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초대석: ‘홍길동전’ 그림소설 낸 앤 오브라이언씨
2006.12.20
뉴스와 화제의 인물을 만나보는 'RFA 초대석' 오늘은 이 홍길동전을 그림소설 (graphic novel)로 펴낸 미국인 앤 시블리 오브라언 (Anne Sibley O'Brien)씨를 모셨습니다.
동에서 번쩍, 서에서 번쩍, 신출귀몰한 홍길동. 홍길동전을 직접 읽지 않았어도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홍길동을 알 만큼, 홍길동은 남북한 사람들의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온 이름입니다.
지난 달 출간된 영어책 제목은 “홍길동전: 한국의 로빈훗 (The Legend of Hong Kil Dong - The Robin Hood of Korea)”입니다. 참고로, ‘로빈훗’은 백성을 괴롭히는 지배층과 맞서 싸워서, 빼앗긴 재산과 짓밟힌 정의를 백성들에게 되돌려준 영국의 의적입니다. 오브라이언씨는 작가, 삽화가, 연기자로 활동해왔으며, 현재까지 25권이 넘는 그림책을 펴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브라이언씨. 반갑습니다. 그동안 흑인가족, 미국의 중국어린이 입양 등 독특한 소재로 한 그림책들을 많이 펴내 오셨는데요, 이번에 ‘홍길동전’을 택해 그림소설을 낸 사연을 소개해주시죠.
Anne Sibley O'Brien: I found a copy of 'Hong Kil Dong' in English translation in a collection of Korean literature translated into English at the Harvard library, Harvard's Yenching Korean collection. And I was so excited when I found it...
제가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옌칭도서관에서 영어로 번역이 된 ‘홍길동전’을 보게 되면서 시작됐어요. 그 책을 발견했을 때 얼마나 흥분했던지! 홍길동은 알고는 있었어요. 홍길동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랐거든요. 일종의 민간설화인줄만 알았어요. 그런데 ‘홍길동전’이 허균이 쓴 소설이고, 또 초고 (original manuscript)도 있다는 것을 1993년에서야 알게 됐어요. 당시 “공주와 거지 (The Princess and the Beggar)”라는 온달장군을 토대로 한 책을 끝낸 상태였지요.
초고를 발견한 후부터 이 실존 인물의 이야기가 미국 아동들에게 아주 훌륭한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모험으로 가득차고, 로빈훗처럼 위대한 영웅의 이야기고, 또 미국 아동들이 이 책을 읽음으로서 한국문화에 대해 많이 알게 되쟎아요? 처음에는 그림책으로 구상했었는데, 출판사에서 그림소설로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어요. 홍길동전에는 액션, 즉 활동적 연기가 많고, 또 신비스런 내용도 많아서 금상첨화죠.
홍길동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랐다구요? 한국에서 사신 적이 있습니까?
ABO: Yes, my dad is a doctor with the Presbyterian church, 장로교 선교부, and we moved there (South Korea) in 1960 and I was 7 years old. We lived in Seoul for one year while my parents were in language school at Yonsei and we moved to Taegu, and my dad worked at 동산병원, and then in 1969, we moved to Kojedo...
네. 제 친정아버지가 장로교 선교부 소속의 의사였어요. 제가 7살이었던 1960년에 남한에 가셨죠. 부모님이 연세대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1년간 저희 가족은 서울에서 살았어요. 그 후 대구로 옮겼는데요, 대구 동산병원에서 일하셨어요. 그러다가 1969년에 거제도로 이사갔어요. 거기서 공공보건사업을 하시려구요. 당시 보건, 의료비용이 너무 높아서 무척 걱정하셨거든요. 그 사업을 통해 비용을 낮추려고 하셨지요. 부모님은 거제도에서 약 7년간 계셨구요. 저는 고등학교 졸업 후 1년 정도 있다가 미국으로 왔죠. 그 후 몇 차례 미국과 남한을 왔다 갔다 했어요. 부모님과 대화할 때 빼고는 늘 한국어를 썼어요.
그 당시의 거제도라면 외국인이 거의 없던 곳이었을 텐데요.
ABO: Oh, yes, all the time. "아이고, 미국사람, 미국사람, 코쟁이 (웃음), 키다리, yes, I'm quite tall for an American. I'm 175cm. I'm tall in the United Staets and in Korea...
