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통신] 속도전 떡의 진화

서울-이예진 xallsl@rfa.org
2011.03.22
안녕하세요? 희망통신 이예진입니다. 삶의 질이 나아지면,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하나 하는 걱정보다는 무엇이 몸에 좋을까 하는 고민이 시작됩니다. 그래서 북한의 속도전 떡이 남한에서는 순수 천연재료로 만든 건강식품으로 진화할 수 있었죠. 이미 아는 사람을 통해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속도전, 아니 마법의 떡. 속도전 가루를 생산하는 온성드림 김민영 대표가 직접 만들어 준 마법의 떡, 어떤 맛인지 현장으로 가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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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전 떡.
RFA PHOTO/ 이예진
이예진: 살짝 맛보니까 옥수수 맛이 나요.

김민영 대표: 옥수수는 고소한 맛이 나죠. 여기에는 아무 것도 안 들어 있는데 소금과 설탕만 조금 넣으면 돼요. 빨리 풀려고 조금 따뜻한 물을 넣죠.

이예진: 한 컵 정도요?

김민영: 가루 양에 따라 달라요. 올라오는 향이...

이예진: 와 고소하다.

김민영: 좀 다르죠? 떡을 사 먹을 땐 이런 걸 못 느끼잖아요.

이예진: 네. 신기하네요. 고소한 냄새가 확 올라오네요.

김민영: 어떤 분들이 현미가루의 향 때문에 상하지 않았나 하는데, 탈피하지 않은 겨 때문에 잠깐 그렇지, 물 부으면 달라져요.

이예진: 물 넣고 치대면 되는군요.

김민영: 네. 물 넣고 1분 정도면 완성되죠.

[노란 빛이 도는 속도전 가루에 물과 설탕, 소금을 약간 넣고 치대는 동안 고소한 향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통에 정말 방앗간에 와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잠깐 이야기하며 떡을 치대는 사이, 금세 쫀득한 덩어리 한 개가 생겼습니다.]

이예진: 다 된 거예요?

김민영: 이걸 묻히지 않아도 되지만, 떡이라 붙는 성질이 있어서 딱 한 방울만 넣어요.

이예진: 이건 대표님의 노하우죠? 북한에선 이렇게 안 할 것 같아요.

김민영: 네. 북한에 어디 기름이 있습니까.

이예진: 그러니까요. 참기름.

김민영: 없죠. 참기름은 딱 한 방울만, 안 붙게 하느라고요. 이렇게 하면 끝나는 거예요. 손쉽죠?

이예진: 그러네요. 벌써 떡 같은 느낌이...

김민영: 들죠?

이예진: 네. 우와.

김민영: 이렇게 하면 완성된 거예요.

이예진: 이렇게 해서 북한에서는 그냥 먹나요?

김민영: 그렇죠.

여기에 콩가루나 빵가루 등을 묻혀 먹으면 또 여러 맛이 나죠.

이예진: 제가 한 번 맛볼게요. 음, 맛있어요. 방앗간에서 바로 나온 것처럼 따뜻한데요. 김민영: 따뜻한 물로 반죽을 해서 따뜻하죠. 그런데 이건 아주 뜨거운 물로 반죽하면 안돼요.

[말로만 듣던 속도전 떡을 드디어 맛봤습니다. 회색빛이 도는 인절미 모양에 맛도 좀 밋밋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요. 씹을수록 고소하고, 적당히 찰진 게 인절미보다 몇 배는 맛이 좋았습니다.]

김민영: 여기 지나가시다가 들리시면 100% 보여줍니다. 드셔봐야 알고, 안 드시면 모르거든요.

[고소한 냄새가 진동하면 안 들를 수 없겠죠. 동네 사람들이 들어와 속도전 떡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 다들 놀란다고 합니다.]

김민영: 모르겠어요. 다들 이렇게 해서 빚어주면 다들 맛있다고, 신기하다고 해요. ‘어떻게 떡 느낌이 날까.’ 했는데, ‘진짜 떡이더라.’ 얘기하죠.

이예진: 바쁠 때는 밤새기도 하시나요?

