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희망통신, 이예진입니다. 북한에는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린 여성 권투선수들이 여럿 있을 정도로 권투에 강하죠. 남쪽에서는 권투라는 스포츠가 1970, 80년대 국민적인 관심을 받다 지금은 소외된 종목이 됐습니다. 하지만, 최근 북한에서 온 20살 소녀가 다시 한 번 권투에 관심을 갖게 하고 있습니다. 세계복싱협회 여자 페더급 챔피언, 최현미 선수. 최현미 선수는 다음 주에 벌써 3차 방어전을 치릅니다. 하지만 3차전을 치르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그 어려움을 딛고 권투장에 설 수 있도록 뒤에서 묵묵히 도와준 한 사람이 있습니다. 최현미 선수와 후견인 윤승호 교수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이예진: 최현미선수가 체력 면에서나 재능 면에선 어떤 선수인가요?
윤승호: 체력은 천부적으로 타고났고 후천적으로 유연성이나 경기에 대한 순간 판단력, 상황 위기 관리가 잘 되어 있죠. 강점이 많은 선수입니다.
이예진: 어떻게 최 선수와 인연을 맺게 되셨나요?
윤승호: 우연한 기회에 식당에서 식사하는데 TV에 나왔어요. 최현미 선수가 세계챔피언인데 후원자나 경제여건 등이 안되어서 2차 방어전을 치를 수 없단 보도를 보게 됐어요. 재능있는 사람 같은데 돈이 없어서 챔피언을 반납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해서 만나게 됐죠. 최 선수를 둘러싼 계약관계같은 게 복잡하게 얽혀있더라고요. 결국은 도움을 주는 분들이 막상 없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다보니 오늘까지 이르게 됐습니다.
[다음 주에 열릴 경기 때문에 최현미 선수와 직접 인터뷰를 할 순 없었지만, 최 선수의 뒷바라지를 하고 있는 성균관대학교 스포츠과학부 윤승호 교수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최 선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예진: 처음 교수님께서 만났을 때 탈북하고 힘든 상황 겪어서 사람도 못 믿었을 텐데 첫인상이 어땠나요?
윤승호: 마음을 열지 않았죠. 부모님도 마찬가지고요. 도움을 주겠단 사람은 만났는데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했나 봐요. 제가 도움을 주겠다고 했을 때도 탐탁지 않아 하더라고요. 그래도 지켜줘야겠다는 차원에서 이 선수를 보호하고 관리하기 시작한 겁니다. 한참 걸렸어요. 몇 달 지나니까 최 선수도 마음을 열고 제가 하자는 쪽으로 협조를 해주더라고요.
[키다리 아저씨. 언론에서 붙인 윤 교수의 별명입니다. 동화 속 한 소녀의 뒤에서 묵묵히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인물처럼 윤승호 교수가 최현미 선수의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주었다는 거죠. 윤 교수와 부인인 방송인 김미화씨가 없었다면 최 선수는 2차 방어전도 못 치를 뻔 했습니다. 지난 해부터 윤 교수 부부가 경기비용부터 훈련비, 식비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 일체를 후원해왔죠. 지금은 윤 교수가 몸담고 있는 성균관대 스포츠과학부에서 스승과 제자로 만나고 있습니다.]
이예진: 2차전 때는 무한도전이라는 MBC 프로그램에도 나왔는데 교수님 부부 덕분이라고요?
윤승호: 권투가 워낙 예전과 달리 비인기다 보니까 세간의 관심을 끌기 어렵더라고요. 국민들의 관심을 좀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제 처가 제안을 했어요. 무한도전 제작진에 제안을 했더니 흔쾌히 수락해서 같이 준비했죠. 잘 치를 수 있게 됐고 그 결과 국민들로부터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고 감동을 드렸고, 그 이후에 좋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이예진: 어떤 좋은 일이 있었나요?
윤승호: 자발적으로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서 참여해줘서 최 선수 훈련지원금을 내겠다고 천원, 이천원씩 한 게 천만원이 넘더라고요.
방송 장면 인서트
[방송의 힘은 대단했습니다. 권투의 인기는 사라졌지만 2차 방어전이 있던 날, 이례적으로 2천여명의 관객이 몰렸고 최현미 선수는 도전자 쓰바사 선수를 3대 0 판정승으로 이겨 챔피언 벨트를 지켜냈습니다.]