네. 맞아요. 항상 ‘아이고 미국사람, 미국사람, 코쟁이, 키다리“라면서 사람들이 놀렸어요. 미국사람 기준에서도 전 키가 큰 편이예요. 175센티미터예요. 그리고 제 아버지도 키가 컸어요. 아버지를 잃어버린 적이 없어요. 사람들 가운데 섞여 계시면, 다른 사람보다 머리 하나 정도 크기 때문에 금방 찾을 수가 있었거든요.
얼마 전에 남한의 한 연구기관이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거든요. 그런데 가장 인기 있는 영화가 지난 1986년에 제작된 역사 무협극인 ‘홍길동’이었습니다. 젊은 북한관객들이 좋아하는 액션장면, 즉 활동적 연기장면이 많아서였답니다. 남한주민들도 많이 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혹시 보신 적 있습니까?
ABO: No. I've tried to get a hold of it. In South Korea, it was the first animation movie that was made was Hong Kil Dong. But I haven't been able to get a copy of either one of those...
아뇨. 한 편 구해서 보려고 했는데 아직까지 못 구했어요. 남한에서도 제일 처음 만들어진 극장용 만화영화가 바로 ‘홍길동’이었잖아요? 둘 다 빨리 보고 싶군요. 그런데, 하버드대의 옌칭도서관에서 북한판 ‘홍길동’ 만화를 본 적은 있었어요. 전통적인 화풍으로 그려졌었죠. 아마 중국의 문화혁명 때 유행했던 중국식 화풍으로 붓과 먹물을 사용했던 것 같은데, 현대적이고 사실적으로 그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무척 멋있었습니다.
오브라이언씨의 책을 보니까, 한 농민이 그러더군요. ‘관리들이 백성들의 돈으로 술, 춤추는 여자들, 값비싼 음식들로 탕진하는 동안, 농민 자녀들은 배가 고파 죽어가고 있다‘구요. 마치 오늘날의 북한을 보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도 북한주민들 대다수는 먹을 것이 없어 고생하고 있는데, 북한의 특권층은 일본산 소고기나 캐비어, 즉 철갑상어의 알젖 등 값비싼 음식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이 연일 나오고 있잖습니까?
ABO: Well, I'm wondering if that might be why it's so popular there, is that people are hoping for deliverance from an oppressive regime.
음. 아마도 그래서 ‘홍길동’이 북한에서 그렇게 인기가 있나봅니다. 다시 말하면, 북한주민들이 그 영화를 보면서 억압적인 체제로부터 벗어나기를 바라고 있다는 거죠.
이번에 펴내신 ‘홍길동전: 한국의 로빈훗’은 영어로 쓰여서 일단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것일 텐데요, 저자로서 독자들의 어떤 반응을 염두에 두고 쓰셨는지 궁금합니다.
ABO: I think you could find many themes in it. The ones that really spoke to me were, first of all, it's such a great adventure story. It's got magic and the theme of justice prevailing and it's just a fantastic hero tale on the surface all by itself. But in addition to that...
이 책안에는 여러 주제가 녹아있어요. 우선 가장 중요한 점은 위대한 모험 이야기라는 거죠. 신비한 주술에 관한 내용도 있고, 또 정의가 승리하는 등, 겉으로 보면 멋들어진 영웅이야기로만 보일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주인공인 홍길동이 능력이 있어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없고, 그래서 결국에는 자신의 운명을 찾아나서는 점에 무척 끌렸어요. 물론 자신의 길을 찾게 되죠.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창의성과 상상력에 관한 이야기라고 보면 됩니다.
좀 전에 말한 정의도 무척 중요한 주제입니다. 즉 모든 사람은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킬 자격이 있다는 것, 그리고 돈이나 권력을 가진 사람이 가난한 사람의 것을 빼앗아 더 부자가 되는 상황은 바꿀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어요. 또 무엇보다도 한국 전통문화의 풍부함과 아름다움을 이 책을 통해 미국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었구요.
한국어를 잘 하시는 것 같은데요, 저희 자유아시아방송 청취자들에게 한 말씀 한국어로 해주시죠.
ABO: (laughter) 아 글쎄요. 아주 반가운 일이었습니다. 이 홍길동 책을 만드는 경험은요. 그리고 한국분들한테 따뜻한 정을 느끼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한국 사람들이 나를 welcome해주고, 아주 따뜻하게 키워주었어요. 그래서 이 홍길동 책은 저한테 참 감사한 일입니다.
워싱턴-장명화
RFA 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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