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회담서 북 인권 문제 중 일본인 납치 거론할 예정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18.04.24
Trump_Abe_Press_b 트럼프 대통령이 18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SSOCIATED PRESS

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 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 합니다.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장명화 기자, 미국이 북한의 심각한 인권 문제 가운데 하나인 일본인 납치문제를 북미 정상회담에서 제기할 계획이라는 게 밝혀지지 않았습니까?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일본 NHK 방송에 따르면, 아베 신토 일본 총리는 얼마 전 미국 플로리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 정상회담에서 "일본에 중요한 현안인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납치문제를 북한과의 정상회담에서 거론할 생각"이라며 "일본에 중요한 사안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양윤정: 북한이 납치한 일본인은 대략 몇 명이나 됩니까?

장명화: 일본 정부가 인정한 납북 일본인 피해자는 17명입니다. 이 가운데, 지난 2002년에 귀국한 5명을 제외하면 12명이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8명이 이미 사망했고, 나머지 4명은 북한에 입국한 적이 없다고 맞서왔습니다. 그러다 2014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북한과 일본이 납북 일본인 피해자에 대한 재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는데요, 당시 일본 외교가에서는 일부 납북 일본인 피해자의 귀국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인정한 17명 중 1명과, 인정받지 못했지만 납북 가능성이 높은 특정실종자 중 1명이라는 구체적인 내용도 흘러나왔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면서 일본이 대북 압력 노선을 본격화하면서 일본과 북한 간 스톡홀름 합의는 흐지부지됐습니다. 양윤정: 북한은 인권과 관련한 문제 제기를 ‘내정간섭’으로 취급하며 반발해오고 있는데요, 정상회담을 앞두고 변화의 조짐이라도 있습니까?

장명화: 네. 마침 북한 당국이 회담을 앞두고 일본인 납북 피해자 요코타 메구미 씨의 남편인 김영남 씨를 통해 한국에 사는 모친을 평양에 초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 교도통신은 18일 한국의 민간단체인 ‘납북자가족모임’ 최성룡 대표의 말을 인용해 김 씨가 한국에 사는 모친 최계월 씨를 평양에 초청하는 계획을 북한 당국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통신에 따르면, 최 대표는 북한 내 소식통으로부터 최 씨에 대한 초청 정보를 얻었으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관여했을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한국에서 1978년 납북된 김 씨가 최 씨를 만나는 장면을 연출해 ‘납치는 없다’는 입장을 취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고 미국의 인권문제 제기를 방어해 일본의 개입을 억제하는 전략을 세우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양윤정: 저희 청취자들을 위해 요코타 메구미 씨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주시죠.

장명화: 네. 요코타 메구미는 일본인 납북 피해자의 상징적 인물인데요, 1977년 13세이던 요코타 메구미는 니가타 현의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다 실종됐습니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은 2002년 북일 정상회담에서 요코타 메구미의 납북 사실을 인정하고 메구미가 자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은 2004년 11월 제3차 북일 협상 때 메구미의 유골을 전달했는데요, 유전자 검사 결과 다른 사람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습니다. 그 이전까지 북한은 메구미가 1986년 평양에서 김영남 씨와 결혼했으며 1994년 자살했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입니다. 여론이 더 악화되자 북한은 2006년 메구미의 남편과 두 사람 사이에서 낳은 딸의 존재를 공개했습니다. 당시 그녀의 딸은 엄마가 병사했다고 주장했으나, 2011년 한 탈북자에 의해 메구미가 생존해 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생존설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2014년 일본 측에서 극비 조사를 행하던 중 메구미가 약물 과다 투여로 사망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이에 따르면, 메구미는 완전격리병동에 감금됐다가 30세이던 1994년 4월 사망했고, 인근 야산에 묻혔습니다.

양윤정: 북한의 일본인 납치에 대한 국제사회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장명화:  국제사회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유엔인권이사회는 지난달 북한인권 결의안을 채택했는데요, 지난해 납북자에 대한 조치 촉구에 이어, 올해 결의안에는 억류자 인권에 대한 내용이 추가됐습니다. 제네바주재 일본대표부의 시노 미츠코 차석대사가 총회에서 한 말, 잠시 들어보시죠.

(시노 미츠코) 이번 결의안은 북한의 납치와 다른 형태의 인권유린에 관한 매우 심각한 우려를 강조한 2017년 유엔 총회의 결의안 내용을 명시했습니다. 국제사회는 북한이 인권 개선을 하기 위한 구체적 조치를 취하고, 납치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도록 지속적인 압력을 가하고 강력히 촉구해야 합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미국 정부가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벌어지는 심각한 인권탄압에 우려를 표하며 그 연루자들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로라 스톤 미국 국무부 부차관보 대행은 최근 베이징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대규모 구금 사태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으며, '국제 마그니츠키 인권책임법'에 따라 행동을 취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제 마그니츠키 인권책임법’은 인권탄압과 부패 혐의가 있는 전 세계 관료를 겨냥한 법으로, 제재 대상자의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인이 이들과 거래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스톤 부차관보 대행은 "특히 자치구에서 취재하던 자유아시아방송 기자 6명의 가족이 구금됐다는 소식에 우려가 크다"며 "이들 중 4명은 미국 시민권자이며, 2명은 미국 영주권자"라고 밝혔습니다. 자치구에서는 외국 사이트에 접속하거나 외국 친척과 접촉했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사람이 강제수용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의 내정에 대한 간섭과 근거 없는 비판은 용납할 수 없다"며 "신장 자치구의 모든 민족은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인종청소 논란에 휩싸인 반군 소탕전을 피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던 로힝야족 중 첫 귀국자가 나왔다는 미얀마 정부의 발표를 두고 뒷말이 무성합니다. 미얀마가 국경지대 황무지에 머물던 이들을 포섭해 데려온 뒤 자발적인 귀국으로 포장해 선전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입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정부는 로힝야족 난민 일가족 5명이 자발적으로 귀국했다는 미얀마 정부의 주장을 '정치적 선전'이라고 일축했습니다. 앞서 미얀마 정부는 지난 14일 성명을 통해 방글라데시로 넘어갔던 난민 일가족 5명이 자발적으로 복귀했다며, 이들에게 식량과 생필품을 지급하고 임시 신분증인 국가확인증도 발급했다고 밝혔습니다. 70만 명에 이르는 로힝야족 난민 송환 문제를 감독하는 유엔난민기구도 방글라데시 측 주장에 동조했습니다. 유엔난민기구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번 귀국 사례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보고된 귀환 사례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미얀마 측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귀국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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