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직업, 나의 미래] 운전학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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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 안녕하세요 ‘나의 직업, 나의 미래’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남한인구 5천만 명 중 운전면허를 가진 사람은 2천59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습니다. 단순히 운전면허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실제 매일 운전을 한다고 보긴 어렵지만 어쨌든 남한은 아이와 혼자 움직이기 어려운 노인 등을 뺀 나머지는 거의 운전면허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면허 취득을 위해 일반인이 찾는 운전 학원의 강사란 직업에 대해 알아봅니다.

남한의 운전면허시험관리단 자료에 따르면 2010년 4월 현재 운전면허 소지자는 서울 경기 지역에만 1천1백만 명이 넘습니다. 그리고 면허 소지자가 많은 지역은 부산, 대구, 경상남북도 입니다. 면허 소지자 중에는 신체 장애인도 있습니다.

먼저 운전학원 강사란 직업을 알아보기 전에 남한에선 운전면허증을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부터 살펴봅니다. 남한에서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일정 시간 교통안전 교육을 받고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을 친 후 마지막으로 시내 도로주행에 합격하면 면허증을 받습니다. 필기시험은 보통 전국에 있는 26개의 면허 시험장에서 보지만 장내 기능시험과 도로주행 시험은 민간에서 운영하는 자동차 운전 전문 학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서울 인근에 있는 용인운전면허시험장에는 탈북여성 유미경(가명) 씨가 3년째 강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강사로 일하는 사람은 모두 21명, 유 씨는 유일한 여성 강사로 인기가 좋습니다.

유미경: 운전면허가 지금 이 사회엔 필수잖아요. 그런데 학원에 여자 강사가 별로 없어요. 운전 배우시는 여자 분들이 여자 강사를 많이 찾으시거든요.

유 씨는 남한에 입국하고 나서 처음에는 사무직 일을 찾았지만 나이가 걸림돌이 돼 마땅한 일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운전학원에서는 여자 강사를 필요로 하는데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는 말을 듣게 됐고 그것이 인연이 돼 일을 시작합니다.

유미경: 취직을 하려고 면접도 많이 봤는데 나이가 40살이 되니까 받아 주는 곳이 없더라고요. 세무사 공부도 해서 세무사가 되려고 했는데 나이를 따지고 해서 제가 일할만한 곳이 없고 취직이 어려워서 처음엔 전단 돌리는 일을 했습니다. 교육받을 때도 거의 여자가 많이 안 하는 직업을 택하면 취업률이 높잖아요. 예를 들어 용접도 남자가 많이 하는데 여자가 하면 더 섬세하고 그래서 여자가 많이 안하는 용접도 배웠습니다. 그런데 전단지 작업을 하다가 강사 일을 알게 됐고 여자 강사가 필요한데 여자 강사가 없다는 소릴 듣고 하게 됐습니다.

낮에는 전단지 즉 운전학원 광고지를 인근 지역에 돌리는 일을 하고 저녁에는 혼자 틈틈이 공부했습니다. 운전면허를 위한 학원은 있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강사 면허증을 취득하기 위한 학원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학원강사 시험 준비는 8개월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유미경: 자체로 책을 사서 공부해야 하는데 남한 말은 외래어가 많이 섞여 있잖아요. 제가 공부할 때는 책이 두꺼운데 통째로 외우려고 하지 않고 반복해서 봤습니다. 처음엔 무슨 소린지 몰라도 계속 읽다 보면 차에 대해 이해가 되고 차에 대한 용어는 인터넷으로 알아보고 했습니다. 또 북한 말투를 고치려고 노력했습니다. 과목은 4과목을 봐야 합니다. 도로교통법, 운전법령 등 강사의 자질에 대한 책이 있습니다. 그것을 계속 공부했습니다. 그다음 시험 봐서 합격하고 운전 강사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남한에서 운전면허를 볼 수 있는 시험 자격은 우선 나이가 만 18세 이상이면 됩니다. 그리고 장애인이라 할지라도 장애인 운동능력 측정 시험에 합격하면 됩니다. 다만 정신병이 있거나 마약 중독자 그리고 운전하는데 치명적인 신체장애를 갖은 사람은 운전면허를 받을 수 없습니다. 유 씨는 처음 운전대를 잡는 사람을 대상으로 이들이 안전하게 운전을 할 수 있는 기본 교육부터 시작해 면허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일을 합니다.

