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바젤협약 가입국 북과 수은오염 조사 및 관리 국제협력 차원으로 접근해야
2019.09.19
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소장과 함께 갈수록 심각해지는 남북한의 수은오염 실태를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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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타인 쑤언구 주민) 불이 난지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냄새가 너무 독해서 집에 있기 힘들어요. 차를 타고 멀리 나가야 그나마 숨을 편히 쉴 수 있을 정도예요.
베트남 현지 방송에 나온 하노이 타인 쑤언구 주민의 말, 들으셨는데요, 베트남넷을 비롯한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하노이 타인 쑤언구에 있는 형광등업체의 창고에서 얼마 전 불이 나 3분의 1정도가 타면서 수은 누출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베트남 천연자원환경부는 업체 측이 수은 약 15㎏이 누출됐다고 보고했지만 전문가들은 수은 약 27㎏이 누출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창고 내부의 수은 농도는 세계보건기구 권고 기준의 10∼30배나 됐습니다. 백명수 소장은 이런 수은 누출이 상당히 위험하다고 지적합니다.
(백명수) 소량만 흡수돼도 체내에 이상반응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태아와 소아의 경우, 신경발달장애를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수은은 일단 대기나 토양, 수생환경으로 유출되면 독성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배출된 수은의 일부는 생물체 내에 쌓이면서 먹이사슬의 가장 윗부분까지 고스란히 남아 결국 인간이 섭취하게 됩니다. 수은은 체내로 들어가면 외부로 잘 배출되지 않아서 해롭습니다. 수은은 금속수은, 무기수은, 유기수은으로 구분되는데요, 특히, 유기수은 가운데 메틸수은은 독성이 강한데, 피부로 쉽게 흡수되고 극소량으로도 소뇌장애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사고가 난 타인 쑤언구는 한인 밀집 지역인 쭝화구와 접해 있고, 타인 쑤언구에 있는 일부 고층 아파트 단지에도 남한 교민이 다수 거주해 남한 언론도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혹시 남한 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수은 누출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는지 물었는데요, 백 소장은 잦지는 않지만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고 말했습니다.
(백명수) 남한 내에서는 작업환경에 의해서 수은에 중독된 사례가 1972년 최초로 보고됐습니다. 이후 1987년 형광등 업체에서 18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듬해 계량기 업체에서 근무한 한 청소년 근로자가 수은중독으로 사망했습니다. 1989년 다른 계량기 업체에서도 수은중독 환자가 집단으로 발생해 폐업했습니다. 1990년대는 주로 형광등 제조업체에서 수은중독이 문제가 됐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반도체 슬러지에서 수은을 재생하는 폐기물 처리장에 노동자 3명이 수은에 중독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백 소장이 언급한 ‘슬러지’는 진창, 진흙. 물탱크, 보일러 등의 바닥에 괴어 있는 침전물을 말하는데요, 사실, 수은의 환경적 누출로 인한 건강장해는 지난 1950-60년대 일본의 미나마타병이 가장 잘 알려졌습니다. 일본의 한 건전지회사에서 폐수로 방출된 수은이 미나마타만의 생태계에서 축적되면서, 이 수면에서 잡은 생선을 장기간 섭취한 주민들에게서 수은중독이 집단 발생했었죠.
그렇다면, 북한의 수은 중독이나 수은 누출 실태는 어떨까요? 백 소장은 가장 우려할 점은 북한의 폐광산에서 흘러나온 수은이 섞인 침출수가 인근에 누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라고 말합니다.
(백명수) 북한에는 다양한 광물이 매장돼있고 마그네사이트 등 일부 광물은 세계적 규모입니다. 하지만, 생산장비 노후화나 에너지 부족 등으로 신규자원 개발이 어렵고, 기존광산도 생산능력의 20-30%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따라서, 폐광산 지역도 많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폐광산의 중금속 누출문제는 한국 내에서도 매우 심각한 현안 중 하나입니다. 북한의 경우, 시설과 장비 등이 열악하기 때문에 폐광산의 방치와 이에 따른 중금속 유출문제는 더 심각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영향은 이미 현실화됐습니다. 남한의 환경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국가 수은 통합측정망 시범사업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청정 지역으로 알려진 파로호가 남한 내 호수·강 중에서 수은 오염이 가장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하류인 팔당호의 평균치보다 10배 이상 높았습니다. 상류에 있는 북한 폐광 지역에서 오래 전부터 오염 물질이 강을 따라 남쪽으로 흘러내려 왔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한국 언론의 올 3월 보도에 따르면, 남한 통일부는 지난해 말 가장 최근에 입국한 탈북자들과 북한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연구를 진행했는데, 조사 결과, 북한의 석탄 생산은 ‘탄광에 물이 차고 있다’는 말로 압축될 정도로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런 석탄 생산 부진은 폐광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반도가 이처럼 수은에 오염된 것은 석탄 사용이 많은 중국 영향도 큰데요, 중국 석탄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수은은 2015년 한 해 73t이었는데, 남한 내 발전소에서 배출하는 것은 연간 0.8t 수준이었거든요. 게다가, 전 세계 석탄사용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은 수은 배출량도 세계 1위입니다. 백 소장은 중국에서 배출한 수은이 남북한과 일본은 물론 태평양 건너까지 날아간다고 우려했습니다.
(백명수) 중국에서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수은이 한국까지 날아와 쌓이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올해 초 발표됐습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지난 10년간 서해, 북동중국해 연안 대륙붕에서 채취한 해저 퇴적물을 분석했습니다. 연구팀의 연구 결과, 육상의 하수 영향이 거의 미치지 않는 서해와 북동중국해 한 가운데에서도 수은 농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대기를 통해 먼 바다까지 확산한 중국발 수은이 한반도 서해와 북동중국해의 대륙붕에서 바닷물 속 유기물과 결합해 해저 퇴적층에 쌓인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매년 서해와 북동중국해에 침적되는 수은의 양은 약 21톤으로 분석됐습니다. 중국에서 대기를 통해 방출되는 상당한 양의 수은이 한반도뿐만 아니라 남중국해, 태평양 지역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한반도의 수은오염을 줄이기 위해 남북한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물었는데요, 백 소장은 남북한 당국이 국가 차원에서 수은 사용과 관리를 철저히 통제하고, 나아가 국제협력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백명수) 수은이 산업활동에 의해 주로 배출되는 만큼 작업장 환경에서 수은관리가 매우 필요하며, 수은이 들어가는 제품의 폐기도 매우 철저히 관리돼야 합니다. 가능한 수은 이용과 유통을 줄이는 정책이 시행될 필요가 있고, 수은 사용에 대한 감시도 필요합니다. 특히, 북한의 경우 폐광산에서 유출되는 수은에 대한 현황조사가 필요합니다. 마침 북한도 유해물질의 국경 이동과 처분에 관한 ‘바젤협약’에 가입돼 있기 때문에 수은에 대한 조사와 관리를 국제협력 차원으로 접근할 수 있을 듯합니다. 자국 내 수은 사용 현황, 폐광산 등 수은 유출과 퇴적 등에 대한 조사는 남북한이 협력해 진행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남북 공유하천을 중심으로 상류 수은 오염원 조사와 이를 줄이기 위한 정책 수립, 혹은 기술적 접근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합니다.
오늘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남북한의 수은오염 실태를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기획, 제작,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