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드디어 역사적 남북정상회담이 오늘 판문점에서 열렸습니다. 김정은이 오늘 오전에 남쪽에 내려와 판문점 남쪽 평화의 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도 하고, 점심과 저녁까지 먹고 방금 전에 돌아갔습니다. 구체적인 합의 결과까지 말하면 좋겠지만, 이 방송을 녹음하는 시점에선 아직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내일부터 자유아시아방송을 열심히 청취하시면 훨씬 더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이번 회담을 보면서 저는 김정은이 방향타를 돌리겠다고 완전 작정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일단 남쪽에 함께 온 사람들을 보면 확실히 아버지 김정일과는 다릅니다. 김정일은 겁이 나서 남쪽에 내려오길 거부했는데, 김정은은 북한의 당, 정, 군을 움직일 수 있는 인물들을 몽땅 데리고 남쪽에 왔습니다. 국가수반격인 김영남 상임위원장, 리명수 총참모장, 박영식 인민무력상, 리수용 당 국제담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김영철 통전부장과 리선권 조평동 위원장이 왔고, 여기에 동생 김여정까지 함께 왔습니다.
그냥 하는 말이지만, 이들을 모두 억류하기만 하면 북한은 끝납니다. 그만큼 김정은이 남쪽을 신뢰한다는 뜻인데, 인민들을 향해선 남조선을 절대 믿지 말라고 선전하고선 자기는 남쪽을 푹 믿네요. 또 한편으로 보면 정말 단단히 마음먹고 오는 것이 분명합니다. 남쪽하고 결정할 때 정상끼리만 앉아서 뭘 결정하는 것보단 이왕이면 관련 담당 책임자까지 함께 앉아있는 것이 훨씬 좋지 않겠습니까?
가령 남북이 병력 감축을 하자고 합의한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바뀌면 제일 큰일 났다 할 사람들이 군부 장성들입니다. 자기들 목이 걸려 있는 일입니다. 한국에는 군 장성이 436명이 있는데, 앞으로 문재인 대통령 임기 기간인 4년 내로 100명을 줄일 계획입니다. 그럼 별이 몇 개가 날아가는 것입니까? 그리고 대령, 중령 이런 별들도 함께 사라집니다. 군 입장에선 조직이 팍 줄어들고, 지금까지 장군이라고 특별 대접 받고 운전수에 집까지 보장받고 살았는데 갑자기 실업자가 돼 밥그릇이 사라지는데 반발하지 않겠습니까.
북한군은 더할 것입니다. 북한은 장령이 1,000명이 넘습니다. 그리고 김정일 시대에 선군정치를 한다면서 군부 위상을 크게 높여놓은 바람에 장령만 되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기고만장하죠. 이런 군부를 절반으로 줄인다 이러면 장령이 500명 넘게 사라지게 되고 그 밑에 대좌, 상좌는 물론 중위, 소위까지 줄줄이 군복을 벗게 됩니다. 힘들게 평생을 바쳐 별을 달았는데 갑자기 옷을 벗는다 이러면 얼마나 큰 박탈감과 배신감을 느끼겠습니까. 아마 군 감축만 합의되면 남북 군부에서 별이 수만 개 날아갑니다. 그럼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북에서 어떤 장령이 불만이 있는 부하들과 함께 쿠데타를 일으킬 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니까 김정은이 이번에 총참모장, 인민무력상을 함께 데리고 와서 회담탁에 앉히고, 또 문재인 대통령도 합참의장과 국방장관 데려다 책상에 앉히고 도장을 찍는 겁니다. 나중에 이들이 뭐라고 반발하면 “이봐요, 당신들도 그때 함께 합의한 거 아니냐” 이렇게 말하기 쉽죠. 물론 북한에서야 김정은에게 대들다간 총참모장이고 뭐고 감히 목숨을 부지할 수는 없습니다만, 이왕이면 수뇌끼리 합의하기보단 그 자리 앉혀놓고 합의하는 것이 훨씬 명분을 만들기 쉽죠. 장령 몇 백 명이 한꺼번에 덤벼들면 김정은도 또 어떻게 될지 압니까. 아무튼 남북 군부 수뇌들이 모여 어떤 조치를 발표했는지는 곧 알려지게 될 겁니다만, 시시한 내용을 발표했을 것 같진 않다는 느낌이 듭니다.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을 버리고, 경제를 일으켜 세울 생각을 정말 하긴 했구나 싶은 생각과 함께 김정일이 바보가 아니라면 그길 밖에는 또 살길이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 북한은 그냥 있으면 살아날 방도가 없습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겠지만, 지금의 사회주의경제관리 방식으로 북한 경제를 회생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절대 불가능하죠. 이미 사회주의 하던 나라들이 모두 붕괴되거나 체제 전환을 해서 시장경제를 도입한 것은 아시죠. 그들이라고 수십 년 유지해 온 노선을 버리기 쉬웠겠습니까? 하지만 그 길로 가다가는 나라가 망하는 것이 시간문제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노선을 바꾼 것입니다.
북한도 사회주의 노선 버리지 않으면 붕괴되는 것은 시간문제이고, 그러면 김정은 체제도 유지될 수가 없습니다. 김정은도 자기가 오래 해 먹으려면 분명히 한번은 방향을 바꿔야 하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지금이 바로 그런 때라고 판단했다고 봅니다.
북한을 비행기나 배로 비유한다면 이해가 쉽습니다. 김정은은 북한이라는 추락하는 비행기의 기장입니다. 그대로 있으면 땅에 박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니까 필사적으로 기수를 위로 돌려야 삽니다. 배에 비유하면 김정은은 선장인데, 이대로 가다간 저 앞에 빙산에 배가 충돌해 침몰하는 것이 뻔합니다. 그러니까 김정은은 목숨을 걸고 조타를 돌려야 살 수 있습니다.
추락하는 비행기나 빙산을 향해 가는 배의 항로를 바꾸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정말 목숨을 걸고 조향타를 돌려야 합니다. 조타를 돌리는데 성공하면 살 수도 있지만, 가만 놔두면 살 확률은 전혀 없습니다. 김정은이라고 수십 년 통치해 온 반미 통치 노선을 바꾸는 것이 어디 쉽겠습니까. 인민들을 이해시키기가 쉬울 것이며, 또 방향을 바꾸면 나라의 통제력이 과거와 같다고 장담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이런 것을 모두 걸고 방향을 돌려야 자기가 살 수 있는 것입니다. 대북 제재로 북한이 숨을 헐떡이고 있지만, 그나마 숨이라도 쉴 수 있는 지금이 어쩌면 방향을 돌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김정은의 변침 행로가 생각대로 잘 이뤄질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