윤승호: 중간에 어려웠던 점은 3차 방어전이 금방 돌아오더라고요. 준비를 해줘야 하는데 제가 사실 전문 프로모터가 아니고 학교 선생이기 때문에 학생을 가르치는 게 주 업무란 말입니다. 최 선수를 후원해주거나 스포츠에이전트에 전문적인 관리 의뢰를 맡기려고 했는데 선뜻 나서주질 않았어요. 정말 많이 뛰어 다녔어요. 설득을 하고. 이미 이름이 나 있는 선수인데 왜그런지 권투라는 종목, 혹시 북한에서 왔기 때문이라고 본인이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참 선뜻 기업후원이 이뤄지지 않았어요. 3차 방어전을 치르긴 해야 하는데 정말 당황스러웠고 준비과정에서 선수는 잘 몰랐죠. 저희 부부나 현미 부모님이 많은 걱정을 했는데 지난 주였죠.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사랑열매라는 자선단체를 통해 1억원을 쾌척하셨어요. 기본적인 경비가 됩니다. 그래서 잘 치를 수 있게끔 준비를 해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을 이 자리를 빌어 말씀드립니다.
이예진: 만약 후원금이 들어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윤승호: 저희 성대에서 어느 정도 약간의 지원금을 준비를 하려고 했고, 저희 실질적으로는 개인적으로 던질 준비를 하고 있었죠. 사실은. 너무 출혈이 크십니다. 벌이보다 나가는 게 더 많아요.
[사실 기업 단위의 후원 없이 사비를 들여 챔피언 자리를 지키기란 쉽지 않습니다. 북한에서도 어떤 이유인지 밝혀지진 않았지만 재능있는 김광옥, 최은순, 류명옥 선수가 방어전을 치르지 못해 챔피언 자리를 내주기도 했죠.]
윤승호: 인터넷 사이트에 어느 기자분이 글을 올렸어요. 김연아 선수와 최현미 선수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말이죠. 공통점은 나이가 동갑이고 종목은 다르지만 각 분야에서 최정상이다. 차이점은 한 쪽은 국민의 관심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사랑을 받고 관심이 흘러넘쳐서 그것이 오히려 실수로 이어질 수도 잇는 상황이고 다른 한쪽에선 그것을 갈구함에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진짜 최현미 선수의 상황을 짧은 글로 단적으로 너무나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어요. 비록 지금은 비인기지만, 7,80년대 중반까지 훌륭한 선수들이 국민들에게 큰 힘이 됐잖아요. 현대 스포츠사의 흐름을 보면 정치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고 스포츠도 열리면서 관심이 분산이 된 게 사실이에요. 그래서 권투가 좀 소외됐는데 실제로 미국이나 일본이나 유럽에선 인기 있는 스포츠고, 엄연히 올림픽 정식 종목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너무 어려운 운동이라고 피하고 국민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게 아니냐. 최현미 선수룰 통해 다시 한번 권투가 모든 국민에게 사랑을 받는 자리매김을 하면 어떨까 욕심을 내게 된 거죠. 저는 원래 권투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권투를 사랑하게 돼버렸죠. 최 선수를 통해서요.
[그만큼 최현미 선수는 역량이 있습니다. 열세 살 때 권투를 시작한 최 선수.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몰래 체육관을 다닐만큼 권투가 재미있었답니다. 3개월 만에 권투 3년차 언니를 한 번에 이긴 날, 권투에 대한 확신이 생겼죠. 당시 무역회사 임원으로 있던 최 선수의 아버지는 딸이 자유롭게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남한으로 가야겠다는 결단을 내렸고 중국과 베트남을 거쳐 서울 땅을 밟았습니다. 그 뒤 17전 16승이라는 화려한 전적을 거두고 17살에 프로로 전향해 다시 4전 3승 1무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둡니다. 2008년 10월 세계 챔피언 자리를 꿰찼을 땐 남녀 권투 선수를 통틀어 최연소였죠. 해외 유력 신문에서도 극찬했던 최현미 선수. 하지만 권투에만 전념하기엔 생활이 넉넉지 않았습니다. 남한에 온 뒤 정착금은 바닥이 났고 특별한 기술도, 연고도 없던 최 선수의 가족은 딸 하나만 바라보게 됐습니다.]
윤승호: 남쪽으로 이주해서 직장을 갖고 생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정부지원금으로 생활을 하고 있는 거죠. 주수입이 최 선수의 파이트머닙니다. 유일한 수입원이죠. 생산 활동이 그거 밖에 없단 말이에요. 네 가족이거든요. 파이트머니를 받아도 준비 비용이 만만치 않거든요. 그래서 부담을 갖고 생활하고 계십니다. 선수가 안정적으로 싸우려면 가정이 편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선 아쉬운 점이 많죠.
