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통신] 남북청년 통일축구대회
서울-이예진 xallsl@rfa.org
2010.09.30
2010.09.30
안녕하세요? 희망통신의 이예진입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쪽빛 가을하늘의 정취는 남북 모두 비슷하겠죠.
이맘때가 되면 남한에서는 가을운동회가 열리는 학교가 많습니다.
지난 주말, 투명하게 드높은 가을 하늘 아래 남북청년들도 하나가 되어 운동회를 벌였습니다.
2010 통일축구대회현장으로 여러분을 안내합니다.
장내 아나운서: 이번 경기는 한겨레중고등학교의 FC한겨레와 숭실대사회복지학과의 SOCIAL-ELEVEN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함성
응원단: 파이팅
[화창한 지난주 토요일, 이른 아침부터 목동주경기장은 응원단의 함성으로 가득했습니다.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는 우양재단에서 주최하고 대한축구협회와 통일부, 북한이탈주민후원회 등이 후원한 통일축구대회가 열렸기 때문인데요. 매달 연습경기를 하며 오늘 대회만을 기다려왔던 남북한 청년들과 외국인 선수단까지 모두 8개 선수단은 결연한 의지를 다지고 있었습니다.]
이예진: 몸 풀고 계신 거예요?
이영석 북한인권시민연합 팀장: 저희 애들 몸 상태도 좋아서 괜찮을 겁니다.
이예진: 30분씩 경기해서 피곤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영석: 실력들이 비슷해서 경기가 어떻게 될지 몰라 긴장해서 피곤한 줄도 모르는 것 같아요. 밥도 못 먹더라고요.
이예진: 오늘 경기 어떤 각오로 하시겠습니까?
이번에 지면 예선에서 떨어져서 죽을 각오로 뛰려고 하고 있고, 앞에 출전하지 못했던 친구들에게 기회를 줄 생각입니다.
L4선수단: 어이! 파이팅
[지난 3월 연습경기를 취재했던 북한인권시민연합의 L4 선수단을 오랜만에 만났는데요. 이영석 팀장의 각오가 대단합니다. 각 선수단은 예선으로 30분씩 세 번의 경기를 치르고 그 성적으로 준결승과 바로 결승경기까지 치르게 되는데요. 피곤할 만도 한데, 아직은 선수들 모두 긴장감이 역력합니다. 그 때 마침 경기를 마친 연세대탈북청년 축구단의 이영수 학생을 만났는데요. 지난해 우승을 차지했던 연세대탈북청년 축구단은 이번에 예선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이영수학생: 이번에 준비를 못해서 아쉽게 우승을 못했지만, 내년에는 철저히 준비해서 우승하겠습니다. 축구가 운동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공기와 같아요. 왜냐하면 남한에 오신 분들이 적응하면서 생기는 힘든 것들을 몸으로 부딪치면서 해소할 수 있어 남다른 운동인 것 같아요. 또 남한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어 의미가 깊은 것 같아요. 우양재단에서 하는 이런 경기에 대해 감사하고 계속 지속됐으면 좋겠습니다.
이예진: 내년에는 어떤 각오로 임하시겠습니까?
내년에는 철저히 준비해서, 준비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저희가 뉘우치고 있고요. 내년에는 다시 우승을 차지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기는 축구단이 있으면 지는 축구단도 물론 있겠죠. 하지만 이기고 지는 게 중요한 건 아닙니다.]
박영철 우양간사: 저희가 처음에 큰 목적이 화합이라고, 남한, 북한, 외국인 청소년이 같이 어우러지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시작했는데, 점점 그 뜻에 다가가고 있죠.
[이번 대회를 주최한 우양재단의 박영철 간사 역시 탈북 청년입니다. 박영철 간사는 올해로 2회째를 맞은 통일축구대회를 직접 진행하며 남북화합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습니다.]
박영철: 축구대회하면 남자들만 하는데 사실 가족들도 다 오는데, 축구만 보면 재미없잖아요. 저희가 장터를 만들었어요. 이쪽에 음식도 두부밥인데 남한에선 쉽게 접하지 못하는 음식이에요. 누룩찐빵도 북한에서 오신 분이 직접 만들어서 후원해주신 거예요. 요술풍선은 남한 분들이 자원봉사로, 심판도 대한축구협회 20분 정도가 자원봉사로 나오셨어요.
