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서 열리는 북한 인권 행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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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독일의 북한 관련 행사들을 들여다봅니다.

(김영일)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유럽연합 외교관들이 북한 측에 인권 상황을 물어보면 북한이 부인한다면서 탈북자들에게 북한 측 주장과 반대되는 북한 인권탄압 사례의 근거를 달라고 하더라고요.

한국의 인권단체인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김영일 대표가 얼마 전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한 말입니다. 특히 정작 북한과 수교를 한 여러 유럽국가가 북한 인권 유린의 구체적 사례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런 우려가 들리는 가운데, 독일에서는 최근 북한의 인권 유린에 대한 대중적 인지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지난달 독일의 유력지 디벨트가 중국 내 탈북 여성이 인신매매의 표적이 되는 등 성적 학대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기사를 비중 있게 다루는가 하면, 독일의 공영방송인 ZDF가 탈북자의 인권을 다룬 기록영화 '천국의 국경을 넘다'를 방영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이 과거 독일인도 납치한 정황이 공개됐다고, 일본의 일간지 산케이신문이 지난 2월에 보도해, 상당수 독일인이 충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1972년에 설립된 국제적 인권기구인 '인권을 위한 국제사회'가 오는 12일부터 삼 일간 독일의 본에서 열리는 대규모 국제회의에서 북한의 인권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도 이런 독일 내 흐름과 무관치 않습니다. 이번 회의 첫 날에는 이집트, 이란, 북한의 인권 문제에 관한 설명회가 열립니다. 북한 설명회를 담당한 한국의 탈북자단체 'NK지식인연대'의 박건하 사무국장이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한 말, 들어보시죠. 박건하 씨는 북한 휴전선 민경부대에서 복무하다가 지난 2005년에 한국에 입국했습니다.

(박건하) 동독의 인권상황이 북한의 인권상황과 비교할 정도가 못됩니다. 독일의 비밀경찰인 스타치가 아무리 인권유린 행위를 했다하더라도 북한 정권 하에서 북한 보위부가 저지른 악행에 비교할 수조차 없습니다. 강도가 약하지요. 이에 비하면 북한에서 자행되는 인권유린은 경악할 만한 수준입니다. 이를 독일에서 알리면 독일인들이 이 문제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봅니다.

회의 둘째 날에는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를 바탕으로 한 기록영화 '14호 수용소'의 시사회와 수용소 출신 탈북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집니다. 이번 회의에서 이틀 연속해 특정국가의 인권 문제가 다뤄지는 것은 북한이 유일합니다.

지난달 중순 스위스에서 열린 국제인권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14호 수용소'는 독일의 마크 비제 감독이 여러 해에 걸쳐 제작한 기록영화인데요, 비제 감독이 최근 영화제의 기자회견장에서 밝힌 말, 잠시 들어보시죠.

(마크 비제) 북한의 14호 수용소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가 사진에서 혹은 영화에서 봤던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만든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가 떠오르더군요. 저는 영화감독으로서 북한 14호 수용소의 문을 조금이라도 열어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사람들이 수용소의 끔찍한 실체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게끔 하고 싶었습니다.

마크 비제 감독은 북한을 직접 방문하진 못했어도, 수용소를 촬영한 위성사진, 탈북자 신동혁 씨의 독특한 삶, 그리고 독일 나치 정권을 연상케 하는 북한 보위부원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가치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두 달 뒤인 오는 6월에는 한국의 비영리단체인 '북한인권시민연합'이 독일의 베를린에서 북한인권, 난민문제 국제회의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올해로 13회째를 맞는 국제회의는 그동안 폴란드, 호주, 영국 등 세계 각국에서 매년 국제회의를 개최하면서, 각국 정부대표, 외교관, 국제 비정부단체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북한인권 문제를 논의하는 장으로 성장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의 김은영 간사는 자유아시아방송에 특히 6월 17일은 독일에서 동독의 공산주의 독재체제에 반대하는 민중봉기가 일어난 지 60주년이 되는 날이어서, 이날에 맞추어 국제회의를 열기 위해 현재 독일의 인권단체들과 구체적인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앞서, '북한 자유주간' 행사가 지난해 10월 옛 서독의 수도인 본과 지방도시 에센에서 성황리에 열렸고, 지난해 3월에는 재독 한인들이 베를린의 중심가에 모여 탈북자 북송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탈북자 문제와 북한의 인권상황을 설명한 전단을 배포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