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영과 성공의 DNA는 한국에서 배워야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8-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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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에서 북미회담 취소 관련 뉴스를 보는 시민들.
서울역에서 북미회담 취소 관련 뉴스를 보는 시민들.
ASSOCIATED PRESS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를 둘러싼 치열한 외교전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이번 한 주였습니다. 판문점 통일각에선 미국 특사와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정상회담 발표문을 만드느라 치열한 협상을 벌였고, 김정은의 집사로 알려진 김창선 서기실장은 싱가포르에 날아가 정상회담 의전을 둘러싸고 미국과 담판을 벌였습니다. 좀 더 급이 높은 김영철은 뉴욕으로 날아가 미국 국무장관과 협상을 진행했습니다.

북한 역사에 이렇게 3곳에 판을 벌여놓고 미국과 회담을 한 적은 없었습니다. 김정은 역시 각 회담팀에서 올라오는 서류를 보며 승인할지, 좀 더 버틸지 고심하느라 머리가 터질 듯 할 겁니다.

지난주에 최선희 부상이 미국과 정상회담을 취소할 수도 있다 하고 발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럼 우리도 안해”하고 선언했습니다. 그러자 7시간 만에 김계관 부상이 나타나서 정말 공손하게 미국에 “그게 아니고, 우린 대화를 계속하고 싶고, 트럼프식 방안에 기대도 갖고 있다”는 담화를 김정은의 위임에 따라 발표했습니다. 북한 역사상 이렇게 공손한 담화문은 처음 봤습니다.

세게 쳐봤다가 상대가 더 강하게 나오니 7시간 만에 두 손 모으고 “잘못했습니다”하고 머리 숙이고, 또 김정은까지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내가 그만큼 정상회담을 중시한다”고 트럼프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참으로 변화무쌍한 임기응변이고, 결국 트럼프의 마음을 돌려 싱가포르에 다시 나타나게 했습니다. 이건 우리가 표면적으로 보는 것이고, 실제 실무회담에선 정말 엄청난 머리싸움이 있겠죠.

저는 이런 머리싸움에서 북한 외교관들의 실력이 결코 뒤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세계 최강대국 미국을 상대로 수십 년 동안 배짱 외교를 벌여온 사람들이 아닙니까. 또 북한 외교관들은 평생을 이 바닥에서 훈련된 사람들이라 경험과 책략이 평균 이상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와 반대로 핵을 지키겠다가 아니라 팔겠다고 나선 협상은 그들에게도 익숙하진 않을 겁니다. 문구 하나의 대가가 정말 나중에 뼈저릴 수도 있기 때문에 지금 김정은을 총지휘자로 하는 북한의 모든 외교 역량이 자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사활을 건 외교 총력전을 벌일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거듭 “나는 북한이 빛나는 잠재력을 갖고 있고, 핵만 폐기하면 언젠가 경제적·금융적으로 훌륭한 국가가 될 것으로 믿는다. 한국만큼 잘 살게 해줄 것이며 그런 일은 일어날 것이다“고 얼립니다. “자, 크게 걱정 말고, 날 믿고 핵을 폐기해봐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말은 말일 뿐, 현실은 현실입니다. 미국이 진짜로 그렇게 해줄 것이라고 믿는 북한 외교관은 없을 겁니다. 그러니 문서로 하나라도 담보를 더 받고 싶을 겁니다.

가령 미국은 북한이 번영하게 해준다고 하면서도 한편으론 “미국인의 세금으로 북한을 지원할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즉 국가 차원의 원조나 차관 같은 공적 자금은 쓰지 않고 그냥 제재를 완화해주고, 민간 자본이 북에 투자하도록 해주겠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미국 기업들이 북에 들어가려고 해도, 교통 전력 항만 정보통신 이런 것들이 너무 낙후된 것이 북한의 현실입니다. 이건 국가 차원에서 투자할 일이지, 민간기업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국가 투자가 필요한 개발 지원에 미국은 정부 돈을 내지 않겠다고 합니다. 누군가는 그 돈을 대야 건설할 수 있고, 기본적인 환경이 돼야 미국 기업도 들어가겠는데, 그럼 그 돈이 어디서 나오겠습니까.

아마 미국은 한국에서 투자 자금이 들어가고, 일본과 북한이 수교를 맺도록 압박하면 일본에서 과거사 배상금이 100억 달러 이상 들어가게 할 것이니, 큰 건설은 이 돈으로 치르게 하겠다는 속셈일 겁니다.

그럼 북한은 과연 일본과 수교가 가능할지, 한국에서 대규모 투자가 가능할지 모든 것을 검토할 것입니다. 계산이 잘 되지 않는 일이죠. 특히 상대에 대한 불신을 갖고선 더구나 답이 나오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김정은도 답답할 겁니다. 북한도 만족하고, 미국도 만족하는 합의, 즉 서로가 원하는 것을 얻었다고 생각되는 합의야 말로 최상인데, 수십 년 쌓은 적대감을 한달 안에 다 털어버리고 급박하게 결론을 만들려고 하니 피가 마르겠죠.

저는 그래서 이렇게 충고하고 싶습니다. 혹 북한이 부족하게 받았다고 생각되더라도, 제일 중요한 것은 미국과 한국의 신뢰를 얻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여기 남쪽에는 아파트와 땅을 팔고 사면서 부자가 된 사람들이 많습니다. 부동산 투자에는 수없이 많은 격언들이 있습니다. 가령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아라” “남이 살 때 팔고, 남이 팔 때 사라” “무조건 지하철역과 가까운 곳을 사라” 이러루한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중에서 가장 믿는 말이 “무조건 부자들을 따라 해라”라는 말입니다.

아무리 이론을 머리에 꽉 채워 넣어도 실전 경험이 없으면 무릎이 어딘지, 어깨가 어딘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거래를 통해 돈을 번 부자들은 감각으로 그걸 압니다. 부자들과 친하면 그런 감각을 공짜로 얻습니다.

지금 세계에서 미국은 최고 부자 나라이며, 한국은 20세기 가장 모범적인 번영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북한은 시장경제 이론을 아무리 공부해도 막상 해보려면 해본 적이 없으니 감이 없을 겁니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은 북한이 겪어야 할 그런 무수한 실패 사례를 먼저 겪었고 이를 통해 최고의 성공으로 가는 감각을 익혔습니다.

북한은 미국과 한국과 친해져서 신뢰를 얻어, 그들이 갖고 있는 성공에 대한 감각을 배우기만 해도 혼자 뭘 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믿습니다. 부디 핵 폐기를 계기로 세계로 나와 한국의 경험과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21세기의 가장 모범적인 번영 사례가 되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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