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흥남 비료공장, 한반도 대기오염피해 첫 사례; 2019년 北 비료공장 인근 주민들 건강 괜찮을까?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19-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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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다수가 암에 걸린 전북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 인근 비료공장 내 불법 매립 폐기물을 찾기 위한 시추작업이 19일 진행되고 있다.
주민 다수가 암에 걸린 전북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 인근 비료공장 내 불법 매립 폐기물을 찾기 위한 시추작업이 19일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소장과 함께 집단 질병과 비료공장의 연관성, 그리고 북한 비료사용의 실태를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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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80여명이 사는 전라북도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은 남한에서 물 좋기로 소문난 조용한 마을입니다. 이 시골마을이 요즘 세간의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남한 정부가 ‘환경오염과 주민건강 실태조사’에 관한 용역을 실시한 결과, 이 마을에서 500여m 떨어진 비료공장이 주민들의 암 발생에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혀져서 입니다. 장점마을은 지난 2001년 비료공장이 들어선 이후 주민 80여명 중 30여명이 원인을 알 수 없는 각종 암에 걸려 지금까지 17명이 숨졌습니다. 백명수 소장의 구체적인 설명 들어보시죠.

(백명수) 환경부 역학조사팀이 비료공장에서 담뱃잎을 건조하는 과정에서 담배특이나이트로사민 (TSNAs)이 유기질 비료생산시설과 장점마을 마을 주변 2군데서 검출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공장 내부가 아닌 마을 인근에서 담배특이나이트로사민이 검출됐다는 것은 공장 굴뚝에서 배출된 분진이 날아가 쌓였기 때문입니다. 담배특이나이트로사민은 국제암연구소에서 발암성물질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이 물질에는 포름알데히드와 같은 일급 발암물질이 포함됐습니다. 이 물질은 인근 비료공장의 비료 제조과정에서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연초박’, 즉 담배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찌꺼기에서 검출됐습니다. 환경부 조사에서 해당 비료공장은 연초박을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약 2,500톤 가량 반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초박은 원래 퇴비로만 사용할 수 있는데, 해당 공장은 이를 비료 원료로 등록하지 않고 여러 물질을 혼합해 유기질 비료를 생산하는 데 사용했습니다.

마을주민들은 한국 언론에 2001년 이후 비료공장 앞 저수지가 시꺼멓게 변해갔고 폐사한 물고기들이 떠올랐다고 증언했습니다. 비료공장 굴뚝을 통해 악취를 머금은 연기가 마을을 감싸며 숨 쉬기조차 힘들었습니다. 주민들의 심한 고통은 알려졌고, 정치권이 움직이기 시작해 정부 차원의 조사가 2018년 시작됐습니다. 백 소장은 정부가 비료공장과 집단 암 발병의 개연성을 밝혀낸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높이 평가했습니다.

(백명수) 그 동안 비료공장 시설과 관련된 피해는 주로 유해화학물질에 의한 주변 환경피해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한국에서 대기오염 피해로 문제가 된 첫 사례는 1930년대 흥남의 질소비료공장에서 배출된 매연 분진과 아황산가스 피해였습니다. 이 물질들이 주변 수십 km에 이르는 경작지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고 보고됐습니다. 한국의 고도성장기인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비료공장시설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로 주변 농경지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울산 지역 삼산평야의 경우, 대표적 곡창지대였지만, 인근 비료공장 등에서 나온 아황산가스로 폐농지대로 변했습니다. 또, 한국 내 비료공장 주변의 연안과 저수지에서도 다량의 환경호르몬과 중금속이 검출됐습니다. 2000년대 초반 전국 10대 비료공장의 주변환경을 조사한 결과였습니다.

더 큰 문제는 비료를 농작물 생장에 필요한 영양소를 보장하고 땅의 지력을 높여 소출을 증가시킬 원천으로 여기는 북한의 비료공장 실태입니다. 사실, 북한 농업의 교과서가 된 이른바 ‘주체농법’에 의하면, 농업 생산에서 화학비료 사용의 원칙은 1:10입니다. 즉, 알곡 10톤을 생산하려면 화학비료 1톤을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한 당국은 이를 위해, 함흥의 질소비료공장, 안주의 남흥 요소비료 화학공장, 순천의 석회질소 비료공장 등 질소, 인, 칼륨 등과 같은 화학비료 공장을 건설했는데요, 백 소장은 대외 발표자료를 보면 식량생산 확대를 위한 비료생산 확대는 국가적 과제로 추진되지만, 정작 주민건강이나 주변 환경피해에 대해서는 알려진 정보나 자료가 없다고 우려했습니다.

(백명수) 북한의 전체 화학비료 수요는 연간 100만톤 가량인데, 흥남비료연합기업소와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가 주로 생산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이런 비료공장은 시설이 노후됬고, 질 낮은 에너지원을 사용해 유해한 대기오염물질이 대량 방출되고 있습니다. 중화학공업의 특성상 공해가 다량 배출되기 때문에 대기오염배출 저감시설 설치가 필수적이지만, 형편상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지역의 70% 정도가 공장지대인 흥남 지역은 맑은 날에도 1km 앞을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오염이 심각하고, 주민들은 기관지염이나 폐결핵, 피부염 등을 앓는 것으로 탈북자들이 전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도한 화학비료 사용은 수질과 토양, 생물의 다양성을 해치고, 농부의 건강까지 위협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인데요, 이미 6년전에 세계적으로 농·축산물 생산에 쓰이는 질소비료 사용량의 5분의 4 이상이 필요 없이 과잉 사용돼 환경오염 등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는 유엔환경계획의 연구 결과가 나온 상태입니다. 백 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화학비료의 과다사용으로 요소비료를 주어도 더 이상 거름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흙이 죽어가게 되는데요, 비료사용에 따라 질소는 하천 부영영화를 일으키고, 인산은 5년 이상 토양에 남아 집중호우가 내리거나 날씨가 뜨거울 때 주변환경에 피해를 줍니다. 환경으로 유출된 영양물질은 하천, 호수, 연안바다, 지하수 등에 심각한 수질오염, 적조, 녹조 현상을 일으킵니다. 또, 논에 과다하게 사용된 비료는 오히려 이끼를 자주 끼게 만들어 어린 모의 정상적인 탄소 동화작용을 막아 모가 자라지 못하고 시드는 현상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결국, 생산성 확대를 위해 사용된 비료의 남용은 토양 속 양분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산성화시키게 됩니다. 토양이 산성화되면, 토양의 구조가 흐트러져 쉽게 유실될 수 있습니다. 이런 조건에서 많은 비가 내리면, 유실된 엄청난 토사가 하천 바닥을 메우게 되고, 그로 인해 하천범람이 일어나 주변에 홍수피해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남북한이 이런 무시무시한 비료 남용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백 소장은 우선은 화학비료의 사용량을 줄이고, 친환경적 농업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백명수) 화학비료 생산량을 줄이기 위해 유기농법을 포함한 친환경적인 농업을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남북한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로, 화학(비료)공장의 공해배출을 줄이는 일이 긴급합니다. 남한 측에서 북한 측에 비료를 지원한 적은 있지만, 비료공장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을 저감하기 위한 협력은 없었습니다. 남북협력으로 중화학 공장시설에 대기오염 배출현황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장 대북제재 등으로 대기오염 저감장치 지원이 어렵다 해도 남북 협력 하에 현황조사를 통해 향후 구체적인 지원이나 협력 방안에 대한 계획을 수립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RFA 기획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집단 질병과 비료공장의 연관성, 그리고 북한의 비료 사용 실태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기획, 제작,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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