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대통령, 김일성종합대학서 연설

0:00 / 0:00

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뒤늦게 밝혀진 차히야 엘벡도르지 몽골 대통령의 김일성종합대학 연설 내용을 들여다봅니다.

(조선중앙TV) (엘벡도르지 몽골 대통령은) 두 나라 사이의 친선관계가 더욱 확대발전되리라는 확신을 표명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방금 들으신 것처럼 11월 1일 차히야 엘벡도르지 몽골 대통령이 방북 일정 마지막 날인 지난달 31일 김일성종합대학교를 방문해 연설했다고 짤막하게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TV를 비롯해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는 몽골의 정치, 경제, 역사, 문화 등에 대해 언급했다고만 소개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밝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몽골 대통령실이 최근 홈페이지에 공개한 연설문은 북한 측 발표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엘벡도르지 대통령은 연설에서 자유와 인권을 유난히 강조했습니다. 엘벡도르지 대통령의 말입니다.

(차히르 엘벡도르지) 폭정은 지속될 수 없습니다. 자유롭게 사는 것은 인간의 욕망이며, 이는 영원한 힘입니다.

엘벡도르지 대통령은 이어 "자유는 모든 개인이 자신의 발전 기회를 발견하고 실현하게 하며 이는 인간사회를 진보와 번영으로 이끈다"고 몇 차례 강조했습니다. 나아가 "타인의 선택에 의해 사는 삶이 달콤해도, 쓰지만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선택하며 사는 게 낫다'는 몽골 속담도 소개했습니다.

엘벡도르지 대통령은 특히 몽골은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권리, 개인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권리를 귀중히 여기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엘벡도르지 대통령은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사형 제도를 철폐한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차히르 엘벡도르지) 2009년 6월 이후 몽골은 사형 제도를 폐지했습니다. 우리는 사형 제도의 완전한 폐지를 지지합니다.

몽골과 달리, 북한은 현재 사형 제도를 유지하며, 2012년에도 사형을 실제로 집행했습니다. 탈북자 증언과 신뢰할만한 보고서에 따르면, 1950년대 이후 수천 건 이상의 사형집행이 있었고, 특히 1990년대와 2000년대에 많은 수가 집행됐습니다. 2010년 이후에만 수십 명 이상이 사형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극단적인 정보 제한으로 이 수치는 실제보다 더 작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엘벡도르지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과거 경력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엘벡도르지 대통령은 지난 1990년에 시작된 몽골의 민주화 운동을 통해 75년 역사의 공산당 독재 체제를 무너뜨리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습니다. 엘벡도르지 대통령이 지난 2009년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단독회견에서 한 말, 잠시 들어보시죠.

(차히르 엘벡도르지) 몽골 국민은 오랫동안 자유를 열망해왔습니다. 그 결과 20여 년 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위대한 선택을 했습니다. 자유란 저절로 성장하는 게 아닙니다. 자유란 어린 아기와 같습니다. 부모는 매일 아침 아기의 기저귀를 갈아주면서 관심을 보입니다. 마찬가지로 국민은 정부의 운용 체계와 정부 관리의 업무 하나하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엘벡도르지 대통령은 이와 더불어 이번 평양 연설에서 몽골의 사법 개혁 노력을 소개했습니다. 엘벡도르지 대통령은" 부패가 국가 발전에 치명적인 적"이라며 "몽골은 부패에 대한 불관용 정책을 시행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국제투명성기구가 지난 12월에 발표한 부패인식지수 순위에서 최하위인 174위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부패인식지수는 공직사회와 정치권 등 공공부문에 부패가 얼마나 존재하는지에 대한 인식 정도를 평가한 지표입니다.

앞서, 엘벡도르지 대통령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집권 후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지난달 말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엘벡도르지 대통령은 3박 4일 방북 기간에 박봉주 총리를 비롯한 고위관료들은 만났지만, 김정은 제 1위원장은 만나지 못하고 몽골로 돌아갔습니다.

한편, 동영상을 보면 약 15분간 이어진 엘벡도르지 대통령의 연설 직후 질문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엘벡도르지 대통령이 연설장을 떠날 때 청중은 자리에서 일어나 오랫동안 박수를 쳤습니다.

(박수 소리)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국내 인권상황이 열악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국가들이 유엔의 인권이사회 회원국으로 선출됐다고 일본의 산케이 신문이 보도했습니다. 유엔 총회는 인권이사회의 이사국을 새로 선출하는 선거를 실시해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쿠바 등 '인권 상황이 열악하다'고 국제 인권단체 등이 비난해온 14개국을 선출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과 사우디 외에 베트남과 몰디브가 선출됐습니다. 신문은 중국과 베트남이 일당 독재 체제 하에서 언론 탄압 등 국내 통제를 강화하고, 사우디도 여성의 인권 침해 등을 둘러싸고 국제 사회에서 비판받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동유럽에서는 마케도니아 외에도 동성애자의 권리 침해 등으로 비판받아 온 러시아가 사실상 '무풍 선거'로 선출됐습니다. 북미·서유럽 권에서는 영국과 프랑스만이 입후보해 당선됐습니다. 중남미 권에서는 라울 카스트로 독재 체제 하에 있는 쿠바가 멕시코와 함께 우루과이를 물리치고 당선됐습니다. 아프리카 권에서 과거의 인권 침해에 대해 인권 조사를 거절한 알제리 외에도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모로코, 나미비아가 당선됐습니다.

-- 전 세계 박해받는 기독교인을 위한 인권단체인 '릴리즈 인터내셔널'이 최근 영국의 런던에 있는 인도 고등법무관 사무소 앞에서 차별받는 인도의 기독교인들을 위한 철야기도집회를 갖고 헌법에 명시된 종교 자유의 권리를 보장해줄 것을 청원했습니다. 이들 회원들은 힌두교 무장군인들의 폭력과 '반 개종법'의 위협 아래 차별과 고통을 받는 인도 개신교인들을 위해 28만 명의 서명을 받기도 했습니다. 인도에서는 7개 주에서 반개종법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반개종법은 다른 종교로 개종을 원하는 경우 먼저 당국의 공식적인 승인을 받아야 하며, 종교 지도자들은 자신의 개종 사실을 보고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징역 3년에 처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릴리즈 인터내셔널은 반개종법에 대해 "이 같은 법들이 인도의 헌법에서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인도 정부가 헌법에 명시된 시민의 권리를 보장해 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