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북한의 석유 탐사 자료를 살펴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최근 석유 분야 지구과학 전문지인 '지오 엑스프로'에서 북한 석유와 관련한 보고서를 게재해, 관심을 끌고 있는데요.
장명화: 네. 영국의 지질학자 마이크 레고 씨는 '지오엑스프로' 최신호를 통해 '북한 석유 탐사와 잠재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레고 씨는 "북한 육지와 바다에 원유와 천연가스가 존재한다는 많은 증거가 있다"며 "북한에서 원유와 가스의 상업생산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놀라울 지경"이라고 말했습니다.
양윤정: 저자 마이크 레고 씨는 북한 석유와 연관된 직무 경험이 있습니까?
장명화: 네. 레고 씨는 세계 2위의 석유회사 BP에서 수년간 근무했고, 영국 석유개발회사인 아미넥스에서 탐사분야 최고 책임자로 일했습니다. 참고로, 아미넥스는 지난 2004년 북한 조선원유개발총회사와 20년간 원유를 탐사하고 개발하기로 계약했던 업체입니다. 제가 지난 2004년 아미넥스의 최고경영자 브라이언 홀 씨와 한 전화 통화 내용, 잠시 들어보시죠.
(브라이언 홀) 북한은 상당한 석유매장량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의 발해만 지역과 가까워서, 북한에 석유 사업전망이 매우 높습니다. 지리학적으로도 매우 흥미 있는 지역이에요.
안타깝게도 아미넥스는 2012년 북한에서 철수했습니다. 레고 씨는 계약 기간 동안 북한 현지에서 탐사 작업을 진두지휘했습니다.
양윤정: 아미넥스는 북한의 석유 탐사와 관련한 경험과 지식이 상당하겠군요.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게다가 북한은 앞서 계약을 맺었던 호주, 싱가포르 등 업체에는 특정 지역 탐사 권한만 줬지만 아미넥스에는 북한 전역 탐사권을 줬거든요. 덕분에 아미넥스는 1960년대부터 2000년대 이전까지 이뤄진 북한의 석유 탐사 관련 자료를 모두 제공받았습니다.
양윤정: 북한에서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지역이 있습니까?
장명화: 모두 7군데입니다. 내륙은 평양, 재령, 안주~온천, 길주~명천, 신의주 유역 등 5곳입니다. 해양에서는 서한만과 동해 유역을 꼽았습니다. 그간 원유 매장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풍설에 이름을 올리던 나선과 온성 유역이 빠진 대신 재령과 신의주 유역이 포함됐습니다.
양윤정: 이들 유역에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돼있는지 어떻게 압니까?
장명화: 원유가 묻혀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먼저 땅속에 퇴적층이 있는지 확인하고, 원유나 가스로 변하는 근원암을 찾아내야 합니다. 또 대기보다 가벼워 지층의 틈을 타고 지표면으로 올라오는 원유나 가스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때 쓰는 방법이 탄성파 탐사입니다. 원유 탐사의 기초 과제들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양윤정: 북한 당국은 레고 씨가 꼽은 유역에 탄성파 탐사를 진행했나요?
