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환경이다-31] 헝가리 슬러지 유출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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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닙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북한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최근 헝가리에서 발생한 독성 슬러지 유출사고와 그로 인한 유럽의 젖줄, 다뉴브 강의 오염 위기를 들여다봅니다.

(BBC 방송의 헝가리 현장 보도)

This is the scene just 100 miles from Hungary's capital Budapest. People dead, villages overwhelmed, and ecological disasters...

(더빙)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100마일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의 모습입니다. 사람들이 죽고, 마을들이 전멸되고, 무엇보다 생태학적 재앙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한적한 시골 마을이었던 헝가리의 데베체 시. 주요 외신의 영상을 통해 보는 마을은 온통 검붉은 빛깔입니다. 심지어 개울마저 붉습니다. 마치 화성에 간 듯합니다. 마을 주민들은 공기 중에 메케하고 자극적인 냄새가 가득 차 있어 호흡이 곤란하다고 말합니다.

모든 일은 불과 2, 3분 사이에 벌어졌습니다. 10월 4일 오후 1시. 마을 개울에 갑자기 알 수 없는 붉은색 덩어리가 나타나더니, 삽시간에 다리 밑까지 차오르고, 도로를 넘어 맹렬한 기세로 건물들을 삼켰습니다. 마을에서 비교적 낮은 지역에 있는 집들은 속수무책으로 붉은 색 진흙상태의 산업폐기물인 ‘슬러지’에 휩싸였습니다.

갑작스런 재앙에 사람 뿐 아니라 짐승들도 큰 고통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순식간에 벌어진 참사로 사망자가 9명, 부상자가 150명 이상. 인구 6천여 명의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대재앙입니다. 국제적 환경단체인 ‘그린피스’ 소속으로 헝가리에 긴급 파견된 스자비나 모세스 씨는 자유아시아방송에 피해 현장이 여전히 참혹한 모습을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스자비나 모세스

: (This is absolutely serious. I mean the whole are is kind of devastated...)

(더빙) 절대적으로 심각한 상황입니다. 슬러지는 데베체, 콜론타르, 솜로바샤레이 등 주변지역을 휩쓸면서 전부 초토화시켰습니다. 집, 도로, 다리, 밭, 논, 강, 호수 등등. 알루미늄 생산단지에서 슬러지를 저장해온 댐이 터지면서 생긴 사고로, 이제 이 지역은 사람이 살 수 없게 됐습니다.

사건을 일으킨 ‘헝가리 알루미늄(MAL)’사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슬러지의 성분에는 붉은 빛깔의 산화철 이외에 이산화실리콘 등 인체에 치명적인 발암물질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재 붕괴된 저수조 안에는 아직 약 250만 입방미터의 슬러지가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제방 둑에 또 거대한 균열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2차 붕괴가 단순한 우려가 아니라 반드시 벌어질 것이라는 판단 아래, 헝가리 정부는 모든 힘을 2차 붕괴로 유출될 슬러지 차단벽을 세우는데 쏟았습니다. 그 결과, 일단 폭 30m, 길이 1.5km의 제방을 완성한 상태입니다.

문제는 식수원인 다뉴브 강의 오염입니다. 슬러지는 이미 사고 지점 근처의 마르칼 강으로 흘러들었고, 이어 다뉴브 강의 지류인 라바 강을 거쳐, 다뉴브 본류까지 도달했습니다. 특히 다뉴브 강 하류에 있는 많은 동유럽 국가들은 최악의 생태계 오염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다뉴브 강은 총 길이 2천850km로 유럽에서 두 번째로 긴 강인만큼 오염지역이 하류 국가 전체로 확대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 당국은 수시로 다뉴브 강의 수질을 검사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헝가리 역사상 초유의 환경재앙이 다시 일어나는 걸 방지하려면 어떻게 할까? 헝가리 정부는 일단 사고를 낸 회사에 관리인을 파견해 경영을 통제하는 직접 개입에 나서고, 회사의 자산을 동결하는가 하면, 회사의 최고경영자를 체포하는 등 이례적인 조치를 잇달아 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린피스의 스자비나 모세스 씨는 이는 임시방편용에 불과하다고 지적합니다.


스자비나 모세스

: It actually takes us to a very, very difficult legislative...

(더빙) 이번 사건은 우리로 하여금 매우 힘든 입법 대책으로 눈을 돌리게 하고 있습니다. 보크사이트 광석에서 알루미나를 추출할 때 쓰이는 슬러지는 중금속을 함유하고 있고 알칼리성이 매우 높은 유해 물질입니다. 피부에 묻으면 화학적 화상과 눈 질환을 유발합니다. 그런데도 유럽연합 폐기물 규정에 따르면 이 슬러지는 해로운 물질이 아닙니다. 이 규정을 바꾸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사건이 대도시 주변에서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재난 대책을 마련하고, 기업들에 심각한 환경사고에 대비한 재무적 대책을 준비하도록 강제해야 합니다.

사태수습에만 최소 1년이 걸리고 수천만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헝가리 슬러지 유출사고. 애꿎은 생명체와 죄 없는 주민들만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소식입니다.

-- 아랍에미리트가 전 세계에서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나라로 조사됐습니다.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개인이 일상생활에서 자동차 등 화석연료를 이용한 제품을 사용하면서 배출하게 되는 이산화탄소량을 뜻합니다. 세계자연보호기금이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는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의 지표인 ‘탄소족적’이 10.68ha로 조사 대상국 152개국 가운데 1위를 기록했습니다. 2위는 카타르가 기록했고 덴마크, 벨기에, 미국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아랍에미리트는 격년으로 실시되는 이 조사에서 2006년, 2008년에도 1위를 기록한 바 있어 3회 연속 대기오염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습니다. 두바이와 아부다비 등 아랍에미리트의 주요 도시는 50℃에 육박하는 고온 사막기후 탓에 어디서나 에어컨을 가동하는데다 시민 대부분이 자가용을 이용하고 있어 대기 오염이 심각합니다. 게다가 고급 호텔과 휴양시설, 호화 주택, 바닷물 담수화 과정에서 막대한 전력이 소모돼 온실가스 배출량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을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아부다비 환경청의 알-만수리 사무국장은 "친환경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 실질적인 진전을 보이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태국 정부가 각종 산업에 환경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경제계는 환경세 도입이 비용 증가로 이어져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하는 등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고 태국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습니다. 태국 정부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물과 공기 오염 상품 등에 대해 일정한 비율의 환경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수질 오염 상품에 대해서는 매년 1톤당 1만 바트, 미화로 334달러, 공기 오염 상품은 매년 1톤당 2천500바트, 미화로 83달러, 관광객에 대해서는 1명당 1천 바트, 미화 33달러 등의 환경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태국 경제계는 정부의 환경세 도입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과도한 환경세는 기업의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결국 소비자에게 비용이 전가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태국 상공회의소 측은 “기업들이 환경세에 적응할 수 있도록 2년 정도의 유예 기간을 거친 뒤 환경세를 도입해야 한다"면서 "환경세를 곧바로 도입하면 기업들 사이에 혼란이 빚어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태국산업협회 측은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환경세가 공정하게 부과돼야 한다"면서 "많은 상점과 식당 등도 환경오염을 초래하고 있는 만큼 대기업에만 환경세를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