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답 찾기 어려운 북한 철도 재건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8-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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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비무장지대 내 경의선 철도 통문 안으로 남북공동철도조사단을 태운 열차가 북한 개성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30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비무장지대 내 경의선 철도 통문 안으로 남북공동철도조사단을 태운 열차가 북한 개성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주 금요일에 남쪽에서 처음으로 기관차 1량과 열차 6량으로 구성된 1개 편성이 북으로 올라갔습니다. 기관차는 개성 판문역까지 도착해 돌아올 것이지만, 열차 6개 차량은 북한의 기관차에 달려 계속 북으로 올라갑니다.

이 열차 편성에는 북한 철도 공동조사를 위해 올라간 남쪽 조사단원 28명이 타고 있습니다. 이 기차는 먼저 개성에서 신의주까지 400㎞ 구간을 엿새 동안 달리면서 시설과 철로 실태를 점검하고, 그 다음에 평양을 거쳐 원산으로 이동합니다. 다음달 8일 이 열차는 안변역에서 출발해 원산, 함흥, 길주 등을 지나 두만강까지 이동하게 됩니다. 동해선 구간을 남측 열차가 운행하는 것은 분단 이후 처음입니다.

평양 신의주 구간에서 11 30일부터 12 5일까지, 그리고 금강산 두만강 구간에서 12 8일부터 17일 사이에 처음 보는 열차가 달리거든 그것이 남쪽에서 올라간 열차인줄 알아보시고, 손도 흔들어주고 그러길 바랍니다.

북한 철도 사정은 조사를 해보나 마나 그쪽에서 계속 기차를 탔던 탈북민들이 잘 알고 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최근에 온 탈북민들을 통해 들어봐도 제가 있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번에 조사를 해도 당연히 어느 하나 쓸만한 것이 없다 이런 결론이 나오겠죠. 철로를 보면 이거 과연 기차가 다닐까 싶을 정도로 닳아있을 것이고, 침목도 이빨이 도처에 빠져 한숨만 나오겠죠.

이번 조사를 통해 북한 철도 사정을 파악해도 당장 개보수 들어가지 못합니다. 지금 북한이 유엔 제재를 받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남쪽에서 돈이 드는 일을 북에서 할 수 없습니다. 조사를 해도 북한 철도를 어떻게 재건할지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설계도 하고 그 정도까지만 할 수 있습니다.

결국은 북한 철도 재건은 제재가 풀린 다음에 가능한 일입니다. 만약 남쪽에서 북한 철도를 새로 깔아주면 엄청 멋있을 겁니다. 자로 딱 그은 것처럼 정연하게 놓인 콘크리트 위에 긴 장대 레일이 깔려 있는 모습을 보면 여러분들은 감탄만 나올 겁니다.

북에선 레일 길이가 25m에 불과한데 여기는 300m짜리를 씁니다. 그러니까 북한 기차를 타면 덜컹덜컹 하면서 가는데, 12번 덜컹거릴 것을 한번만 덜컹거린다는 뜻입니다. 사실 이음매 용접도 세계적 수준이라 그 한번도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북한 기차를 타고 다니다 한국 기차를 타면 그냥 얼음판을 쭉 미끌어 달리는 듯한 느낌을 받아 감탄이 절로 나올 겁니다.

올해 초에 평창 동계올림픽 때 김여정이나 현송월 같은 북한 사람들이 남쪽에 와서 고속열차를 타고 다녔는데, 열차에 탔을 때는 표정 변화 없이 앉아있었습니다. 그러나 돌아가서 김정은에게 어떻게 말했는지 4 27일 판문점 정상회담 때 김정은이 “평창올림픽을 다녀온 사람들이 남한의 고속열차가 좋다고 하더라. 남측의 환경에 있다가 북한에 오면 참으로 민망할 수 있겠다. 북한은 교통이 안 좋지만, 대통령이 오시면 편히 모실 수 있게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최신 철도가 북에도 도입돼 건설되면 천지개벽할 일이겠죠.

그런데 제가 볼 때는 한국이 철도를 다 깔아줘도 북한 철도가 제대로 기능을 할지 의문입니다. 왜냐하면 북한의 현재 철도 문제는 노반의 문제라기보다는 기관차가 절대적으로 수량이 부족하고, 있는 기관차도 부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또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전기 공급이겠죠.

그러니까 북한 철도를 제대로 달리게 하려면 발전소를 새로 건설하고, 기관차까지 풍족하게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관차야 김종태전기기관차 공장에 지원 좀 해줘서 더 만들 수 있다고 칩시다.

그런데 전기는 어떻게 합니까? 발전소 건설하는 것은 철도 복원에 못지않게 엄청난 사업이거든요. 1990년대 중반에 신포에 100kW급 경수로 두 기를 건설할 때 건설비용이 46억 달러로 추산됐습니다. 물론 실제 해보니 더 들어갔습니다. 20여 년 전에 50억 달러면 지금은 100억 달러는 들어가야 할 겁니다. 북한 열차를 제대로 달리게 하려면 200kW는 필요한데, 거기에 필요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를 만들려면 100억 달러 또 들어간다는 의미입니다. 또 송배전 설비도 새로 깔아야 하고, 역사들 전부 새로 개보수해야 하고 온갖 일들이 남아있습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는 겁니다.

발전소 건설과 송배전 설비까지 언급되는 순간 북한 철도를 재건하는 일은 철도 노반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 경제 전반의 재건 문제와 결부되게 됩니다.

북한의 모든 문제가 이런 식입니다. 가령 요즘 남쪽과 관계가 좋아져서 이쪽에서 북한 민둥산 문제를 해결하자, 그래서 나무를 심어주자 이런 이야기도 많습니다.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북한이 나무 묘목이 없어 저렇게 민둥산이 된 것이 아니다. 양묘장이 없거나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다. 북한 민둥산은 식량 문제와 연료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렇게 말합니다. 나무 심는 것조차 식량문제와 연료 문제까지 결부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북한을 도와주는 것은 상당히 복합적이고 까다로운 문제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걸 어느 특정 분야만 좀 고쳐주고 새로 해준다고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결국 북한은 철도도 그렇고, 식량도 그렇고, 전기도 그렇고 아무튼 모든 것이 재건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결론은 명백합니다. 핵을 폐기하고 정상국가로 돌아오지 않고서는 도무지 풀 수 없는 것입니다. 김정은이 남쪽에 손 내밀어서 철도 하나는 복구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한심한 생각은 집어치우고, 그냥 핵 폐기 문제에만 신경 쓰길 바랍니다. 그게 모든 것을 풀 수 있는 핵심 열쇠임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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