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통신] 탈북어린이들의 첫 클래식 공연 ‘오페레타 부니부니’

서울-이예진 xallsl@rfa.org
2011.02.08
operata_bunibuni_305 탈북어린이들의 첫 클래식 공연 ‘오페레타 부니부니’ 출연진과 관계자들.
RFA PHOTO/ 이예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음악을 중심으로 한 종합무대예술, 오페라를 아시나요? 오페라는 모든 대사가 노래로 되어 있는 서양 전통음악극을 말하는데요. 오페레타는 오페라보다는 작은 규모로 대사와 노래, 무용 등이 섞인 경쾌한 내용의 경가극을 말합니다. 시작부터 좀 어려운 설명만 했나요? 음악은 일단 들어야 이해가 쉽겠죠? 오늘, 희망통신은 삼흥 대안학교의 탈북 어린이들이 처음 만난 오페레타, 부니부니 공연장으로 갑니다.

공연 도입부

[서울시 용산구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은 오페레타 부니부니를 보러 온 어린이들로 1층의 500여 관객석이 가득 찼습니다. 무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자리, 정 가운데 세 줄, 30여 좌석은 삼흥학교의 탈북어린이들과 다문화가정의 아이들, 선생님들로 채워졌습니다.]

배우들: 친구들, 우리가 누구죠?

어린이들: 부니부니

배우들: 소리가 작다, 우리가 누구라고요?

어린이들: 부니부니!

[창작 음악극 부니부니는 최근 3주 동안 클래식 부문에서 공연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10살 이하 어린이들에게 특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로시니의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의 아리아 등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클래식 명곡들을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가사를 넣어 아름다운 노래로 꾸몄는데요. 특히 트롬본과 호른, 트럼펫, 클라리넷 등 금관, 목관 악기들로 등장 인물을 만들어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배우들: 나는 부니부니의 왕자 코코넷, 금관악기의 왕자 트럼펫, 기쁜 소식이 있을 땐 내 소리를 쓰지.

(트럼펫 소리)

배우들: 나는 튜튜, 가장 큰 악기 튜바, 가장 낮은 소리를 내지. 한 번 연주해 볼게.

(박수)

아까 연습한 노래를 부르면 저 악당을 혼내줄 수 있을 거예요. 자 다같이 부르는 거예요. 모두 큰 소리로 같이 불러요. 일동: 반짝 반짝 작은 별.

[주인공 동훈이가 크크크대마왕에게 납치된 엄마를 부니부니 친구들과 함께 구하는 과정을 그린 부니부니는 관람객에 앉은 어린이들의 참여를 유도하며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는데요. 어린이 뿐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박수치며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채경희 삼흥 교장: 우리 애들이 아직은 익숙하지 않구나 라는 것을 많이 느꼈고, 앞으로 많이 보여줘야겠다고 느끼죠. 아이들이 많이 멍해 있네요. 오늘 아침에 수업하면서 오페라를 아냐고 했더니 아무도 모르더라고요.

[삼흥학교 채경희 교장의 말처럼 삼흥학교의 어린이들은 아직 남한의 어린이들만큼 흥이 나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음악도, 분위기도 조금 낯설겠지만, 처음엔 다 그렇죠.]

김세희 기획자: 찍습니다. 하나 둘 셋

일동: 하하하

배우들: 잘 가.

[70분의 공연이 끝나고 무대 위에서는 부니부니 제작사의 배려로 삼흥학교 어린이들과 부니부니 배우들이 만나 사진도 찍고 어린이들에게 기념품을 나눠주는 작은 행사가 열렸습니다.]

이예진: 오늘 공연 재미있었어요?

김현아: 네.

이예진: 설매는 오페라가 뭔지 알고 있었어요?

홍설매: 네. 음악으로 공연을 하는 거요.

이예진: 오늘 직접 보니까 어땠어요?

홍설매: 재미있었어요.

이예진: 특히 어떤 게 재미있었어요?

홍설매: 악기로 변신해서 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더 실감나요.

이예진: 오늘 공연 어땠어요?

김송연: 재미있었어요. 엄마를 찾는 장면이 재미있었어요. 재미있고, 잘 한 것 같아요. 안 어려웠어요.

