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두루미 서식지 보전 및 복원 위한 남북 협력사업, 남북 관계 악화로 지지부진
2020.02.13
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소장과 함께 한반도의 두루미 서식지 보전과 복원 노력을 살펴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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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 울음소리)
방금 들으신 것은 두루미 울음소리인데요, 두루미는 ‘학'이라고도 하죠. 옛날부터 몸통의 흰 색깔과 꼬리와 목 부분의 검은색, 그리고 머리 부분의 붉은 부분의 조화가 절묘하고, 수명이 굉장히 길며, 날아다니는 모습이 아름다워서 학이라고 부르면서 한민족이 무척 좋아했습니다.
이런 두루미의 세계 최대 월동지인 강원도 철원 지역에 대한 민·관 서식지 보전사업이 성과를 거두고 있어 국내외에서 주목 받고 있습니다. 남한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철원군과 함께 2015년부터 서식지 보전사업을 추진해 왔는데요, 백명수 소장은 철원평야를 월동지와 기착지로 이용하는 두루미류 개체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며 크게 환영했습니다.
(백명수) 사업 시행 4년만에, 월동 개체수가 2배 가량 증가했습니다. 두루미는 2015년 711마리에서 2019년 1,023마리로, 재두루미는 2,444마리에서 4,469마리로 늘어났습니다. 최근 군사시설 보호구역조정 논의와 기업형 축사 난립 등으로 서식지 위협이 심화돼 보전을 위한 각계의 노력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올해 이 두루미 서식지 보전사업을 확대하고자 녹색기업협의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통해, 민간기업의 참여를 확대시키고, 나아가 환경부는 철원군 등과 협력해 체계적으로 서식지를 관리하기 위해 보호구역 지정과 철새도래지 보호를 위한 조례 제정, 벼 미 수확 존치 등 생물다양성 관리계획 사업 등을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참고로, ‘존치’는 제도나 설비 따위를 없애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을 뜻하는 한자어입니다. 그런데, 하고 많은 조류 가운데, 두루미 서식지를 보전하는 게 환경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뭘까요? 백 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두루미, 재두루미, 흑두루미 등과 같은 두루미류는 습지생태계를 대표하는 핵심종입니다. 하지만, 주요서식지인 농경지, 저수지, 하천, 하구, 갯벌 등이 훼손되거나 파괴되고 있어 두루미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두루미는 전 세계적으로 개체수가 급감해 세계자연보전연맹의 적색목록의 멸종위기로 분류돼있습니다. 남한에서도 두루미는 환경부의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돼있고, 문화재청의 천연기념물로도 지정해 보전하고 있습니다. 모두 15종의 두루미 가운데 7종의 두루미가 매년 겨울을 나기 위해 남한을 찾아오는데요, 러시아 시베리아 습지와 몽골 대초원에서 번식하고 새끼와 함께 추운 겨울을 피해 남한으로 내려온 후 봄이 되면 되돌아갑니다. 세계적 멸종 위기종 두루미를 보호하는 일은 습지 생태계의 파괴를 막는 일이고, 이는 다양한 생물종을 보호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북한도 두루미의 서식지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에서 가장 큰 두루미 월동지인 강원도 안변 지역이 유명한데요, 백 소장은 국제적 환경단체들이 추진한 일명 ‘안변 프로젝트’ 즉, ‘안변 사업’이 큰 역할을 했다고 높이 평가합니다.
