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의료제도와 북한의 무상치료제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8-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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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원 서울나은병원 원장이 서울 동대문구 서울나은병원 수술실에서 무릎연골결손 줄기세포치료를 공개수술하고 있다.
서경원 서울나은병원 원장이 서울 동대문구 서울나은병원 수술실에서 무릎연골결손 줄기세포치료를 공개수술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번 시간에 제가 한국이 세계에서 치안이 제일 안전한 나라라고 했는데, 그 얘기를 하면서 여기 의료제도도 참 욕심이 나서 북에 도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교롭게 북한도 세계에 자랑하는 두 가지가 무상 치료제와 무료 교육제도입니다.

그런데 그게 헛소리란 건, 여러분들이 제일 잘 아실 겁니다. 약과 주사기조차 자기가 사가야 하고, 입원하면 가족이 달라붙어 먹여 살리고, 의사에게 또 돈이나 뇌물을 주어야 하고 그거 다 알지 않습니까. 그게 무슨 무상치료제입니까. 거기에 치료 설비는 너무나 낙후됐습니다. 가령 한국의 웬만한 병원에는 다 있는 몸 속을 찍는 MRI 장비라는 것이 북한에는 봉화진료소와 적십자병원 딱 두 군데밖에 없고, 한번에 3,000달러씩 뇌물 줘야 찍습니다. 큰 병 걸리면 치료를 못하니 결국 평균수명은 한국은 80세인데, 북한은 70세 정도입니다.

그런 실태는 말해봐야 입만 아프고, 오늘의 외국과 한국 의료 제도 중심으로 얘기하려고 합니다. 10년 전에 저와 동료들이 전 세계 유명한 병원들을 다니면서 각국 의료 체제를 취재한 적 있었습니다. 저는 중국, 태국, 싱가포르 이쪽을 다녔는데 가서 든 생각이 ‘한국이 최고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기자들이 취재해 온 것을 봐도 아무리 선진국이라고 해도 별거 없구나 싶었습니다.

북한은 세상에서 무상 치료제를 자기들만 하는 것처럼 선전하지만, 사실 무상 치료제 도입한 나라들 꽤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영국은 1946년부터 무상의료제도를 도입했으니 벌써 70년이 넘었죠. 그런데 지금 영국은 선진국인데도, 아파서 병원가면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가 없습니다.

응급실에 실려 가도 보통 4~5시간씩 기다려야 하고, 예약해도 몇 달 뒤에 잡힙니다. 의사들은 열심히 해봐야 내게 돌아오는 것도 없으니 헌신적으로 치료하지도 않습니다. 치료는 촌각을 다투는 것인데 이렇게 치료받기 어렵다면 그건 무상치료제 안 하기보다 못합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요? 돈이 없기 때문입니다. 의료제도를 유지하려면 돈이 드는 것은 상식이고, 그것도 아주 많이 듭니다.

무상치료제를 실시하는 나라를 보면 진짜 의미에서 무상이 아니고, 결국 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의료제도가 유지됩니다. 영국도 엄청난 국가 예산을 의료에 투입하는데도, 계속 돈이 모자랍니다. 의사가 몇 천 명만 더 충원돼도 응급치료가 훨씬 잘 이뤄질 것인데 의사 월급을 줄 돈이 없는 겁니다.

노르웨이나 덴마크처럼 복지국가를 자랑하는 북유럽 국가들도 의료에 돈을 많이 씁니다. 이들 나라는 대신 소득의 거의 절반을 세금으로 떼 갑니다. 근데 여기도 신속하게 치료를 잘 받으려면 내 돈을 내는 개인 병원을 찾아다녀야지, 국영 병원이 개인 병원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국영병원 의사들이 아무리 잘 해봐야 더 떨어지는 것이 없으니 대충 하는 겁니다.

부자 국가라는 미국은 반대로 무상 치료제와 정 반대 상황이라 완전히 엉망입니다. 개인들이 의료 보험회사에 가입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입이 딱 벌어질 정도라 미국인의 15%는 보험이 하나도 없습니다. 보험이 없으면 이빨 하나 뽑는 것도 수천 달러 내야하고, 웬만한 수술 받을 일이 생기면 몇 만 달러씩 내야 합니다.

결국 오바마 정부 때 이걸 좀 바꾸겠다고 일명 ‘오바마케어’라고 불리는 전 국민 건강보험 가입 의무화 법안을 만들었는데, 이게 반발이 매우 심합니다. 미국은 아주 개인주의적 나라여서 왜 강제로 국가 의료 보험에 가입하게 하냐, 있는 것만큼 치료받고 살자 이러는 거죠. 그래서 오바마 정부가 보험에 안 들면 1인당 최대 2,000달러까지 벌금 물리겠다 이러니 벌금이 무서워 내긴 하지만 여전히 불만이 많습니다.

아무튼 이러저런 나라들 둘러보면 문제점이 정말 많습니다. 그런데 비하면 한국의 의료복지는 모든 사람이 소득에 비례해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는 방식인데, 적게 버는 사람은 적게 내고, 많이 벌면 많이 내는데, 치료 혜택은 누구나 동일하게 받습니다.

즉 대한민국 국민은 소득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누구나 똑같이 치료를 받는다는 것이죠. 저 같은 경우엔 소득의 한 5% 정도 건강보험을 내는데, 1년에 3,000달러 넘게 냅니다. 저는 아직 건강하니 실제 치료 받는 비용은 제가 낸 돈의 20~30% 정도밖에 안 되는데, 저도 늙어서 아프면 돈을 못 내도 치료를 받을 수 있느니 든든합니다.

물론 여기도 100% 국가에서 치료해주지 않고 한 70% 정도 해줍니다. 나머지는 자기 돈을 내야하고 더 좋은 치료를 받으려면 국가가 아닌 일반 보험에 가입해야 합니다. 그런데 국가가 보장하는 70%만 받아도 웬만한 질병은 다 포함돼 있습니다. 또 의사들의 실력과 봉사 태도, 의료장비 이런 것도 세계적 수준입니다.

물론 한국도 아주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죠. 가령 무료를 너무 많이 보장해줘서 의사들이 돈벌지 못한다고 시위도 하긴 합니다. 그런데 제일 중요한 것은 적어도 세상을 돌아보면 의료제도를 이 정도로 합리적으로 유지해 전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나라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즉 국가의 부담과 개인의 부담을 나름 적절하게 나눠서 치료비를 제일 적게 쓰면서도, 아파서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을 거의 없앴다는 것이죠. 이게 쉬운 거 같은데도 다른 나라들은 못합니다.

무상 치료제를 하다가 망해서 이젠 개인들이 돈 내며 치료받는 북한은 보험제도조차 없어 비교할만한 나라조차 없습니다. 그래도 나라엔 의료 체계라는 것이 있어야 합니다. 앞으로 북한도 시장경제로 개혁하면, 저는 의료 분야는 서슴없이 한국을 가장 많이 참고해 제도를 만들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의료 체계를 비슷하게 해놓으면 나중에 통일된 뒤에도 의료 분야만큼은 큰 충격이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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