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지뢰 제거 작업의 의미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8-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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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강원도 철원군 5사단 인근 비무장지대에서 군인들이 지뢰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2일 강원도 철원군 5사단 인근 비무장지대에서 군인들이 지뢰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2일부터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에서 남북 군인들이 처음으로 지뢰제거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11월말까지 이곳 5㎢에서 땅속 3미터 깊이까지 지뢰를 제거한다고 합니다. 한국군에선 136명의 군인들이 20명씩 한 조를 이뤄 움직이며 지뢰를 찾습니다. 우선 탐지기를 이용해 훑어보고, 그 다음 정밀 지뢰탐지기 2대로 다시 살핍니다. 지뢰로 의심되는 물체가 있으면 공기압력기를 이용해 공기로 땅을 뚫고 확인 작업을 합니다.

지뢰 제거 요원들은 지뢰가 터져도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옷, 보호신발, 특수모자 등을 착용합니다. 지뢰 제거 장비까지 포함하면 무게가 20㎏이 넘습니다. 이렇게 무거운 것을 갖고 작업하다보니 10~15분 작업하고 다른 조와 교대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지만, 엄청 힘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비슷한 시각에 북쪽에서도 군인들이 지뢰제거 작업에 착수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걱정되는 것은 남쪽은 지뢰가 터져도 몸을 보호하기 위한 복장이 잘 돼 있는데 북한은 그런 것이 있을까 하는 우려입니다. 무조건 혁명정신을 강조하며 몸으로 때우려 드는 북한이니 지뢰 제거 작업도 명령이라고 하면서 시간 맞추라고 내려 먹이며 애매한 젊은이들만 불구가 되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것은 남쪽에 장비를 좀 제공해 달라고 요청해도 될 텐데 말입니다.

남쪽에는 지뢰를 전문적으로 제거하는 땅크 비슷한 기계도 있는데, 이번에 못쓰는 것을 보니 역시 지뢰제거는 사람의 손으로 해야 하는 고단하고 매우 위험한 작업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럼에도 이 지뢰를 제거하지 않으면 나중에 통일돼도 우리나라엔 큰 재앙으로 남을게 뻔합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지금 남북의 비무장지대는 세계에서 가장 조밀한 지뢰 매설 지역입니다. 얼마나 묻혀 있는 지 추산조차 어렵지만, 남쪽에 한 100만 개, 북쪽에 100만 개가 묻혀 있다고 합니다. 그것도 시대별로 온갖 종류의 지뢰가 다 묻혀 있어 정말 찾아내기 까다롭습니다. 요즘 지뢰는 탐지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지뢰가 묻혀 있으면 공격하기 어려우니, 먼저 지뢰부터 제거해야 합니다. 그러면 매설하는 쪽에선 점점 탐지도 안 되고, 심지어 제거도 어려운 교활한 지뢰를 만들어 설치합니다.

세계 최대 지뢰 생산 업체인 이탈리아 군수회사 발셀라 메카노테크니카라는 회사에서 만들어내는 지뢰를 보면 입이 딱 벌어집니다. 이곳 지뢰는 센서를 달아 조금만 기울어도 폭발하거나 지뢰 아래쪽에 제거방지용 뇌관을 또 하나 붙여 제거하는 순간 폭발하도록 만들기도 합니다.

현대의 대인지뢰는 사람을 죽이기보다 부상을 입히는 쪽이 더 효과적이란 비열한 목적으로 제조됐습니다. 플라스틱제 대인지뢰는 불과 20g 내외의 폭약이 들어 있습니다. 이 정도 폭약으론 사람이 죽지 않지만 손이나 발목이 절단됩니다. 신체가 잘려 피 흘리며 비명 지르는 병사는 전사한 쪽보다 훨씬 더 동료들의 사기를 저하시킵니다. 부상한 병사를 방치할 수는 없으니 치료를 위해 이동시키려면 한두 명이 매달려야 해 전투력에 손실이 생깁니다. 따라서 그만큼 의료와 병참에도 부담을 준다는 논리로 개발되는 것입니다.

지뢰 중에 제일 제거하기 어려운 악질은 플라스틱 즉 수지 지뢰입니다. 그리고 북한은 목함 지뢰라고 나무로 된 지뢰를 즐겨 사용합니다. 이건 탐지기에도 잘 걸리지 않습니다. 플라스틱 지뢰 같은 것은 가볍고 작아서 마구 살포하기도 좋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1979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던 소련군이 항공기로 수백만 개의 플라스틱 지뢰를 공중에서 살포했던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이 지뢰는 적을 죽이지 않고 부상을 입히기 위한 것으로 소련군 12개 사단에 맞서던 무장 게릴라조직 무자헤딘의 전사 상당수가 걸려들었으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신체가 썩는 고통을 당했습니다. 희생자 중에는 아이도 많았는데 많은 아이가 나비 모양으로 생긴 지뢰를 호기심에 건드렸다가 끔찍한 폭발사고를 당했습니다. 플라스틱 대인지뢰는 탐지하기도 어렵지만, 폭발압력으로 혈관과 조직 깊숙이 상처를 남기고, 병원에 가도 파편이 엑스레이 필름에도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미국도 베트남 전쟁 때 여러 종류의 지뢰를 사용했는데, 이중에 그래블이란 살포용 지뢰가 유명합니다. 아군이 적군에게 고립되면 항공기에서 냉동시킨 그래블이란 지뢰를 적과 아군 사이에 마구 뿌립니다. 이 지뢰는 딱 성냥갑만한데, 정글에 떨어지면 찾기 어렵죠. 이것이 살포되면 함부로 공격할 수 없습니다.

지뢰는 한번 땅에 묻히거나 떨어지면 그때부터 애초의 군사적 목적과는 상관없이 상대를 가리지 않고 폭발 기능이 작동합니다. 땅속 지뢰는 전쟁이 끝난 후에도 그곳에 영원히 남아 사람들의 손발을 자릅니다. 그 상대가 어른이든 아이든 가리지 않습니다. 이런 점에서 지뢰는 가장 잔인한 폭탄입니다. 포탄이나 폭탄은 적을 향해 쏘기라도 하지만, 대인지뢰는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또 아군과 적도 식별하지 않습니다.

1980년 이후 지뢰 폭발로 피해를 본 사람의 90%가 민간인이라고 합니다. 과거 분쟁이 있었거나 분쟁 중인 70여 개 국가에 지뢰가 널려 있고, 희생자의 70%는 여자와 아이들입니다. 내전을 치르는 제3세계 분쟁국가에선 땔감을 줍고 물을 길어오고 놓아기르는 가축을 돌보는 게 여자와 아이들의 몫이라 그들의 피해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그런 나라들에 가면 발이 없어 의수를 하거나 목발을 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런 비극이 저는 한반도에서 재현되는 것을 상상 만해도 끔찍합니다. 그래서 언젠가 해야 할 지뢰제거를 남북이 힘을 합쳐서 지금부터 시작하는 것이 전혀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남북 사이에 지뢰가 없는 통로가 점점 많아지기를 희망합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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