김민영: 네. 400~600kg 씩 생산할 때는 새벽 3시까지 돌렸죠.

이예진: 명절 때 더 많이 나가나요?

김민영: 명절 때 많이 나갔죠. 특히 북한 분들은 고향 음식이니까 많이 찾아주셨죠.

[아직은 남한 사람들보다 북한 이탈주민들이 많이 찾는 속도전 떡. 생겨난 이유야 어떻든 이제는 그리운 고향 음식입니다. 그리고 남한에서는 새로운 영양 간식으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김민영: 우리가 흔히 한국에서도 웰빙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저도 떡을 사먹지만 떡을 먹다 먹기 싫으면 냉동실에 얼렸다 먹어야 하지만, 이것은 먹고 싶은 만큼만 바로 만들어 먹어서 공정이 간편하다는 거죠. 번거로운 점이 있다면 손에 묻히기 싫은데 해야 한다는 거죠. 수제비를 만들어 먹는 것과 같거든요. 100g, 200g 은 순식간에 만들거든요. 어떤 분들은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번거롭게 만들어 먹느냐고 하지만, 떡집의 떡을 사먹을 때, 아침에 한 것을 저녁에 사먹다 보면 세균이 생겨서 상하기도 하지 않습니까. 이 떡은 바로 그 자리에서 해먹을 수 있으니까 균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특히 무더운 여름에는 아침에 해놓은 떡을 저녁에 팔기 어려울 정도로 쉬이 상하는 편이죠. 직접 만든다는 번거로움보다는 아이들과 재미있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영양 간식이 될 수 있어 속도전 떡은 남한에서도 경쟁력이 있습니다.]

김민영: 저희 아이들도 같이 빚다 보면 꽃모양도 만들고 틀에 찍으면 모양이 나오잖아요. 눈사람도 나오고요.

이예진: 아이들이 좋아하죠.

김민영: 굉장히 좋아하죠. 진흙을 빚어 주면 아이들이 만들 듯이 주부들도 생각이 있을 것 아니에요. 번거롭다는 분들도 있고, 괜찮다는 분들도 있고요.

[그래서 미래가 밝다는 김민영 대표. 오는 5월에는 사무실도 넓히고, 관련 기업, 대형 식료품점 등과 계약을 맺어 사업을 확장할 예정입니다.]

김민영: 시작이 절반이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오는 것 같아요. 시작을 하고 보니 찾아오는 분들이 계시고, 찾아오시다 보니 하나하나 열리게 되고, 지금은 미약하지만 2, 3개월이 지나면 괜찮지 않을까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이예진: 더 이루고 싶은 큰 꿈이 있다면요?

김민영: 저는 우리 북한 분들이 많이 와계신데, 저희 공장에도 북한 분들이 두 분 계세요. 그런데 적응하는 데 있어 무척 힘듭니다. 저부터도 그렇고 북한 분들이 성격이 안정이 안 돼 있어요. 북한은 솔직히 지시하면 하는 식이었는데, 여기 오니까 자유가 하루아침에 생겨서 감당하기 힘든 거죠. 자기 마음도 열지 않고, 다가가기도 싫어하고, 상대가 다가와도 쉽게 열지 않고 그런 부분들이 힘들죠.

[아직은 전 직원이 6명에 불과하지만, 사업을 확장하면 북한이탈주민들의 사회정착에 앞장서고 싶다는 김민영 대표는 특히 엄마로서 홀로된 아이들이 안쓰럽기만 합니다.]

김민영: 예를 들어 그렇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 일이 확장되면 직원들도 북한 분들로 늘리고, 부모 없이 온 어린이들이 너무 많아요. 4살, 5살, 6살도 있고, 중국에서 엄마를 잃어버린 아이들도 있고, 부모는 팔리고 혼자 남겨진 아이들도 있고, 교회를 통해 남한에 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파요. 그 애들한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장학금을 주고 싶고, 그게 한마디로 꿈이죠.

[꿈을 가진 사람, 그 중에서도 베풀 줄 아는 사람은 반드시 성공한다고 합니다. 김민영 대표의 마법의 떡가루. 식료품점에서 자주 볼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희망통신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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