(백명수) 안변 지역은 1980년대에 200마리가 넘는 두루미가 월동하는 지역이었지만, 1990년대 후반 들어 농업생산성이 떨어지고 식량사정이 악화되면서 대부분의 땅을 개간해 농지로 활용하고 그나마 남은 논에서도 수확 후 남겨지는 낟알이 없어지면서 두루미가 더 이상 찾지 않게 된 것입니다. 이를 복원하기 위해 2008년부터 ‘안변 프로젝트’가 진행돼왔는데요, 사업 시작 이듬해인 2009년 두루미 42개체가 안변에서 월동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개체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 2015년 100마리가 넘게 관찰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하지만, 북한 핵실험 등으로 국제관계가 악화되면서 두루미 복원 프로젝트에 대한 외부지원이 2015년에 중단됐습니다. 북한은 이후에도 자체적으로 보건사업을 지속했습니다. 또, 흑두루미의 주요서식처로 알려진 평안남도 문덕 지역은 철새보호구로 지정됐고 람사르 지역으로도 지정 받아 국가적으로 보호하고 있습니다.
‘람사르’는 습지 보호를 위한 국제 협약인 람사르협약이 체결된 장소의 이름인데요, 북한은 지난 2018년 이 협약에 가입했습니다. 람사르협약 가입국은 자국 영토에 있는 최소 한곳의 습지를 반드시 지정해야 하는데요, 북한의 경우, 평안남도 문덕 철새보호구와 함경북도 라선 철새보호구 등 2곳이 '람사르 지역'으로 지정됐습니다. 특히, 문덕 철새보호구는 두루미와 흑두루미 등의 서식지 역할을 하는데 국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입니다.
북한이 이처럼 람사르협약에 가입한 것은 자연과학 분야에서도 그 동안 걸어놓았던 빗장을 풀어 국제사회 일원으로 인정받으려는 행보로 분석됐는데요, 자국 내 습지를 비롯한 자연자원의 보전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학술교류를 늘리고 철새보호구에 대한 적절한 생태관광 프로그램 개발을 병행해 관광수입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남한이나 북한이나 두루미의 서식지 복원이 중요하다는 점에 이견이 없는 모양새인데요, 두루미를 중심으로 한 남북한 간 직접 협력사업은 현재 진행형일까요? 아쉽게도 대답은 ‘아니오’입니다. 백 소장의 말입니다.
(백명수) 두루미 서식지 보전이나 복원을 위한 남북한간의 구체적인 협력사업은 진행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두루미를 매개로 한 남한 차원의 남북 협력계획은 지속적으로 제안되고 있습니다. 흑두루미 보호에서 시작해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까지 지정 받은 순천시는 한반도 두루미 서식지 보전을 위해 남북한 학술교류, 한반도 두루미 서식지 공동복원사업을 제시했습니다. 접경지역에 위치한 경기도 연천군은 임진강 두루미 남북공동 보호활동으로 연천 민통선 내 임진강 빙애여울 두루미 월동지 일대에 대한 보호와 공동연구를 계획했습니다. 이 계획들은 4월 15일 판문점선언 이후 남북한 화해분위기 속에서 제안됐지만 지난해 남북관계의 악화로 사업이 실제로 착수되지는 못하는 상황입니다.
민통선은 DMZ, 즉 비무장지대 남방 한계선으로부터 남쪽으로 5∼20km의 거리를 동서로 잇는 민간인 출입통제선을 말하는데요, 백 소장은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남북 화해분위기가 성큼 다가오면 여지없이 나올 비무장지대의 개발 계획으로 이 지역이 몸살을 앓게 되면서 두루미 서식지도 파괴될 가능성이라고 우려합니다.
(백명수) 2018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생태평화 관광활성화, DMZ 생태문화 관광벨트 개발, 남북철도 및 도로 연결사업 등 각종 개발계획이 제안되었고, 행정안전부는 접경지역발전 종합계획으로 2030년까지 총 13조2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11년 민간인출입통제선 북상 이후 도로개설, 비닐하우스, 축사설립 등 급격한 토지이용 변화가 일어났고, 멸종위기종의 서식지가 파괴되거나 주민들의 삶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때문에 접경지역을 둘러싼 개발계획이 실현된다면 생태환경이 더 악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한반도의 두루미 서식지 보전과 복원 노력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기획, 제작,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