장명화: 네. 레고 씨는 보고서에서 북한이 이들 유역 대부분에 탄성파 탐사를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탄성파 탐사 자료를 분석해 서한만 유역의 3개 지층에서 원유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는 지층 구조를 확인했다는 겁니다. 또 "재령 유역 시추공에서 원유를 확인했다"며 관련 사진도 공개했습니다. 레고 씨는 2004~2005년 재령 유역 서부의 대동강 부근에서 지표면으로 원유와 가스가 유출되는 현상을 촬영했습니다. 한 장의 사진은 땅속에서 표면까지 올라온 원유가 물과 섞여 가로 50㎝의 기름막을 형성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른 한 장의 사진에서는 원유 주변에 가스 거품이 이는 현상이 포착됐습니다. 레고 씨는 "길주~명천 유역의 경우에는 가스가 부존할 가능성이 높다"며 "한 시추공에서 가스와 원유의 유입이 있었다는 기록을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양윤정: 지난 8월에는 러시아 전문가들이 동해 대륙붕 가스석유 채굴 탐사차 북한을 방문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레고 씨의 보고서에서 북한 동해안 유역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장명화: 보고서는 북한 동해안 유역을 "명백히 많은 잠재력을 가진 곳"이라고 높이 평가했습니다. 동해로 흘러가는 큰 강들이 지속적으로 퇴적물을 공급하는 것도 좋은 조건 중 하나입니다. 동해 연안의 도시 김책 인근에서 원유의 해수면 유출로 볼 만한 현상들이 발견된 것 역시 고무적인 증거로 제시됐습니다. 특히 레고 씨는 동해 유역의 서부에 위치한 동한만의 탄성파 탐사 그래픽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자료에는 기울어진 단층을 비롯해 통상 원유가 매장된 지역에서 나타나는 지층의 특징들이 다수 포착됐습니다.
양윤정: 전문가들은 이런 자료를 보고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장명화: 한국에 있는 충북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의 이철우 교수는 한국의 일간지 경향신문에 "원유나 가스가 위로 올라가지 못하게 막아주는 덮개암을 만나지 못하면 지표면으로 올라오는 경우가 있다"며 "이들 사진은 북한에 원유가 매장돼 있다는 주장의 신빙성을 높이는 근거로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철우 교수는 또 "공개된 자료를 통해 추정해 보면 북한은 원유 탐사 과정에서 유망한 광구를 도출하는 작업을 앞둔 상태로 보인다"며 "북한 입장에서는 시추까지 착실히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양윤정: 그러고 보면, 보고서에 포함된 자료가 어림잡아 예측한 게 아니라 상당히 구체적인 점이 학자나 사업가들의 기존 증언과 차별화가 되네요. 이런 북한 자료가 외부에 공개된 적이 있습니까?
장명화: 석유 탐사와 관련된 북한의 자료가 외부에 공개된 것은 사실상 처음입니다. 북한은 국가기밀이라는 이유로 투자자들에게조차 탐사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지난 2012년에 영국의 아미넥스가 북한에서 철수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석유탐사는 한 광구를 개발하는 데에만 미화로 천만 달러 이상이 들기 때문에, 아미넥스와 같이 자본이 많지 않은 중소기업은 영국의 투자자들을 끌어들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 투자 설명회를 해야 하고, 개발을 맡은 회사는 투자자들에게 북한에 대한 지질탐사결과를 밝혀야합니다. 그런데 개발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이토록 중요한 북한의 지질 탐사결과를 북한 당국이 공개하지 말라고 요구해서 결국 북한 내의 유전 개발이 중단됐습니다. 제가 당시 중국에서 10년 이상을 대북투자 자문가로 활동하며 북한을 자주 방문한 영국인 폴 프렌치 액세스아시아 (Access Asia) 소장과 통화했는데요, 잠시 들어보시죠.
(폴 프렌치) 문제에 부닥쳤죠. 영국에 있는 투자자들이 과학적 자료를 보고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정작 북한 당국은 지질 탐사 자료자체가 외부로 나가는 것을 원하지 않아요. 탐사자료가 국가기밀이라고 우기거든요. 결국, 사업이 중단됐죠.
양윤정: 어쨌든 북한에 석유가 상당량 매장돼 있다는 말은 이번 보고서의 자료가 나오면서 정설이 되는 듯한데요?
장명화: 그렇더라도 현재는 그림의 떡입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비용입니다. 북한은 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외부 투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 채굴 장비가 거의 없습니다. 북한은 중국산 채굴 장비를 수입하려고 10년 전부터 온갖 노력을 기울였지만 실패했습니다. 채굴 장비가 금수품목인데다 중국이 북한의 원유 탐사에 부정적입니다. 북한이 원유를 채굴하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국의 판단입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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