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부소장과 함께 부쩍 잦아진 남북한 지진을 들여다봅니다.
(지진음)
함경북도 길주 북 북서쪽 45㎞ 지역에서 지난달 규모 2.7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한국 기상청에 따르면, 진앙은 북위 41.32도, 동경 129.09도입니다. 진원의 깊이는 5㎞ 이내로 추정됩니다.
백명수 부소장은 리히터 규모 2.0-3.4 사이의 지진은 사람은 느끼지 못하고 진동만 탐지되는 정도인데, 이번 지진은 2.7이라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리히터 규모는 지진에 의해 리히터 지진계에 기록된 지각의 진동 수치를 말합니다.
(백명수) 북한의 지진발생 지역 주변의 피해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보도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지진의 강도가 크지는 않기 때문에 물리적인 피해는 크게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남한에서도 몇 차례 같은 규모의 지진이 이전에 발생한 적이 있는데요, 그 피해는 보고된 적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작은 규모의 지진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이 지역에 가해지는 충격이나 주민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클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길주군 인근에서 최근 5개월 사이에 2.5내의 잦은 지진이 9차례 발생했습니다.
한국 기상청은 이번 지진을 작년 9월의 6차 북한 핵실험으로 유발된 지진이며, 자연지진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지난 2017년 9월 3일 길주군 풍계리에서 6차 핵실험을 단행했는데요, 당시 한국 기상청은 인공지진으로 추정되는 규모 5.7의 지진파가 감지됐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기상청은 6.1, 미국 지질조사국과 중국 지진국은 6.3으로 관측했었습니다. 백 부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한국 기상청이)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공동으로 분석한 결과인데요, 6차 핵실험 장소로부터 북동쪽 2km 지역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6차 핵실험이 단행된 이후 9월 23일 두 차례의 지진이 발생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2.5내의 지진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모두 길주 지역 핵 실험장으로부터 몇 km이내 지역에서 발생한 것인데요, 핵폭발의 여파로 지진이 발생한 사례는 미국의 핵실험지역이었던 네바다 주와 구 소련의 핵 실험장으로 사용했던 카자흐스탄에서도 볼 수 있는 사례입니다. 핵폭발의 진동이 지반에 심각한 스트레스를 주면서 핵 실험장 인근에 지속적으로 규모가 작은 지진이 발생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실제로, 길주군외에도가장 최근에는규모 2.3 지진이2월 14일 오전 2시 14분께 황해남도 옹진 남쪽 14㎞ 해역에서 발생했는데요, 한국 기상청은 “자연지진으로 분석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평창올림픽 때문에 미뤄 뒀던 한국과 미국 연합 군사훈련이 재개되고 이에 대응해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데요, 백 부소장은 그렇게 되면 주변 지역의 생태계 파괴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백명수) 지금까지 6차례의 핵실험이 진행됐고, 발생한 인공지진의 규모도 모두 4.3을 넘었습니다. 특히 6차 핵실험 시 발생한 지진은 6.3의 규모로 중국과 러시아에서도 감지되었을 정도입니다. 이때 암석으로 된 만탑산의 돌이 깨지고, 깨진 돌덩이들이 무너져 내린 것으로 위성사진으로 관측됐습니다. 이에 따른 지형의 변화도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습니다. 핵실험의 여파로 지하 갱도가 무너졌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그 동안 핵실험이 1차를 빼고 모두 2번 갱도 북쪽에서 실시됐는데요, 더 이상 같은 장소에서 핵실험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만일 핵실험이 추가로 실시될 경우, 현재 만탑산 지하에는 60-100m 의 공동이 생겼을 것이라고 보는데요, 방사성 물질의 누출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현재 남북관계의 대외정세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악의 경우 7차 핵실험이 강행되면 그 피해는 더 가시적으로 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물리적 경관훼손뿐만 아니라, 방사성 물질의 누출로 지하수 등 주변환경과 생태계 피폭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당사국인 북한 정부는 핵실험으로 인한 환경 파괴는 없다고 공언해 왔습니다. 북한 조선중앙 TV에서 지난 9월 6차 핵실험을 발표한 내용, 잠시 들어보시죠.
(조선중앙TV) 방사성 누출 현상이 전혀 없고 주위 생태 환경에 그 어떤 부정적 영향도 주지 않았다는 것이 확증됐다.
하지만 북한 핵 실험장 근처에서 살다 온 탈북자들의 말은 다릅니다. 길주군에 거주하다 2010년 탈북한 이정화 씨는 지난 12월 미국 NBC방송에 나와, “정말 많은 사람이 죽었고 우리는 그걸 ‘귀신병이라 불렀다”며 “처음엔 가난하고 못 먹어서 죽는 줄 알았는데 이젠 방사능 때문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고 증언했습니다. 지난 2013년 풍계리 인근 지역에서 탈북한 이영실 씨도 NBC 방송에 이웃 주민들이 계속 장애아를 출산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 씨는 “생식기가 없어 성별을 알 수 없는 아이도 있었다”며 “북한 가족들은 여전히 두통과 구토를 호소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남한은 비교적 지진 안전지대라고 생각해왔는데요,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2016년 9월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에 이어, 포항에서는 지난해 11월 규모 5.4, 지난달 11일에는 규모 4.6의 지진이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광주와 전라남도 지역에서는 지난해에만 무려 15번의 지진이 발생해, 2000년 이후 가장 많았습니다. 백 부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지난해 남한에서는 11월 중순에 포항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그 지진 이후,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닐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남한에서 일어나는 지진을 북한의 핵실험 영향으로 보는 것은 약간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핵실험 지역과 남한은 수백km 떨어져있고 직접적인 연관을 짓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최근 ‘불의 고리’라 불리는 환태평양조산대의 매우 왕성한 활동이 한반도와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한반도는 환태평양조산대의 가장자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실제 진도 7의 지진도 여러 번 있었지만, 태평양 판 깊숙한 곳에서 지진이 일어났기 때문에 체감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만약 지표면 가까이에 발생했다면, 엄청난 피해도 이어질 수 있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지진에 대비해서 이제는 내진 등 강진 설계를 체계화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한반도에 지진이 잇따르면서 피해와 우려도 커지고 있는데요, 앞으로 지진에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를 묻자, 백 부소장은 긴밀한 남북간 협력 체제를 하루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백명수) 북한의 백두산도 포함될 수 있겠는데요, 최근의 핵실험으로 일어난 지진과 남한에서 발생한 포항, 경주 등의 자연지진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2000년 3월 한국지진공학회 논문집에 기고한 남북한 지진목록을 인용한 한국지진위험도에 따르면 1900년부터 1998년까지 한반도에 보고된 지진 3 이상의 지진이 모두 614건이 있었습니다. 해마다 6차례 정도가 발생한 셈입니다. 한반도의 지진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활성단층의 최대 450여개가 국내 땅속에 도사리고 있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연구는 아직 걸음마 단계인데요, 북한의 고위급 대표단 방남 이후에 남북 민간교류에 대한 기대가 커져가고 있습니다. 남북한이 공동으로 활성단층 지도와 지진위험 지도를 제작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지진 피해 발생시, 긴급지원 방안 등의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