유미경: 운전하면서 돌발상황, 도로현황에 대해 철저히 가르치고 우선 기본적으로 안전교육부터 합니다. 거의 처음에 배우시는 분들이라 강사가 시키는 대로 따라 하면 거의 사고 위험이 없습니다. 그런데 남자분들이 처음에 운전 못하다가 조금 운전을 배우면 폼나게 운전하려고 한 손으로 운전하고 갑자기 속도를 높이기도 하고 그러면 주의도 주고 항상 운전할 때는 살얼음판을 걷듯 가라고 말합니다.

운전학원 강사의 근무 시간과 보수 그리고 직업 정년에 대해서도 알아봤습니다.

유미경: 방학 때는 12-13시간을 하지만 방학이 아닐 때는 일찍 퇴근하기도 합니다. 많이 일하면 근무 외 수당을 주니까 좋죠. 8시간이 기본이지만 수당을 많을 때가 많습니다. 저희 학원을 보면 남자분들은 거의 환갑이 돼도 하시더라고요. 다른 곳에서 정년퇴직을 한 다음 일을 시작한 분도 많습니다. 여자로 언제까지 이 일을 할지 모르겠지만 본인에게 달린 것 같습니다.

남한 노동법에 의한 근로기준 시간인 8시간만 일한다고 했을 때는 월급이 100만원 미만이라고 했습니다. 미국 돈으로 환산하면 월 800달러 정도 됩니다. 하지만 보통 강사들은 그보다 시간을 더 일하기 때문에 근무시간 외 수당까지 합쳐 월 1천 달러 이상은 가져간다고 유 씨는 말했습니다. 자신도 보통 10시간 이상 한다고 볼 때 한 달에 1천200달러 정도는 수입이 된다고 했습니다.

이론 교육이나 시험장 내부에서 하는 기능 교육에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초보 운전자와 함께 타고 나가는 도로주행은 긴장을 풀 수 없는 순간입니다. 아무리 조심스럽게 운전을 해도 갑자기 차선을 변경해 뛰어들어 오는 차를 보고 방어 운전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돌발상황엔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등줄에 식은땀이 흐르기도 하지만 운전학원 강사로 보람을 느낄 때도 많습니다.

유미경: 젊은 사람은 잘하는 데 나이 드신 분들은 처음에 가르치기도 힘든데 나중에 잘하고 시험에 합격할 땐 기쁩니다. 나이 드신 분들은 수고한다 면서 꽃을 사오고 음료수도 사오고 하는데 그땐 보람을 느낍니다.

기자: 한 사람 맡아서 졸업 시키는 데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죠?

유미경: 한 번에 합격한다고 가정할 때 2주 걸립니다.

기자: 하루 몇 시간씩 해서요?

유미경: 하루 법적으로 3시간을 초과 못하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2-3시간씩 교육하고 있습니다.

기자: 2주면 몇 번 교육을 받는 건가요?

유미경: 트럭은 15시간 면허장 교육하고 도로주행 10시간 있으니까 2-3시간 하면 5-6일 도로 주행이 4-5일 해서 거의 보름 걸린다고 보면 됩니다.

유미경 씨는 현재 하는 일에서 보람을 찾고 또 일해서 경제적으로도 큰 어려움 없이 살 수 있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미래가 밝은 이유는 큰 욕심을 내지 않는 성격 때문이기도 하다며 겸손해했습니다.

유미경: 직업을 너무 높은 수준에서 찾지 말고 한 단계씩 올라선다는 마음을 가지면 일하는 분야에서 최고로 올라설 수 있다고 봅니다. 제가 운전강사로 시작한 만큼 운전 학원은 계속 있을 것이니 운전 학원에 필요한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수강생들이 나를 요구하고 회사가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나의 직업, 나의 미래’ 오늘은 운전학원 강사에 대해 전해 드렸습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