의 넓은 들판입니다. 안변에는 1984년 220마리, 1988년 140마리, 1990년 70마리의 두루미가 월동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1997년 이후 찾아가는 두루미가 없어졌습니다.

그 이유는 구 소련이 붕괴하자 비료 생산용 석유화학제품을 지원해주던 게 끊겨 농업 생산성이 낮아져섭니다. 홍수를 비롯한 자연재난으로 식량난은 가중됐고, 가능한 모든 땅을 개간해 농지로 활용하고 수확 뒤 논에 남겨지는 낟알도 없게 됐습니다. 두루미들은 서식할 공간과 먹이를 졸지에 잃어버린 것입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국제사회는 2008년 ‘안변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사업을 시작했는데요, 각고의 노력 끝에 2009년 11월에는 42마리의 두루미가 안변에 머물다 갔습니다. 2011년에는 72마리, 2015년에도 116마리가 머물다 갔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으로 정세가 불안정해져 2015년 외부 지원이 중단되면서 안변 프로젝트 역시 중단됐습니다.

때문에 외부 전문가들은 안변 지역을 둘러싼 수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돼지 않았을까 우려해왔는데요, 그런 우려는 할 필요가 없다고,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재 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계열 조선대학교의 정종렬 교수는 단언했습니다.

(정종렬) 같이 처음부터 해온 박우일 박사님과 평양에서 만났습니다. 저도 지난 2015년부터 (안변 프로젝트가) 중단되고 있다고 이야기 듣고 있었는데,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외국 사람(기관들)의 지원은 중단됐지만, 자체 힘으로 3년간 지속해서 그 프로젝트에서 해야 할 일들을 제법 많이 수행해왔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평양 방문 중, 정종렬 교수 (왼쪽에서 두 번째)가 평양 중앙 동물원 관계자들과 함께.
평양 방문 중, 정종렬 교수 (왼쪽에서 두 번째)가 평양 중앙 동물원 관계자들과 함께. 사진-정종렬 교수 제공

정 교수가 언급한 박우일 박사는 북한의 조류 전문가로, 북한 과학원 자연보호센터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앞서, 안변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국제 두루미재단’의 아치 볼드 박사는 2009년 한국 언론에 북한 측에서는 박우일 자연보호연맹위원장이 이 프로젝트에 협조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안변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했던 재일동포 정종렬 교수는 이번 북한 방문에서 2015년 프로젝트의 중단으로 안변 지역에서 월동하는 두루미의 개체 수에 변화가 있었냐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질문에, 기쁨을 표하며 이같이 대답했습니다.

(정종렬) 없었습니다. 거기까지도 다 보고를 해줬는데, 지난 3년동안의 평균을 보면, 두루미는 33마리, 재두루미가 40 마리, 흑두루미는 13 마리 등으로 한해 평균 86마리가 도래했다는 기록까지 다 넘겨주었습니다. 때문에 그 이전하고 다름없이 안변이 두루미의 중간 기착지로서 고정화되고 있다는 좋은 보고였습니다.

다행히 최근 들어 남북관계의 훈풍 속에 북한과 생태교류를 활성화하는 방안들이 강구되고 있는데요, 특히 북한을 비롯한 국내외 전문가들과 활동가들이 참여하는 두루미 연수회(워크숍)과 국제학술대회들이 잇달아 계획되고 있습니다. 당장 오는 21일에는 강원도 철원에서 두루미 연수회(워크숍)가 열리고, 내년 5월에는 전라남도 순천에서 한반도 두루미 류 보전 국제학술대회가 개최됩니다. 철원 두루미 연수회에 참석할 정 교수는 이런 일련의 움직임에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정종렬) 두루미의 경우, 안변의 월동지를 복원시키자는 것, 그리고 남쪽의 철원에는 세계에 자랑할만한 두루미 월동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이런 좋은 기운이 높아지고 있는 속에서 남북 강원도가 하나가 돼 두루미 보존을 위한 방책을 검토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원도 철원에는 지난 겨울에만 900마리가 훌쩍 넘는 두루미가 월동했는데요, 전문가들은 원래부터 철원에 이처럼 많은 두루미가 찾아오지는 않았다고 말합니다. 지난 1970년대부터 한국에 찾아와 두루미를 연구해온 국제두루미재단의 아치볼드 박사에 의하면 당시 철원 일대에는 100여마리가 좀 넘는 두루미가 월동하고 있었습니다. 이후 철원에 찾아오는 두루미 수는 1990년대 들면서 갑자기 늘어났습니다. 북한을 떠난 두루미들이 철원으로 몰렸기 때문이었습니다.

원주지방환경청에 따르면, 철원에서 월동하는 두루미와 재두루미 개체 수는 지난 3년 동안 크게 늘어났는데요, 올해 1월 두루미 930마리가 철원평야를 찾았습니다. 지난 2015년보다 200여 마리 증가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끊어진 남북한 철도와 도로 연결은 물론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전격 합의했는데요, 문 대통령이지난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밝힌 말, 들어보시죠.

(문재인)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철도, 도로 연결은 올해 안에 착공식을 갖는 것이 목표입니다.

문제는 이에 따라 경원선 철도복원 조기착공이 가시권 안에 들어왔다는 점입니다. 경원선은 서울 용산~의정부~양주~동두천~철원~북한 원산 등을 잇는 약 224 ㎞ 구간을 운행하며 물자를 수송했는데요, 6·25전쟁으로 접경구간 철로가 파괴돼 현재는 철원 백마고지 역까지만 운행됩니다.

이처럼 중단된 경원선 복원 사업이 재개될 경우 철원지역의 두루미 월동지 보호 문제가 대두될 것이란 우려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데 관해 묻자, 정 교수는 남북의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보호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조언했습니다.

(정종렬) 제가 그 질문에 충분히 대답을 할 만큼 철원에 대한 정보가 없습니다. 제가 철원에 간 것은 두 번뿐입니다. 철원에 관한 문제는 비닐하우스를 만들어서 서식지, 월동지 면적이 점점 줄어든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이번에 철도가 언급되면서 어떻게 되겠느냐는 걱정의 말도 있지만, 남북의 지자체가 공동으로 보호에 나서야 합니다.

정 교수는 그러면서 두루미에 대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서로에 대한 적개심을 덜어내면서 협력하다 보면 철도가 만들어지고, 도로가 만들어지는 속에서도 궁극적으로는 통일의 길로 나아가지 않겠느냐고 반문합니다.

(정종렬) 두루미는 예로부터 장수의 상징이고 길조로 늘 불려왔는데, 오늘 이렇게 남북이 평화적인 분위기로 나아가고 있는데, 이번 남북의 화해, 평화의 시대가 요구하는 사람과 두루미가 더불어 사는 새 출발점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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