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2015 북한인권백서'를 들여다봅니다.
(김현정) 인민학교 2, 3학년 때였어요. 8-9살이었죠. 시장에 장보러 사람이 많이 모이는데, 어느 날 시장에 공고문이 붙었어요. 몇 월 며칠 몇 시에 공개처형하니까 모이라고요. 그러면 사람들이 다 거기에 나갑니다. 먼저 재판을 합니다. 무슨 목적으로 이 사람은 인민의 이름으로 재판을 한다, 그러면 안전원 3명이 나와서 3번 세등분해서 사람을 묶는데, 총을 세 번 쏘면 시체가 동그랗게 돼서 떨어집니다. 그 후 가마니를 들고 와서 툭 차서 시체를 넣고 끌고 갑니다. 어렸을 적부터 이런 걸 많이 봤습니다.
함경남도 함흥 출신의 탈북자 김현정 씨가 지난해 말 한국의 채널A방송에 나와 북한의 공개처형을 증언하는 장면입니다. 인간의 생명을 헌신짝 보듯 하는 인권 파괴의 실상에 남한 출연진은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이처럼 공개처형을 당한 북한 주민이 지난 2000년 이후 1,300명을 넘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2015 북한인권백서'에서 2000~2014년 누적 공개처형자 숫자가 모두 1,382명으로 추산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2008부터 2014년까지 7년간 매년 200~250명의 탈북자를 대상으로 심층 면접조사를 벌여 파악한 수치입니다. 공개처형자 수는 2008년과 2009년에 각각 161명과 160명을 기록했습니다. 2010년에는 106명, 2011년 131명, 2012년 21명, 2013년 82명, 2014년 5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런 수치는 북한이 지난해 1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사형이 예외적인 경우에만 시행된다고 밝힌 것과 상당한 차이가 나는 셈입니다.
특히 최근 한국 영상물 시청과 유포, 마약 밀수와 밀매 등의 행위에 대한 사형 집행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증언이 다수 있었습니다.
도경옥 북한인권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이 숫자는 탈북자들이 직접 목격하거나 전해들은 것을 합한 수치로 실제로는 더 많을 수도, 적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도 연구위원은 이어 "지난해는 조사 대상자의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고 시점도 최근이라 수가 적지만 앞으로 조사에 따라 늘어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도 연구위원이 한국의 KBS 방송에 전한 말입니다.
(도경옥) 어떤 법적 절차나 재판 절차 없이 자의적이고 또 즉흥적으로 이렇게 처형을 하는 것은 국제인권기준에 반하는 것입니다.
인권백서는 동일한 범죄 혐의로 다수의 피고인에 대해 공개재판을 실시하면서 일부는 사형을 집행하고 나머지는 '김정은의 배려·방침'이라며 무죄를 선고하고 석방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통일연구원은 김정은의 '애민' 지도자상을 부각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하며, 이런 조치가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김정은의 방침과 지시가 초법적 기능을 발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교화소, 노동단련대, 집결소, 구류장 등 각종 구금 시설에서의 고문, 구타 등 가혹행위가 지속되고 있었으나, 인권 상황이 다소 개선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증언도 일부 나왔습니다.
특히 인권침해 사례가 알려졌던 함경북도 회령의 전거리교화소의 경우 "2008년 이후 구타가 줄었다", "인권침해 실태가 외부에 알려지면서 교화소 내 사망사건이 적극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증언이 있었습니다. 2013년 함경북도 무산 인근에 거주하던 600여 세대가 강제로 추방되는 등 거주의 자유 침해 사례도 이어지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한편, 북한은 이번 보고서에 대해 크게 반발하면서 대남 비난 공세에 나섰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일 북한인권보고서에 대해 "북한의 신성한 사회주의제도의 영상에 먹칠하고 북남대결을 더한층 격화시키려는 남조선의 비렬한 술책"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북한 내각기관지 민주조선도 5일 "북남관계를 더욱더 헤여나올수 없는 위기에로 몰아가는 반민족적이며, 반통일적인 망동"이라고 비난했습니다.
통일연구원은 지난 1996년부터 매년 국문과 영문으로 북한인권백서를 발간해 왔으나, 북한이 올해 이처럼 크게 반발하는 것은 유엔인권기구 서울사무소 설치를 비롯해 북한인권에 대한 압박이 강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미국의 일간지 워싱턴포스트가 최근 북한인권 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호소하는 사설을 실었습니다. 신문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언급한 ‘유대인 대학살’ 발언을 북한 실정에 적용했습니다. “강대국은 강제수용소로 향하는 철로 사진을 가졌으면서도 왜 이를 폭파하지 않았는가”라는 교황의 질문을 북한인권 실태에도 똑같이 던져야 한다는 겁니다. 신문은 압제적 행동에 대해 알았다는 것은 이와 관련해 뭔가 해야 하는 책임이 따른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신문은 특히 나치의 유대인 학살 증거를 확보했던 미국과 영국이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았듯,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의 최종 보고서 발표 이후 국제사회의 후속 조치 또한 미흡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보고서가 북한의 강제수용소 네 곳에 8만 명에서 12만 명의 정치범들이 수감됐고 살인과 고문, 성폭행 등 반인도적 범죄가 자행되고 있다는 증언을 기록한 사실을 상기시켰습니다.
-- 홍콩에서 주권 반환 18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집회가 1일 진행됐습니다. 그러나 2017년 행정장관 선거안의 입법회 투표가 부결된 후 약 2주 만에 열린 이번 집회 참여 인원수는 예년에 비해 적었습니다. 지난해 홍콩 점거 시위가 벌어진 후 처음으로 진행된 '7·1 대행진' 참석 인원수는 4만8000명에 그쳤다고, 주최 측인 시민운동단체 민간인권진선 측이 밝혔습니다. 이번 집회에 참석한 일부 인사는 홍콩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노란 우산을 들고 '진정한 보통선거를 요구한다', '정치개혁을 다시 추진하라', '렁춘잉은 사퇴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습니다. 렁춘잉은 홍콩의 현 행정장관입니다. 홍콩 언론에 따르면 집회에 참여한 인원은 지난 2009년 이후 6년 만에 최저 수준입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