[최현미 선수는 세계챔피언 자리를 지키기 위해 4개월마다 방어전을 치러야 합니다. 여기에 무대설치부터 선수 초청 등에 들어가는 금액만 해도 무려 1억 3천여 만원이 들죠. 방어전을 한 주일 앞두고 날아온 반가운 후원 소식 덕분에 최 선수는 지금 마음 편히 운동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이예진: 최 선수 몸 상태는 어떤가요?
윤승호: 지금 좋고요. 체중조절도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고요. 다만 불리하게 싸움을 하는 경우인데요. 상대방 아르헨티나 로페즈 선수가 잠정적인 챔피언인데요. 순위가 상위입니다. 전력이 굉장히 뛰어나고 왼손잡이란 것만 알고 있지 정보를 받은 게 불과 삼사일밖에 안돼요. 그것도 그들의 전략이 아닌가 하는데 어쨌든 테입을 늦게 받았어요. 반면에 최현미 선수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에 보면 여기저기 많거든요. 그래서 최 선수에 대한 대비 전략을 세워놨겠죠. 오래전부터. 최 선수는 기본 훈련만 하다가 테입을 며칠 전에 받아서 적응 훈련만 하다가 심리적인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예진: 전략은 잘 짰나요?
윤승호: 전략은 완전히 정리됐고요. 지금은 훈련 마무리하는 단계이고, 왼손잡이 선수는 처음이거든요. 왼손잡이에 대한 대응 전략도 마무리됐고 컨디션은 최상입니다.
이예진: 교수님도 본업을 떠나서 너무 집중하고 있어서 소홀한 게 아닌가 하는데 어떻습니까?
윤승호: 주변에서 눈총 많이 받고 있죠. 이번 경기 끝나면 본업으로 다시 돌아가고요. 다만 최 선수가 계속적으로 훈련할 수 있도록 정리를 해주고 저는 전문가에게 맡기도 빠져야죠.
[날짜는 정해졌습니다. 2010년 4월 30일, 성균관대학교에서 31살, 아르헨티나의 클로디아 로페즈 선수와 맞붙게 됩니다. 특히 최현미 선수의 3차전 경기는 MBC TV 생중계로 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
윤승호: 그 쪽 스포츠제작국 분들하고 의논을 드렸고 공중파 중계가 잘 안되거든요. 요즘은. 주로 케이블 방송을 하게 되는데 그래도 말씀을 드렸더니 어렵사리 결정을 해 주셨어요. 현재로는 공중파 방송으로 실황으로 나갈 예정입니다.
이예진: 다음 주도 다음 주지만 앞으로가 문젠데 앞으로 계획은 어떤가요?
윤승호: 미국에선 관심을 계속 보여서 접촉을 하고 있는데 최 선수가 미국에 진출할 가능성도 많이 있습니다 최 선수 부모님이 더 힘들어 하십니다. 제가 보니까 아버지가 매니저를 보고 계신데 미국에 진출해서 운동을 시키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3차 방어전 끝나고 결정하자 방법을 찾아보자,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만 3차전 끝나고 신중하게 생각해 볼 겁니다. 현실적으로는 지켜봐야 될 거 같습니다. 한국에서의 상황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미국진출이 빨라질 수 있고, 든든한 후원자가 붙으면 이쪽에서 할 수도 있고요.
이예진: 다음 주 경기 꼭 이겨야 되겠습니다.
윤승호: 최현미 선수 아직 20살 어린 선수입니다. 학교 다니고 싶고, 수업 받고 싶고, 캠퍼스를 거닐고 싶은 예쁜 소녀인데 지금 여러 가지 어려운 생활을 딛고 쉽지 않은 격투기, 권투를 운명으로 삼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국민께서 많은 사랑 계속 주시고요. 혹시 방송을 듣고 계신 뜻이 있는 분이 계시다면 최 선수를 도울 수 있는, 훌륭한 선수로 키울 수 있는 길이 있으니까 지켜봐 주시고,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현미야 믿는다. 이번 경기 꼭 이겨야 한다!
[4월 29일에는 도전자 로페즈 선수와 함께 기자회견이 있는데요. 다음 주, 기자회견 현장과 경기 당일, 현장에서의 당당한 최 선수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다음 주 경기의 결과가 어떻든 미래가 밝은 20살, 최현미 선수가 원하는 권투를 끝까지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최현미 선수의 건투를 빌며 이예진의 희망통신 마치겠습니다.]
0:00 / 0: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