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5.18민주화운동과 깨어나는 북한 인민들

주성하∙ 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0.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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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제 며칠 있으면 한국에선 ‘5.18광주민주화운동’ 30주년 기념일을 맞이합니다. 북에선 ‘광주인민봉기’ 또는 ‘광주폭동’이라고 부르고 있는 바로 그날입니다. 북조선 사람들이라면 광주폭동을 모르는 사람이 없겠죠. 하지만 정작 남한에선 중고등학교 학생들, 심지어 대학생들 속에서도 이날이 무슨 날인지 모르는 학생들도 많다고 합니다.

이제 18일이면 아마 늘 그랬듯이 평양에서 ‘5.18 광주인민봉기기념보고대회’나 ‘평양시 군중대회’ 같은 모임들이 열릴 것이라고 봅니다. 저는 북에 있을 때 광주폭동은 전두환 도당이 통일과 민주주의를 지향해 떨쳐나선 광주 시민들에게 환각제를 먹인 공수부대를 내몰아 5000여명을 죽이고 2만5000여명을 부상시킨 사건이었다고 배웠습니다.

여러분들도 “광주시민 70%를 죽여도 좋다”는 전두환의 명령을 받고 온 공수부대가 임산부의 배를 갈라 태아를 밟아 죽였단 이야기, 부모가 보는 앞에서 여학생들을 발가벗기고 가슴을 도려낸 뒤 화염방사기로 태워 죽였다는 이야기, 어머니의 시체를 붙잡고 우는 4살짜리 어린이를 보고 ‘폭도의 종자를 멸종시켜야 한다’면서 찔러죽였단 이야기 이런 것들을 귀에 못 박히게 들었잖습니까.

이런 내용들은 1990년대에 북에서 만든 ‘님을 위한 교향시’라는 영화에서도 그대로 다 나옵니다. 그런 장면들을 보면서 치를 떨지 않은 사람들은 없었겠죠. 저는 남한에 온 그 해에 광주 망월동에 있는 5.18국립묘지를 갔었습니다. 광주폭동 희생자들을 여기서는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인정해 국립묘지에 안장해 주었습니다. 북한으로 말하면 ‘사회주의애국열사’ 칭호와 같은 열사로 인정해 준 것입니다.

그런데 놀란 것은 당시 발생한 시민 희생자가 5천여 명이 아니라 155명이었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북에서 교육받았던 치떨리는 학살 내용도 예외 없이 근거가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저는 광주에 도착해 도청 앞 분수대를 보면서 “저기가 공수부대가 여학생들을 발가벗긴 뒤 가슴을 도려내고 거꾸로 매달아 놓았다는 그 분수대구나”하고 생각했었습니다. 물론 그런 일은 절대로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이제 며칠 뒤 평양에서 열릴 군중대회에선 당시 저질러졌다는 악귀같은 만행들이 조목조목 인용되고, 거기 모인 사람들은 남조선파쇼도당과 시민학살을 배후 조종한 미제국주의자들을 타도하라면서 주먹을 높이 들어 구호를 외치겠죠.

광주민주화운동이나 또 얼마 전 50주년을 맞았던 4.19혁명은 남쪽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민주화의 역사입니다. 시위대가 흘린 피로 남한이 이만큼 민주화를 이룰 수 있었다는 말입니다. 때로는 그러한 자랑스러움이 넘치다 못해 일부 사람들은 저처럼 북에서 온 탈북자들을 향해 비난을 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렇게 피를 흘리며 민주화를 이뤘는데 북조선은 뭐냐. 왜 거기서 폭동을 일으키지 못하고 남한에 도망쳐 왔냐”는 식입니다.

참고로 4.19혁명 과정에서도 184명이 희생됐습니다. 북조선 사람들을 대표해서 그런 비난을 접할 때마다 참 가슴이 아픕니다. 남쪽이 북쪽에 비해 얼마나 좋은 정치 환경에서 살았는지 설명하려면 너무나 할 말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그런 비난을 받을 때마다 장황하게 설명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그런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북에 가서 한 달만 살다 오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1989년에 북조선에 넘어 와서 한국 정부를 강하게 비판한 임수경도 3년만 감옥생활을 했습니다. 북조선 대학 기숙사보다 더 시설이 좋은 감옥에서 말입니다. 만약 입장을 바꾸어서 북조선 사람이 남조선에 와서 그러고 갔으면 어떻게 됐을지는 여러분들이 더 잘 알 것이라 봅니다.

과거 남한이 독재를 폈다고 하는 시대에도 대통령을 욕했다고 해서 가족까지 몽땅 잡아넣어 사회와 격리시키는 일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본인이 잘못했다고 해서 가족까지 멸족시키는 일은 몇 백 년 전 봉건사회에서나 있었던 일이지, 지금은 전 세계에서 그런 연좌제를 실시하는 나라는 사회주의 지상낙원이라고 선전하는 북조선밖에 없습니다.

나라가 이렇게 전락한데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인민을 위한 나라”라고 생각하고 살았던 대다수 사람들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깨닫고 있습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사회주의제도가 아닌 봉건제도이며 민주주의국가가 아닌 독재국가이며 인민공화국이 아닌 간부공화국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북에서 왜 폭동이 일어나지 않았는지는 21세기가 시작된 2000년을 기점으로 그 이전과 그 이후로 갈라서 분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방송을 듣는 사람들 중에는 간부들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습니다. 자신들의 운명을 생각한다면, 또 자식들까지 생각한다면 인민들에게 죄를 짓는, 인민의 눈에 피눈물이 나게 하는 일은 하지 말라고 말입니다. 언젠가는 꼭 대가를 치를 날이 올 것입니다.

얼마 전에도 탈북자들이 운영하는 한 대북방송을 들으니 중좌 견장을 달고 평안북도 보안국 집결소장으로 있는 유정국이란 인간과 그 수하들의 만행을 고발하더군요. 중국에서 잡혀간 최옥주 외 젊은 여성 3명을 강간하고 성노리개로 삼은 여성들이 저항하면 관리소로 보낸다고요. 남쪽에서도 이렇게 추악한 인간들은 다 기록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어떤 대접을 받을지는 여러분들의 선택의 몫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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