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의 순간이 사라진 남북 탁구 단일팀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8-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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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코리아오픈 탁구대회 남북 단일팀에 출전한 여자복식 한국 서효원(왼쪽)-북한 김송이 조가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둘째날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상대방의 공격을 받아내고 있다.
2018 코리아오픈 탁구대회 남북 단일팀에 출전한 여자복식 한국 서효원(왼쪽)-북한 김송이 조가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둘째날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상대방의 공격을 받아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주 대전에서 국제탁구연맹 주관 코리아오픈 탁구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여느 때라면 그런 거 열리는지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저도 몰랐겠지만, 이번에는 북한 선수들이 내려와서 저는 관련 보도를 챙겨봅니다.

북한 선수가 총 16명이나 내려왔는데 국제탁구연맹에서 복식 경기에는 남북 단일팀을 허용했습니다. 방식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남북 단일팀이 또 올라가서 16강에선 한국팀하고 붙고, 8강에선 북한팀하고 붙고 이런 식으로 막 섞이는데,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무튼 지금까지 보니 북한 선수들이 한국 선수들보다 더 강합니다. 탁구에 세계 순위가 있는데, 북한 선수 중에는 그나마 김송이 선수가 55위이고, 나머지는 100위 밖입니다. 그렇지만 북한 선수들은 세계 대회 출전이 많지 않아 순위가 낮을 뿐이지 사실 수준은 높은 것 같습니다.

북한 선수와 좀 해볼만한 한국 선수는 몇 명 없더군요. 이런 식이면 나중에 국제 탁구대회는 모두 남북 단일팀으로 나가도 되겠습니다. 다른 종목은 한국이 훨씬 세니까 단일팀 해봐야 오히려 실력이 떨어지는데, 탁구는 북한이 실력이 좋으니 한국이 업혀 가도 될 것 같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단일팀 해도 감동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남북 탁구는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처음 손을 맞잡았습니다. 그게 분단 후 최초의 남북 탁구 단일팀이었는데, 한국 현정화, 북한 이분희 선수가 복식에 나가서 세계 최강 중국팀을 이기고 우승했죠. 그때 저는 북에서 경기를 봤는데, 그 감동 아직도 기억합니다. 남쪽에서도 그걸 기억하는 사람들이 진짜 많습니다. 그래서 몇 년 전에 그걸 주제로 영화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런 감동이 탁구에선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30년 전에는 탁구가 그나마 인기가 있었지만 요즘엔 탁구 인기가 너무 떨어졌습니다. 탁구는 대회만 했다고 하면 그냥 중국이 우승입니다. 이번에도 코리아오픈에 중국을 비롯해 27개 나라에서 선수 235명이 참가했지만, 우승은 중국이 다 해먹을 게 뻔합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별로 배 아파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바로 여기에 자본주의 체육 시장의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돈이 몰리는 체육을 하려고 하지 사람들이 탁구 같은 것은 하려 하지 않습니다. 이번 대회에도 우승 상금이 고작 2~3만 달러 정도됩니다.

그런데 세계에서 인기가 있는 다른 체육 종목을 비교해 볼까요. 일단 축구를 보면 1년에 몇 백만 달러 받는 선수가 수두룩합니다. 한국에서도 그런 선수가 적지 않은데, 가령 요즘 영국에 가서 뛰는 손흥민 선수 같은 경우 1년에 600만 달러 정도 받습니다. 매년 경기를 40경기쯤 뛰니까 한번 뛰기만 해도 15만 달러씩 받는 겁니다. 그런데 그 팀 다른 선수들도 다 그 정도 받습니다. 호날두, 메시와 같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은 경기당 150만 달러도 받고, 광고까지 붙어서 1년에 몇 억 달러 법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세계 1등을 해야 2~3만 달러 받는 탁구를 하겠습니까, 아니면 하루 한 경기를 뛰고 몇 십만 달러씩 받는 축구를 하겠습니까. 그러니까 탁구를 하는 사람이 없는 겁니다.

다른 종목은 어떨까요. 축구 다음으로 인기가 있는 야구를 봅시다. 한국에서 요즘 가장 잘 나가는 야구선수는 미국에서 뛰는 추신수라는 선수인데 1년에 2,000만 달러 받습니다. 그런데 1년에 경기가 150경기 정도 하니까 모든 경기 나가도 매 경기 때마다 12만 달러씩 받는 겁니다. 한 경기에 나가면 네댓 번 방망이 휘두를 기회가 오는데, 결국 타석에 설 때마다 2만 달러 넘게 받는 다는 겁니다. 부상 입어 몇 달 치료한다 이래도 돈이 다 나옵니다.

미국 야구 선수들은 거의 연봉이 100만 달러 이상에서 시작하는데 그런 선수가 500명이 넘습니다. 다른 종목도 탁구보다 나은데 테니스만 해도 국제대회에서 1등하면 200~300만 달러 상금을 받고, 골프도 그 정도 상금이 오갑니다.

그러니 고작 우승상금이 몇 만 달러인 탁구는 그냥 중국이나 열심히 하지 관심도 없습니다. 사람들이 자식을 체육 시키려면 우선 축구 시킬까, 야구 시킬까, 골프 시킬까 이렇게 생각하지 탁구 선수로 키우려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반면 북에서는 탁구 열기가 아직 식지 않았는데 그건 그만큼 세계와 동 떨어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돈이 많이 오가는 체육이 또 재미도 있고, 반응도 뜨거운데 북한도 그런 경기들을 좀 중계도 하고 또 뛰어난 인재도 해외에 보내서 돈도 벌게 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저는 북에서 탁구를 좀 쳐봐서 재미로 탁구를 하고 싶은데, 동네에 탁구장이 없습니다. 돈이 안 되니까 생겨나지 않은 것인데 멀리 가면 있기는 한데 갈 시간이 없습니다.

여긴 비만이 문제라 여성들이 살을 빼는데 엄청 관심이 많고, 운동하는 사람도 진짜 많은데, 탁구나 이런 걸 할 생각하지 않고 요가니 필라테스니 스쿼시니 스피닝이니 하는 여러분들은 잘 모르는 그런 운동을 합니다. 그리고 자전거도 타고, 등산도 다니고 그러죠.

올해 저도 중앙당 간부처럼 뱃살이 나와서 뭘 운동할까 생각하다가 그냥 북한식으로 미욱하게 걸었습니다. 매일 2만보 이상, 그러니까 하루 3시간씩 40리 이상 넉 달 걸으니까 살이 8키로 빠지고 허리도 5센치 줄었습니다. 요즘은 더워서 못합니다.

아마 살이 붙는 게 소원인 북한 사람들은 왜 살을 저렇게 죽자 살자 빼는지 잘 이해되지 않으시겠지만 여긴 매일 고기, 술이니 살 빼야 삽니다. 김정은 보십시오. 고기, 술 원 없이 먹으면 몸이 그리되거든요. 그건 빼야 됩니다.

아무튼 남과 북이 이번 탁구처럼 서로 왕래하면서 같은 운동을 보고 즐기며 같은 고민을 하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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