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로 고생, 생각만 해도 가슴 아파
2014.02.28
북한에는 올해 유난히 많은 폭설이 왔습니다. 특히 지난 7일부터 이어진 폭설로 강원도 고성군 에는 2미터가 넘는 눈이 쌓였습니다. 북한 관영 매체도 "지난 7일 오전 9시부터 10일 오후 2시 사이에 강원도와 함경남도 일부 지역에 많은 눈이 쏟아졌다"면서 "강원도 고성군의 적설량이 155cm를 기록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강원도 고성군에 쌓인 눈이 1969년 이후 45년 만에 가장 많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영국에 거주하는 탈북민들은 제설 도구라고는 눈 밀대 와 빗자루 밖에 없는 북한의 환경에서 많이 내린 눈은 낭만이기 보다 주민들의 고역의 대상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북한에서 수산물 도매 사업소 지도원을 하다 2011년에 영국에 정착한 가명의 심유나씨는 북한에서 눈이오면 주민들과 학생들이 하나와 같이 제설작업에 동원 된다며 요즘처럼 많은 폭설이 내린 북한의 뉴스를 접할 때면 고생할 고향사람들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습니다.
심유나: 고생문이 열리죠. 눈이 오는 날이면 힘들게 다니던 기차도 못 다니고, 써비차(자동차)도 안 다니고 하니까 고생문이 열리죠…
북한 관영 매체는 이번 폭설을 그저 눈이 많이 내렸다는 뜻으로 언급할 뿐 제설작업에 대한 지원이나 폭설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탈북민들은 북한당국의 이런 태도는 ‘해당 지역의 주민들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과 같다며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생활고와 겨울 추위에 떨고 있는 불쌍한 백성들인데 당국이 해결책을 세우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냐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번 폭설에 한국은 각종 제설기계들과 염화칼슘, 소금, 모래 등 제설자재들을 동원하여 신속하게 주민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습니다. 이런 한국의 제설작업과 대비해 심씨는 먹을 소금도 턱 없이 부족한 북한에서 눈에 뿌릴 소금이 어디에 있겠냐며 자연재해는 곧 일반주민들의 피해로 이어지는 것이 오늘날 북한의 현실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심유나: 소금도 엄청 비쌌어요. 북한 같은 데는 소금도 다 수입해 오더구만…소금도 다 돈이 되니까 언제 길에다 뿌리겠어요. 먹을 것도 없는데…
이번 겨울에 한반도와 달리 영국에는 눈이 내리지 않았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겨울 내내 한 두 번의 눈은 구경을 할 수가 있었는데 올해는 전혀 없어 겨울인지, 가을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북한에서 세포비서를 하다 2007년에 영국으로 와 현재 런던에 정착해 살아가고 있는 60대에 가명의 박철진씨는 자신은 평생 살면서 겨울이 없는 나라는 처음 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처럼 한끼, 한끼 먹을 것이 없어 하루 종일 생활고에 시달리는 나라에 영국처럼 겨울이 없으면 얼마나 좋겠냐며 사계절이 있어 부러운 한반도라고는 하지만 오히려 일반주민들 에게는 겨울이 지옥의 계절이라고 북한에서의 생활을 증언했습니다.
박철진: 도로에서 얼어 죽는 사람들이 많죠. 술 먹고도 그래, 눈이 와서 앞이 안보여서 들에서 헤매다가 죽고, 산에서 헤매다가 얼어 죽죠.
한편 북한은 지난해 11월 폭설로 인해 철도와 교통이 완전히 마비가 되였고 기관, 기업소와 모든 주민들이 총 동원되어 눈치우기 작업을 한 바 있습니다. 또한 정전이 자주되는 관계로 전에는 황해도 해주에서 열차를 타면 삼일 만에 양강도 혜산까지 도착했는데 올해는 폭설로 인해 12일 만에 도착하는 등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런던에서 RFA자유아시아 방송 김동국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