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매주 이 시간 흥겨운 선율과 신명나는 음악으로 여러분을 찾아가는 <재즈, 재즈, 재즈> 시간입니다. 여러분 벌써 여름을 알리는 6월도 다 지나가고 한낮은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려 새삼 성하의 계절을 실감하게 하는데요. 오늘 재즈 순서에선 여름이면 가장 즐겨 연주되는 곡으로 출발할까 합니다. 곡 이름은 ‘여름’을 뜻하는 ‘Summertime'으로 1920년대 30년대 가장 유명한 대중음악 작곡가인 조지 거슈인(George Gershwin)이 작곡한 곡입니다. 원래 이 곡은 거슈인이 오페라 ’포기와 베스‘를 위한 삽입곡으로 만든 것이지만, 선율도 따라 하기 쉽고 가사도 한여름의 정취를 잘 그리고 있어 금방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곡은 1936년 맨 처음 재즈 여가수인 빌리 홀리데이가 취입한 뒤 지금까지 녹음된 연주곡 혹은 노래가 2천6백 개에 달한다고 하니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오늘 들어보실 ’Summertime'은 유명한 재즈 기타 연주자이자 종종 가수로도 활약하고 있는 조지 벤슨과 흑인영가 가수인 질 스코트가 함께 경쾌하게 부르는 노래입니다.
George Benson & Jill Scott's Summertime
어떻습니까? 아주 흥겹고 어깨춤이 들썩거리지요? 원래 노래는 2분 정도의 짦은 곡이지만 중간에 원래 선율을 바탕으로 두 가수가 즉흥적으로 흥얼거리는, 이걸 스캣이라고 하는데요. 이런 스캣을 넣고, 다시 원래 가사로 곡을 멋지게 끝내는 게 일품입니다. 이처럼 재즈는 연주곡이든 노래곡이든 처음엔 원래대로 연주 혹은 노래하다가 이걸 연주인 혹은 가수가 방금 들으신 대로 즉석에서 코드와 멜로디 즉 화음이나 선율에 따라 자기 식으로 편곡해서 소화한 뒤 원래 곡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니까 연주인의 기량에 따라 즉흥연주는 원곡보다 훨씬 더 길어질 수도 있고, 이게 바로 재즈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클래식 음악은 악보에 나와 있는 대로 연주하면 그걸로 끝나지만 재즈는 이처럼 즉흥연주에 따라 얼마든지 연주자가 자기 식으로 곡을 창조할 수 있는 겁니다.
이번엔 1930년대와 1940년대 미국에서 빅밴드 재즈가 유행하던 시절 트럼펫 연주자이자 밴드 지휘자로서 명성을 날렸던 해리 제임스가 이끄는 악단이 연주하는 ‘It's Been a Long, Long Time'을 들어보시죠.
Harry James's Orchestra's It's Been a Long, Long Time
연주 중간에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키티 캘런이란 여자 가수인데 1940년대 50년대에 걸쳐 큰 인기를 끌었던 가수이기도 합니다. 이 곡은 2차 세계대전이 막 끝난 1945년 나왔는데요. 한때 미국 대중음악의 순위를 매기는 빌보트 차트에 1위에 올랐을 만큼 큰 인기를 끈 곡인데 특히 연주 전반부에 나오는 해리 제임스의 트럼펫 연주가 사뭇 구성집니다.
#이번엔 서울에서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는 탈북 음악인 김철웅씨와 함께 하는 <내가 고른 재즈> 순서입니다.
진행자: 안녕하세요. 지난주엔 기타 연주자인 그랜트 그린을 소개해주셨는데 오늘은 어떤 분을 소개하실까요?
김철웅
: 오늘도 기타 주자인 얼 클루(Earl Klugh)를 소개할까 하는데요. 감미로운 음악으로 유명한 분이죠. 이 분은 또 기타에 나일론줄을 사용해 연주하는 걸로도 유명합니다. 재즈 기타 연주자 가운데 나일론줄을 이용해 연주하는 분은 얼 클루가 유일합니다. 그래서 재즈가 참 감미롭죠.
진행자: 흔히 재즈 악기론 피아노, 트럼펫이다 색소폰이다 드럼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이 분은 기타인데. 북한에서도 기타 좋아하나요?
김철웅
: 그럼요. 쉬는 날 공원이나 유원지에 가보면 끼리끼리 기타를 치며 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북한에선 상당히 대중적인 악기입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그럼 오늘 얼 클루의 어떤 곡을 소개해주실까요?
김철웅
: 1954년 미국에서 태어났구요. 1971년 자기 이름을 따서 앨범을 내놓았고 경력으론 1992년에 얼 클루 트리오를 만들어 연주활동을 했습니다. 얼 클루를 한 마디로 말하면 스무드 재즈, 재즈 기타 연주자입니다.
진행자: 청취자들이 ‘스무드 재즈’가 뭔지 고개를 갸우뚱하실 텐데요. 쉽게 말해서 귀에 듣기 편한 감미로운 재즈라고 보면 될 것 같네요.
김철웅
: 네, 얼 클루는 보통 나일론 클래식 기타를 쓰며 손가락으로 줄을 튕긴다. 얼 클루는 밥 제임스, 레이 파커 주니어, 웨스 몽고메리, 로린도 알메이다 등에 영향을 받았구요. 그의 음악은 이들 재즈, 팝, 리듬 앤 블루스 계열을 섞어놓은 듯합니다. 얼 클루는 13세 때, 페리 코모 쇼(Perry Como Show)에 나온 쳇 앳킨스의 기타 연주에 감명을 크게 받았다고 합니다. 이때 이후로, 얼 클루는 쳇 앳킨스의 여러 앨범에 게스트 연주자로서 등장했다. 쳇 앳킨스도 답례로서 《Magic In Your Eyes》앨범에 게스트 연주자로서 등장했습니다. 얼 클루 자신의 솔로 데뷔작은 1976년에 블루노트 레이블에서 발표된 [Earl Klugh]로, 이 앨범은 평론가들로부터 상당한 호평을 받았으며 이후 연이어 발표한 [One on One, 79년], [Two of a Kind, 82년], [Wishful Thinking, 83년], [Midnight in San Juan, 89년]이 모두 빌보드 재즈차트 정상에 올랐습니다. 이중 피아니스트 밥 제임스(Bob James)와의조인트 앨범이었던 [One on One]은 팝 차트에서도 23위에 오를 만큼 큰 성공을 거둔 작품으로, 1980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최우수 팝 인스트루멘탈' 부문을 수상하였습니다.
진행자: 그럼 오늘 어떤 곡을 소개할까요?
김철웅
: 오늘은 얼 클루의 ‘Santiago Sunset' 우리 말로 하면 ’산타아고의 해질녁‘이 되겠는데요. 산티아고는 칠레의 수도이죠.
진행자: 북한 청취자들이 이 곡을 듣고 어떤 느낌을 가질 수 있을까요?
김철웅
: 이 곡은 흔히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의 시그널 음악, 북한 말로는 개시음악이라고 하는데요. 방송시작하는 개시음악으로 유명한 곡인데 이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평안해지는 그런 곡입니다.
진행자: 자, 그럼 얼 클루의 ‘Santiago Sunset'을 들으시면서 오늘 시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