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남북의 무더위와 전기문제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8-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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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찜통 더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한국전력공사 서울지역본부 관계자가 전력수급 현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찜통 더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한국전력공사 서울지역본부 관계자가 전력수급 현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푹푹 찌는 올해의 이 무더위를 어떻게 이겨내고 계십니까. 여기 남쪽은 올해가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될까 말까 하는 말이 나올 정도로 덥습니다. 이미 온도 최고 기록을 작성한 지역이 꽤 많이 나옵니다. 경상도에선 40도를 기록한 곳도 여러 군데 나왔고, 서울도 35도 이상입니다. 특히 서울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도시가 덮여있고, 바람도 잘 불지 않아 체감 온도는 40도대 중반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무더위엔 10분 만 나가도 아스팔트에서 내뿜는 열기에 온몸이 땀범벅이 됩니다.

그런데 남쪽만 그런 것이 아니고 요새 일본은 우리보다 더 덥습니다. 3주째 비 한번 안 오고 불볕더위를 보이고 있는 일본은 올해에 이미 각종 더위 기록을 쓰고 있습니다. 사망자, 일사병 환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북한도 요즘 기록적 무더위가 닥쳤다고 들었습니다. 24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5일부터 동해안의 일부 지역에서 시작된 고온현상은 점차 대부분 지역으로 확대되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나마 15일부터 폭염이 시작됐다니 한국보다 열흘 넘게 늦어 다행이긴 한데, 22일 기온은 원산 39.7, 문천 39.2도였고, 천내군 안변군, 함남 금야군에서 39도로서 기상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고 하는군요. 22일엔 평년보다 7도나 더 높았다고 전했는데, 7도면 대단히 높은 수치입니다.

아무튼 올해 더위는 남북 모두 기상관측 이래 한 다섯 번째 손가락 안에 들 것 같습니다. 태풍이 좀 들어와야 비가 내려 열기가 식을 텐데 중국 티베트 고원에서 데워진 고기압이 한반도까지 워낙 강력하게 힘을 발휘해서 태풍이 이 고기압을 뚫고 들어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 오다가 밀려서 동남아 쪽으로 비껴가는 바람에 지금 베트남 쪽에선 태풍으로 물난리가 나고, 우린 덥고 그럽니다.

다음 태풍은 30일쯤 한국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다리입니다. 종다리란 이름은 북한이 지었습니다. 아시아 14개 나라들이 각국별로 태풍 이름 10개씩 지어 냈고, 이렇게 생긴 140개 이름을 돌아가며 사용합니다. 140개를 다 사용하면 4~5년 걸리는데, 그럼 다시 1번부터 돌아가죠. 유난히 큰 피해를 입었던 태풍은 기분 나빠 이름을 바꾸는데, 2003 9월에 한국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던 매미는 북한이 지은 이름인데, 너무 피해가 커서 이름을 무지개로 바꾼 적이 있습니다. 이번 종다리는 고기압에 밀려나지 말고 한반도로 뚫고 들어와 적당히 이 무더위를 밀어냈으면 좋겠습니다.

기록상에선 한반도에서 역사상 가장 더웠던 때가 1994 7월이라고 합니다. 김일성이 사망한 때, 어쩌면 너무 더우니까 노인의 심장이 버텨내기 어려웠을 수도 있습니다. 덕분에 북한 사람들은 그 땡볕에 하루 종일 추모한다고 나와 있고, 산과 들을 다니며 꽃을 꺾었죠. 그래도 분위기가 분위기인지라 덥다는 말도 못하고, 또 어떻게 더웠는지 기억도 못 하는 새 7월이 갔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최악의 더위는 1993 7, 8월인데, 이때 저는 김일성광장 시멘트 광장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9.9절 행사 훈련을 했습니다. 어찌나 더운지, 행사 끝나고 나니 가뜩이나 없는 살이 두 달 만에 10 몇 키로 빠졌고, 아프리카 사람처럼 새까맣게 타버렸습니다. 제일 고생이었던 게 길어서 버스에도 싣지 못하는 3미터 넘는 깃발대 10개 묶음을 아침마다 어깨에 메고 광장에 나갑니다. 20~30키로 나갔는데 둘셋이 어깨에 메고 그 무더위에 2시간씩 걸어갔다가 저녁에 다시 그걸 메고 걸어왔죠.

그런데 요즘 평양이 9월에 선보인다며 집단체조 훈련을 다시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때가 떠올랐습니다. 또 숱한 애들이 이 불더위에 새까맣게 타면서 훈련하고 있겠구나 하는 안쓰러운 생각이 듭니다. 밖에 10분만 서 있어도 땀이 막 나는데, 하루 종일 시멘트 바닥에서 얼마나 덥겠습니까. 지금의 저는 하루도 못 버틸 것 같습니다.

더구나 북에는 냉풍기격인 에어컨 같은 것이 없으니 몸을 식힐 곳도 없습니다. 반면에 한국은 실내엔 모두 에어컨이 있어 시원합니다. 북에서 에어컨도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싶습니다. 물론 북에선 에어컨이 있어도 사용하기 어려울 겁니다. 워낙 전기를 많이 잡아먹기 때문입니다.

남쪽에서 전기가 요즘 최대 사용 기록을 쓰고 있습니다. 원래 여름에 각 직장, 집 모두 에어컨을 틀기 때문에 전기를 제일 많이 쓰는데, 올해는 특히 더 많이 씁니다. 날씨가 더울수록 전력도 점점 더 과부하가 걸립니다. 요새 보니 최대 부하가 걸릴 때, 즉 가장 더운 날 시간대로는 오후 4~5시 사이에 한국 전체적으로 9300kW 정도 쓴답니다. 그런데 한국의 전기 총생산 능력이 1kW 정도 되니까 이렇게 쓰고도 좀 남습니다. 이것까지 다 쓰면 감당을 못해 정전이 돼버리겠죠.

이렇게 한시적으로 전력 수요가 올라가는 시기가 있기 때문에 한국은 1kW 정도의 전력 생산능력을 보유해야 하는데, 봄가을엔 그 절반이나 씁니다. 그럼 일 년의 대다수에 5000kW 전기가 남아도는데, 저는 이걸 북에서 좀 갖다 썼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북한의 전기 생산능력은 한국 1kW 50분의 1도 안되는 200kW쯤 될 겁니다. 이 정도 전기로는 에어컨은 고사하고 버스도 다니기 힘들죠. 한국엔 5000kW가 남아도는데 말입니다. 물론 전기 생산에 다 세금이 들기 때문에 북에 공짜로 주면 여기 사람들은 찬성하지 않겠죠. 대신 북쪽도 광물이나 저렴한 노동력 이런 걸 한국에 주면 이게 너 좋고, 나좋고 사는 방식인 것이죠.

그러자면 김정은이 핵을 폐기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나오는 동시에, 한국 사람들의 신뢰도 얻어야 하는 겁니다. 저는 북한 사람들도 아무리 더운 날씨에도 에어컨을 틀고 시원하게 사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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