[저도 늘 맛보고 싶던 두부밥! 그러나 어찌나 인기가 많던지 이미 동이 나고 없었습니다.]
이예진: 다 팔렸어요?
김민정: 예.
이예진: 몇 시부터 준비하셨어요?
김민정: 어제부터 준비했어요.
이예진: 250인분이면 상당히 많은데 두 분이 준비하셨어요?
김민정: 네. 북한에서 만들던 두부밥 그대로 만들었어요.
이예진: 남한 친구들도 맛을 봤겠네요.
모두들 너무 맛있다고 했어요.
[남한 사람들에겐 특별한 맛으로, 탈북자들에겐 고향의 맛으로 다가왔을 두부밥, 어땠을까요?]
손영호(가명): 일단 고향을 생각하며 먹는 것이고, 그래서 더 맛있어요. 학교 생활하다 보니 잘 챙겨먹지 못해요.
[특히 추석이 막 지난 터라 가족잔치 같은 통일축구대회가 더 특별한 지도 모릅니다.]
박영철: 추석이 지나서 남한 분들은 고향에 가시잖아요. 이분들은 추석을 외롭게, 아무튼 쓸쓸하잖아요. 끝나고 모여서 한 자리에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준비하는 저희들도 기쁘고요.
[박영철 간사는 그 마음을 더 절실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말 나온 김에 박영철 간사의 올해 추석이야기를 잠깐 들어봤습니다.]
박영철: 추석은 잘 보냈어요. 매해마다 북한에서 같이 친구와 함께 장봐서 음식도 만들어 먹어요. 추석 끝나면 남한친구들이 음식을 싸와서 “형, 고속터미널로 와요.”해요. “왜?” 그러면 “엄마가 음식 싸주셨는데 형이랑 같이 먹으래요.” 그러면 찡하죠.
[박영철 간사가 하던 말끝에 살짝 비친 눈물에는 외로움과 감사함이 동시에 느껴졌습니다. 비슷한 심정으로 남북 화합의 자리를 즐긴 300여명의 선수단과 응원단, 자원봉사자들을 만나봤습니다.]
신강철(가명): 교류도 하면서 서로 알아가고, 친해지는 과정을 통해 우리들끼리 통일을 먼저 이루고, 같이 이해하고 존중해주면서 통일을 이루면 나중에 남북통일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박지성, 정대세 선수가 같이 뛰면 우리가 이기죠. 내년에 또 오세요. 그 땐 저희가 우승할게요.
김미애: 이번에도 굉장히 연습도 많이 하고, 밤마다 작전회의를 했는데 잘 안되나 봐요. 경기장이 너무 커요. 아쉬워요. 잘 될 것 같았는데. 열정으로만 1등을 했을 텐데, 내년에는 꼭 우승해서 우리가 목표로 한 불우이웃을 도왔으면 좋겠습니다.
정성우(가명): 한국 애들과 어울릴 기회가 별로 없거든요. 일반 중고등학교에 다닌 애들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 한국 아이들과 의사소통이 잘 안되거든요. 이렇게 같이 축구하면서 땀도 흘리면 서로 알아가고, 한국 아이들도 탈북민들을 별로 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같이 축구하고 밥 먹고 상금도 타가면 좋죠.
[그렇습니다. 선수들이 유난히 온 힘을 다해 경기에 임하던 이유가 있었던 것이죠. 이번 경기에서 우승한 선수단에게는 상금 150만원, 그러니까 1300달러 정도가 주어집니다. 우승은 강력한 우승후보, 젊은 탈북청년들로 구성된 K1을 제치고 남북 청년들이 함께 힘을 합친 북한인권시민연합이 차지했습니다. 우승을 벼르던 북한인권시민연합은 상금을 모두 탈북청소년을 위한 기금으로 쓸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통일축구대회의 의미가 더 빛나는 순간입니다.]
