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선진적 환경기술, 북에 절실하나 환경 협력, 지원 이뤄지지 않아 아쉬워’
2019.12.19
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소장과 함께 덴마크-북한, 나아가 유럽연합-북한 간 환경 협력 가능성을 살펴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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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덴마크가 최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한국-덴마크 녹색성장동맹회의’를 개최했는데요, 지난 2011년에 시작된 한국-덴마크 녹색성장동맹회의는 지속 가능한 발전, 녹색성장 등 양국의 민·관 분야 협력 강화를 위해 각료급 대표가 참석하는 회의로 1년에 한 차례 한국과 덴마크에서 번갈아 열립니다. 양국은 이번 회의에서 '순환경제'를 주제로 토론했는데요, 백명수 소장의 구체적인 설명, 들어보시죠.
(백명수) 저 탄소, 자원순환 도시, 녹색조달, 제품의 자원순환성, 협력을 통한 순환경제 사업 본보기 창출 사례 등 세부주제별로 양국의 논의가 진행됐습니다. 한국 환경부 장관은 덴마크 장관과 양국의 순환경제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내년 6월 한국에서 열릴 제 2차 녹색성장과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 정상회의 협력을 요청했습니다. 이번 회의가 덴마크에서 개최된 만큼, 한국 정부대표단은 덴마크 환경정책과 기술의 수출창구 역할을 하는 ‘스테이트 오브 그린’, 친환경 폐자원 에너지화 시설인 ‘아마게르 바케’ 등 덴마크의 환경정책 현장을 돌아봤습니다. 환경부는 자원고갈과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원을 최대한 다시 사용하는 순환경제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양국간의 협의방안이 모색됐다고 강조했습니다.
‘동맹’은 조약에 의해서 상호원조의 의무를 약속하는 국가간의 일시적 결합이란 뜻을 갖고 있는데요, 아시아 대륙의 동쪽 끝 한반도에 있는 나라가 유럽의 북쪽에 있는 국가와 굳이 동맹을 맺고 이런 환경회의를 여는 이유는 뭘까요? 백 소장은 덴마크가 전통적인 환경선진국이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백명수) 한국과 덴마크의 녹색성장동맹은 한국이 안보 외에 다른 분야에서 동맹을 체결한 첫 번째 사례입니다. 2011년 당시 한국 정부는 주요 정책 의제로 녹색성장을 표방했었습니다. 이에 환경선진국인 덴마크와 녹색성장동맹을 통해 녹색기술과 시장 등 녹색성장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환경 분야, 특히 재생에너지의 선두국가인 덴마크는 세계 풍력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1970년대 이후 경제규모가 2배 이상 성장했음에도 에너지 소비량은 늘지 않은 에너지 저 소비를 실현한 국가입니다. 1997년에 이미 에너지 자급을 이루어냈습니다. 또, 2050년까지 화석연료의 사용을 완전히 중단하기 위해 내년까지 에너지 소비의 35%를 신 재생에너지로 전력소비량의 절반을 풍력에너지로 공급한다는 계획을 수립한 국가입니다.
덴마크는 1973년 이래 북한과 외교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마침 덴마크의 비정부기구인 ‘미션 이스트’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에 대북 제재 면제를 요청해 지난 11월 승인 받았습니다. 미션 이스트는 지난 2011년부터 대북 지원 사업을 진행해 왔는데요, 대북제재위원회의 승인 서한에 따르면, ‘미션 이스트’는 북한 지방의 취약 가정에 대한 식량 안보 상황 개선을 위해 농기계 등의 반입을 요청해 승인 받았습니다.
특히, 이 단체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여름 덴마크 비정부기구로는 처음으로 북한에 상주 사무소를 열었다며, 현재 2명의 상주 직원이 근무 중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사무소 설립으로 북한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업들에 더 깊이 관여할 수 있고, 현지 주민들의 수요에 더 빨리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혹시 덴마크의 환경 관련 대북 지원 사업이 있지 않을까 해서 물었는데요, 백 소장의 대답 직접 들어보시죠.
(백명수) 아쉬운 점은 우리에게 환경선진국으로 알려진 덴마크의 선진적 환경기술, 특히 재생에너지 기술협력은 심각한 전력난에 시달리는 북한에 절실해 보이지만, 이 분야의 협력이나 지원은 이루어지고 있지 않습니다.
덴마크가 독자적으로 하는 환경 분야 대북 지원이 없다면, 덴마크가 회원국으로 속한 유럽연합이 진행하는 관련 사업은 있지 않을까요? 유럽연합은 지난 2001년 북한과의 수교를 발표했는데요, 이보다 앞선 1995년에 18만 달러의 대북지원을 시작한 이후로 1996년과 2012년을 제외한 매년 대북 지원을 실시해오고 있거든요. 백 소장은 환경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은, 보다 넓은 의미의 환경 협력은 있다고 대답합니다.
(백명수) 유럽연합의 지원은 식량안보 분야에서 인도적 지원과 연계한 복구와 개발입니다. 식량안보 협력사업은 산림과 임농복합경영, 농업관련 기초교육, 관련장비 교육과 연수 등을 포함해 북한 전문가들의 역량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되는 구체적인 사업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지난 5년이내에 진행된 대북지원사업으로는 농업 및 생명과학센터에 식물보호 역량강화, 한스자이델재단의 농촌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조립프로젝트, 국제유기농업운동연맹의 지속 가능한 식량체계 구축을 위한 유기농업 방식 보급사업, 스웨덴 적십자사의 지역사회 기반 재해위험 감소사업 등이 있습니다. 2015년에는 에베르스발데 대학에서 북한 산림복구 연수프로그램을 북한 전문가 대상으로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북한은 그 동안 꾸준히 나무 심기를 해왔지만, 산림 황폐화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에너지난으로 나무를 땔감으로 쓰고 외화벌이를 위해 과도하게 벌채한 탓이죠. 한국 산림청이 지난 8월 토론회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북한의 산림 황폐화 면적은 1999년 163만㏊에서 2008년 284만㏊로 늘었다가 2018년 262만㏊로 감소했습니다. 지난 10년간 황폐지가 줄어들기는 했으나 여전히 전체 산림의 28%가 황폐지로 분류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한이 덴마크를 포함한 유럽연합과 함께 산림 황폐화를 포함한 북한의 환경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조언해달라고 부탁했는데요, 백 소장은 이 문제가 관련 기반시설과 기술 등이 많이 부족해 어떤 방법으로 해결할지 난망하다고 운을 뗍니다.
(백명수) 외부와 국제사회로부터 자본조달과 기술적인 도움이 절실합니다. 북한은 2000년대 초반부터 서구유럽의 정부, 민간단체, 대학 등 각 단위로부터 지원받아 다양한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으로 인도적 지원을 포함한 대북지원이 감소했습니다. 대북지원의 가장 큰 어려움인 정치적 위험을 최소화하고 지속 가능한 지원을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역량발전에 초점을 둔 인도적 지원이 우선돼야 합니다. 현재, 유럽연합에서 지원하는 식량안보 차원의 인도적 대북지원 사업을 바탕으로 관련 정보를 교류하면서 역량강화 프로그램이 포함된 소규모 시범사업 형태로 진행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일 수 있습니다. 또 북한 환경전문가, 관리들과의 지속적인 조직망을 구축하는 비정부기구들과 북한 현지에서 필요로 하고 관심 있어 하는 부분을 사전에 검토하고 연구해서 지속적인 협력사업의 기반을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은 덴마크-북한, 나아가 유럽연합-북한 간 환경 협력 가능성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기획, 제작,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