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북핵 폐기가 이뤄지길 기원하며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9-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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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KRT via AP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새해 첫 인사를 드립니다. 올해 또 어떤 일들이 우리 앞에 펼쳐질지 알 수는 없지만,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한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던 2018년처럼 새해에도 많은 좋은 사건들이 일어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사실 북한 인민들 입장에선 2018년이 썩 만족스러운 해는 아닐 듯싶습니다. 왜냐하면 김정은의 중국 방문까지 포함해서 여러 차례의 정상회담이 벌어졌고, 그 결과 여러분들은 살림살이가 좀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을 것도 같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대북 제재가 풀린 것은 조금도 없고, 최대 수출 품목이었던 석탄 수출도 못하지, 수산물 수출도 못하지, 심지어 옷 가공품을 중국에 수출할 수도 없습니다.

이런 것들을 보면서 여러분들은 김정은이 잘 살게 만들어주겠다고 하고선 왜 이리 속도가 더딘 것이지, 과연 김정은을 믿어도 될까 하는 생각들이 드실 겁니다. 그런 시선을 김정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누구보다 지금 상황을 타개하고, 빨리 더 좋은 상황으로 만들고 싶은 욕구가 있는 사람은 김정은일 것입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한 것은 김정은이거든요. 트럼프야 미국의 대통령으로 전 세계를 좌우해야 하는 마당에 북한처럼 작은 땅에 신경을 쓸 겨를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트럼프는 지금 가만있어도 손해될 것이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은 아무리 애를 써도 제재가 풀릴 것도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 손해 보는 것은 북한일 뿐입니다. 이 때문에 북미 정상회담이 열려도 이제 양보해야 할 사람은 김정은입니다.

그것을 알기에 김정은도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이번 신년사만 보십시오. 파격을 깨고 집무실에 앉아서 하지 않습니까? 물론 중국도 시진핑 주석이 집무실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트럼프 대통령도 사무실에서 주요 발표를 하니, 자기도 그것과 비슷한 세계적 지도자로 보이기 위해 남을 흉내 낸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처럼 경직돼 있는 곳에서 통치자가 그런 변신을 한 것은 남에게 보여주려는 의도도 있습니다. , 나는 이만큼 파격적으로 변할 준비가 됐으니 내 마음을 알아 달라, 뭐 이런 의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이번에 김정은이 미국에 주어야 할 선물은 작은 것은 아닙니다. 미국이 북한에 지금 요구하는 것은 핵 신고입니다. 즉 핵을 얼마나 만들어, 얼마는 어디에 쓰고, 얼마는 어디에 두었느냐 이런 목록을 제출하라는 것입니다.

제가 볼 때는 이것은 북한의 전 재산을 내놓는 일입니다. 이걸 바치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미국에 그냥 옷을 벗어 다 보여준 셈이죠. 그래서 북한은 옷을 벗기 전에 미국의 결심을 확인해보겠다, 일단 정전협정을 맺어서 우리를 적대시 하지 않는다는 증표를 보여 달라 그러는 겁니다. 북미관계, 남북관계는 그 지점에서 몇 달째 멈춰서 있습니다.

김정은의 심정도 이해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많이 불안할 겁니다. 다 보여줬는데, 미국이 “아니 믿지 못하겠다. 너는 분명 뭔가 딴 주머니를 숨기고 있다” 이러면 참 곤란한 상황에 빠질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북한은 힘이 없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억울해도 세계 질서는 힘이 있는 나라를 중심으로 흘러가기 마련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미국이 북한의 주장대로 강도적 논리를 펴는 것이 아니고, 잘못을 먼저 한 것은 북한이죠. 왜 핵을 만들지 않겠다고 하고선 그 말을 뒤집은 겁니까? 반에서 제일 힘이 없는 학생이 제일 힘 센 애에게 사기친 꼴입니다. 그러니 힘이 센 학생이 가만 있겠습니까? 힘이 있건 없건 떠나서 당연히 잘못한 학생이 사죄해야 하는 것이 정의인데, 더구나 북한은 아무 것도 갖고 있는 것도 없이 너무 마구 나갔죠.

미국은 앞으로도 좋게 웃으면서, 한편으로는 계속 북한의 목을 조일 겁니다. 지금 급한 것은 북한이지 미국이 아니거든요. 그러니 먼저 양보해야 하는 것도 북한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은이 정 급하면 미국에 핵 신고를 해야 뭔가 풀릴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미국이란 나라는 좋던 나쁘던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면서 세계 질서를 바로 세우겠다는 것을 명분으로 내건 나라입니다. 북한이 핵 신고를 하면 이렇게, 저렇게 해주겠다고 하고선, 그 약속을 뒤집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미국부터 약속을 확 뒤집어엎으면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미국이 그렇다고 아주 정직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대외적 체면과 자국의 이익 사이에서 늘 고민하는 것이 미국입니다. 거짓말하고, 말을 바꾸는 것으로 치면 북한이 미국보다 몇 수 위이죠.

그러니 지금 전 세계를 놓고 봐도 다른 나라들이 다 미국보다는 김정은의 핵 폐기 선언을 훨씬 더 못 믿어 하는 것입니다. 여러 모로 보아서 북한이 유리한 상황이 아닙니다. 그래서 김정은은 미국이 약속을 해주면 일단 믿고 시작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감당할 수 있을 겁니다. 아마 그때 가서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니 어쩔 수 없이 우린 핵을 다시 만들어야겠다 이러면 전 세계는 아마 북한을 동정하게 될 것입니다. 이미 만들어본 경험도 있고, 자료와 과학자들도 다 그대로 있는데 뭐가 겁이 납니까?

김정은이 정녕 자기 체제를 지키고 싶으면 이번은 먼저 허리를 숙이고 양보할 차례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번 신년사를 보니 김정은도 어느 정도 결심이 서 있다는 것이 느껴지던데, 새해가 시작되면 시간을 끌지 말고 결단을 내렸으면 합니다. 시간은 북한 편이 아닙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문재인 대통령도 다 임기가 있습니다. 다음 정부는 또 어떤 정책을 펼지 누가 압니까? 부디 김정은이 현명한 판단을 내리고, 덕분에 북한 인민도 올해부터 당장 잘 살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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