[삼흥학교 어린이들은 그동안 접해보지 않은 오페라나 클래식이라는 정통 서양 음악에 대한 이해도는 낮았지만, 아름다운 선율과 신나는 춤,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 움직인 것 같았습니다.]

안종민 뮤지컬대표이사: 부니부니는 관악기나 클래식이 어렵잖아요. 그런 어려운 것을 모험을 통해 음악을 배우고, 또 이 공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랑이에요. 좋은 음악은 친구들의 눈을 보고 협동을 통해서 사랑이 마음이 있어야 즐겁다는 걸 통해서 음악도 사랑을 통해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교훈처럼 저희 친구들이 어려운 클래식과 관악기도 배우고 가족애, 사랑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린이 오페레타 부니부니를 제작하고 예술감독을 맡은 안종민 대표는 클래식이라는 음악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친숙해 지도록 하는 한편, 음악 속에 녹아 있는 사랑을 배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공연을 기획했다고 합니다.]

안종민: 저희 공연에는 사랑이라는 말이 굉장히 많이 나오거든요. 저희 공연을 못 보는 친구나 문화를 보통 친구들보다 즐기지 못하던 친구들에게 사랑이라는 공연을 많이 알려주고 저희 교훈이 음악을 통해 사랑을 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계획을 세웠습니다. 저희가 지금은 앵콜공연 중이고요. 12월부터 했는데 지금은 1월 7일부터 이곳에서 하는 것이거든요. 아이들이 많이 좋아하는 걸 보니까 뿌듯하고 앞으로 부니부니의 등장인물이 더 많이 아이들에게 알려진다면 클래식이나 관악기를 쉽게, 즐겁게 생각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어제 공연을 끝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서의 공연을 마친 부니부니는 각 지방에서도 공연 문의가 많이 있어 올해는 더 많은 곳의 어린이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이예진: 어떻게 오늘 공연을 아이들과 와야겠다고 생각하셨어요?

김철웅 삼흥학교 이사: 부니부니 기획하는 쪽에서 저희에게 먼저 제안을 했고요. 전화를 받았을 때, 이거다 싶고 아이들에게 이런 좋은 기회가 또 없을 것 같아서 추진하게 됐어요.

이예진: 사실 오페라하면 남쪽 아이들에게도 친숙한 문화나 공연은 아닌데, 오늘 공연 오기 전에 아이들에게는 뭐라고 설명하셨나요?

김철웅: “그냥 처음 듣는 음악이라도 음악이 갖는 여러 가지 복잡한 걸 알려고 하지 말고 그냥 즐겨라. 상식적으로 이런 것이 있다는 것만 알아도 큰 것이다.” 라고 했죠. 또 오늘 공연에서 중요하게 알려주고 싶었던 건 트롬본이나 트럼펫의 소리가 개별적으로 들으면 별로일 수도 있지만, 합치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룰 수 있구나. 그래서 서로 똑바로 눈을 쳐다보면서 사랑을 나누었을 때만이 아름다운 소리가 나온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이예진: 북한에서 온 우리 친구들이 오페라나 클래식과 친숙해질 기회가 많지 않거든요. TV에서 보는 가수들만 좋아할 게 아니라 이런 문화와 친숙해지려면 어떤 노력이 있어야 할까요?

김철웅: 이런 오페라가 이 친구들한테 너무 필요했던 작품들이고, 일상생활에서 들려주면 우리도 한 번쯤 들어봤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공감대가 일어나잖아요. 그래서 환경을 생각해서 학교에 클래식 음악을 추천해서 아무리 가수 노래가 좋다고 해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듣지 않잖아요. 아침에 운동할 때 음악이나 이런 걸로 클래식 음악을 추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예진: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되면 올 계획이 있으신가요?

김철웅: 3월에도 예술의 전당에서 삼흥학교 학생들을 위한 갈라콘서트를 할 계획이고요. 아이들에게 좀 더 이런 기회를 많이 줘서 한국사회 뿐 아니라 세계적인 문화에 어색하지 않은 사람으로 만들어 가야죠.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 마음이 치유되기도 합니다. 내년쯤이면 삼흥학교 어린이들도 클래식 공연장에서 진심으로 음악을 즐기며 신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희망통신,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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