손영호: 개인적으로 통일을 빨리 원하는 한 사람으로서 지금 이 순간만은 통일이 된 느낌이라 너무 좋고요. 총괄적으로 다함께 뛸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통일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응원을 하러 왔던 손영호 학생의 말처럼 우리의 통일, 이렇게 힘을 합쳐야 되는 것이겠죠? 희망통신, 이예진이었습니다.]
장내 아나운서: 이번 경기는 한겨레중고등학교의 FC한겨레와 숭실대사회복지학과의 SOCIAL-ELEVEN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함성
응원단: 파이팅
[화창한 지난주 토요일, 이른 아침부터 목동주경기장은 응원단의 함성으로 가득했습니다.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는 우양재단에서 주최하고 대한축구협회와 통일부, 북한이탈주민후원회 등이 후원한 통일축구대회가 열렸기 때문인데요. 매달 연습경기를 하며 오늘 대회만을 기다려왔던 남북한 청년들과 외국인 선수단까지 모두 8개 선수단은 결연한 의지를 다지고 있었습니다.]
이예진: 몸 풀고 계신 거예요?
이영석 북한인권시민연합 팀장: 저희 애들 몸 상태도 좋아서 괜찮을 겁니다.
이예진: 30분씩 경기해서 피곤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영석: 실력들이 비슷해서 경기가 어떻게 될지 몰라 긴장해서 피곤한 줄도 모르는 것 같아요. 밥도 못 먹더라고요.
이예진: 오늘 경기 어떤 각오로 하시겠습니까?
이번에 지면 예선에서 떨어져서 죽을 각오로 뛰려고 하고 있고, 앞에 출전하지 못했던 친구들에게 기회를 줄 생각입니다.
L4선수단: 어이! 파이팅
[지난 3월 연습경기를 취재했던 북한인권시민연합의 L4 선수단을 오랜만에 만났는데요. 이영석 팀장의 각오가 대단합니다. 각 선수단은 예선으로 30분씩 세 번의 경기를 치르고 그 성적으로 준결승과 바로 결승경기까지 치르게 되는데요. 피곤할 만도 한데, 아직은 선수들 모두 긴장감이 역력합니다. 그 때 마침 경기를 마친 연세대탈북청년 축구단의 이영수 학생을 만났는데요. 지난해 우승을 차지했던 연세대탈북청년 축구단은 이번에 예선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이영수학생: 이번에 준비를 못해서 아쉽게 우승을 못했지만, 내년에는 철저히 준비해서 우승하겠습니다. 축구가 운동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공기와 같아요. 왜냐하면 남한에 오신 분들이 적응하면서 생기는 힘든 것들을 몸으로 부딪치면서 해소할 수 있어 남다른 운동인 것 같아요. 또 남한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어 의미가 깊은 것 같아요. 우양재단에서 하는 이런 경기에 대해 감사하고 계속 지속됐으면 좋겠습니다.
이예진: 내년에는 어떤 각오로 임하시겠습니까?
내년에는 철저히 준비해서, 준비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저희가 뉘우치고 있고요. 내년에는 다시 우승을 차지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기는 축구단이 있으면 지는 축구단도 물론 있겠죠. 하지만 이기고 지는 게 중요한 건 아닙니다.]
박영철 우양간사: 저희가 처음에 큰 목적이 화합이라고, 남한, 북한, 외국인 청소년이 같이 어우러지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시작했는데, 점점 그 뜻에 다가가고 있죠.
[이번 대회를 주최한 우양재단의 박영철 간사 역시 탈북 청년입니다. 박영철 간사는 올해로 2회째를 맞은 통일축구대회를 직접 진행하며 남북화합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습니다.]
박영철: 축구대회하면 남자들만 하는데 사실 가족들도 다 오는데, 축구만 보면 재미없잖아요. 저희가 장터를 만들었어요. 이쪽에 음식도 두부밥인데 남한에선 쉽게 접하지 못하는 음식이에요. 누룩찐빵도 북한에서 오신 분이 직접 만들어서 후원해주신 거예요. 요술풍선은 남한 분들이 자원봉사로, 심판도 대한축구협회 20분 정도가 자원봉사로 나오셨어요.
[저도 늘 맛보고 싶던 두부밥! 그러나 어찌나 인기가 많던지 이미 동이 나고 없었습니다.]
이예진: 다 팔렸어요?
김민정: 예.
이예진: 몇 시부터 준비하셨어요?
김민정: 어제부터 준비했어요.
이예진: 250인분이면 상당히 많은데 두 분이 준비하셨어요?
김민정: 네. 북한에서 만들던 두부밥 그대로 만들었어요.
이예진: 남한 친구들도 맛을 봤겠네요.
모두들 너무 맛있다고 했어요.
[남한 사람들에겐 특별한 맛으로, 탈북자들에겐 고향의 맛으로 다가왔을 두부밥, 어땠을까요?]
손영호(가명): 일단 고향을 생각하며 먹는 것이고, 그래서 더 맛있어요. 학교 생활하다 보니 잘 챙겨먹지 못해요.
[특히 추석이 막 지난 터라 가족잔치 같은 통일축구대회가 더 특별한 지도 모릅니다.]
박영철: 추석이 지나서 남한 분들은 고향에 가시잖아요. 이분들은 추석을 외롭게, 아무튼 쓸쓸하잖아요. 끝나고 모여서 한 자리에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준비하는 저희들도 기쁘고요.
[박영철 간사는 그 마음을 더 절실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말 나온 김에 박영철 간사의 올해 추석이야기를 잠깐 들어봤습니다.]
박영철: 추석은 잘 보냈어요. 매해마다 북한에서 같이 친구와 함께 장봐서 음식도 만들어 먹어요. 추석 끝나면 남한친구들이 음식을 싸와서 “형, 고속터미널로 와요.”해요. “왜?” 그러면 “엄마가 음식 싸주셨는데 형이랑 같이 먹으래요.” 그러면 찡하죠.
[박영철 간사가 하던 말끝에 살짝 비친 눈물에는 외로움과 감사함이 동시에 느껴졌습니다. 비슷한 심정으로 남북 화합의 자리를 즐긴 300여명의 선수단과 응원단, 자원봉사자들을 만나봤습니다.]
신강철(가명): 교류도 하면서 서로 알아가고, 친해지는 과정을 통해 우리들끼리 통일을 먼저 이루고, 같이 이해하고 존중해주면서 통일을 이루면 나중에 남북통일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박지성, 정대세 선수가 같이 뛰면 우리가 이기죠. 내년에 또 오세요. 그 땐 저희가 우승할게요.
김미애: 이번에도 굉장히 연습도 많이 하고, 밤마다 작전회의를 했는데 잘 안되나 봐요. 경기장이 너무 커요. 아쉬워요. 잘 될 것 같았는데. 열정으로만 1등을 했을 텐데, 내년에는 꼭 우승해서 우리가 목표로 한 불우이웃을 도왔으면 좋겠습니다.
정성우(가명): 한국 애들과 어울릴 기회가 별로 없거든요. 일반 중고등학교에 다닌 애들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 한국 아이들과 의사소통이 잘 안되거든요. 이렇게 같이 축구하면서 땀도 흘리면 서로 알아가고, 한국 아이들도 탈북민들을 별로 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같이 축구하고 밥 먹고 상금도 타가면 좋죠.
[그렇습니다. 선수들이 유난히 온 힘을 다해 경기에 임하던 이유가 있었던 것이죠. 이번 경기에서 우승한 선수단에게는 상금 150만원, 그러니까 1300달러 정도가 주어집니다. 우승은 강력한 우승후보, 젊은 탈북청년들로 구성된 K1을 제치고 남북 청년들이 함께 힘을 합친 북한인권시민연합이 차지했습니다. 우승을 벼르던 북한인권시민연합은 상금을 모두 탈북청소년을 위한 기금으로 쓸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통일축구대회의 의미가 더 빛나는 순간입니다.]
손영호: 개인적으로 통일을 빨리 원하는 한 사람으로서 지금 이 순간만은 통일이 된 느낌이라 너무 좋고요. 총괄적으로 다함께 뛸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통일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응원을 하러 왔던 손영호 학생의 말처럼 우리의 통일, 이렇게 힘을 합쳐야 되는 것이겠죠? 희망통신,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