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북미 회담에 나온 세 가지 이유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8-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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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북한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악수를 나누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
지난 5월 북한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악수를 나누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제 역사적인, 그리고 세기의 회담이라고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북미 정상회담이 며칠 뒤로 다가왔습니다.

이 회담에서 핵 폐기와 북미 수교를 바꾸면 북한 동포 여러분들은 새로운 시대를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은이 이런 결단을 내린 것을 저는 환영합니다. 그렇지만, 알고 보면 그가 인민을 위해 자신을 던지며 나온 것은 아닙니다. 냉정하게 말해 김정은도 살기 위해 정상회담에 나온 것뿐입니다. 체제 유지와 자신의 안위가 제일 중요했기 때문이지, 진정으로 인민을 먼저 앞세운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오늘은 김정은이 왜 협상장에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 설명 드릴까 합니다. 저는 위험해진 대외환경, 시기의 도래, 내부 사정이라는 세 가지 이유로 설명하려 합니다. 우선 대외관계를 설명해 보겠습니다. 북한 외무성의 활동에서 가장 핵심적인 일은 북한이 미국의 첫 번째 목표가 되는 것을 피하는 일이었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우리는 미국을 이길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치고, “세계 최강대국 미국과 맞서 싸우는 담대하고 위대한 지도자”로 우상화도 하지만, 실제 속내는 수십 년 동안 미국이 우리를 치지 않을까 엄청난 불안감에 시달렸습니다. 김 씨 일가가 느끼는 불안감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래서 미국의 정책을 정말 면밀하게 살펴왔고, 목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면 언제든 협상장으로 달려 나와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1990년대 중반 제네바 합의가 만들어졌던 것도, 미국이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고, 2000년대 중반 유럽 국가들과 수교에 목을 맸던 것도, 유럽 국가들이 미국을 말려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2000년대만 들어와 봐도 북한은 미국이 우리를 공격하지 못한다고 판단해왔습니다. 2002년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 이란, 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지명했지만 첫 번째 목표는 북한이 아니었습니다. 우선 미국은 악의 축 3개국 가운데 이라크를 침공해 사담 후세인 정권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이란 핵문제를 풀려고 했죠.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중동은 늘 우선 순위였습니다.

그런데 덜컥 발목이 잡혔습니다. 이라크는 내전으로 시달렸고, 이 전쟁의 결과로 IS라는 무시무시한 이슬람 테러단체가 중동을 휘저었습니다. 미국은 자기들이 발을 담군 이 사태부터 정리해야 했습니다. 북한은 안심했죠. 그래서 우리가 핵실험을 해도 미국이 침공하지 않을 것이다 판단해, 이 기회에 핵무기를 만들자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환경이 확 달라졌습니다. 우선 이라크가 안정이 됐고, 지난해까지 대충 IS도 정리했습니다. 15년을 끈 것입니다.

지난해 초 집권한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이 중동을 정리해준 덕분에, 취임 초기 북한부터 손보겠다고 소리 높였습니다. 아마 이라크와 이란 사태가 발목을 잡았다면 그렇지 못했겠지만, 이제 와서 미국의 진짜 우선적 목표물이 북한이 된 것입니다. 지금까지 북한은 자기들이 최우선 목표가 된 상황을 마주치지 않았는데, 이젠 발등이 불이 떨어진 것이죠.

그리고 트럼프란 사람이 어디로 튈지 종잡기 어려우니 공격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북한을 쳐서 김정은을 제거해도 되고, 아니면 스텔스 폭격기로 핵시설을 폭격해도 김정은은 치명타를 입습니다. 맞았는데 반격을 하지 못하면, 지금까지 쌓아 올린 위대한 지도자의 명성에 치명타가 될 것이고, 반격을 해도 어차피 이기지도 못하고 망합니다.

북한은 트럼프가 취임해서 1년을 정신이 없고, 또 한국의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당장 공격을 선택하지 못할 것이라 판단하고, 지난해 1년 동안 정신없이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해서 목표를 거의 이뤘습니다. 이것이 바로 둘째, 시기의 도래입니다.

북한이 핵을 만들어 어디다 쓰겠습니까? 그거 먼저 쓰면 북한은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사용도 못할 것을 왜 저렇게 열심히 만들었을까? 바로 미국과 바꿔 먹기 위해서였습니다. 핵이 없을 때는 미국이 북한을 거들떠도 안 보니까, 북한은 내 주머니에 미국까지 가는 핵무기 정도는 있어야 협상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실제로 미국까지 도달하는 핵미사일의 존재를 보여주니 미국이 협상장에 나와 북미 수교도 주겠다고 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꿔주고 경제제재를 풀고, 지원까지 다 해주겠다고 합니다. 핵무기가 없으면 상상도 하지 못할 일입니다. 이렇게 첫째 목표가 된 시점까지 맞춰서 핵미사일을 완성시키는데 기어코 성공했으니 김정은도 정말 나름 큰일을 해낸 것이죠.

세 번째 이유는 북한의 내부 환경입니다. 이제는 북한도 장마당을 통해 살아가는 시장경제가 활성화됐는데, 트럼프가 중국을 옥죄어서 북한의 3대 돈줄, 즉 광물, 수산물 수출과 임가공을 막았습니다.

이 상태로 김정은은 몇 년 더 버티지 못하고, 1년 안에 다시 아사 사태가 벌어질 위기가 온 것이죠. 이 방향으로 가면 몇 년 안에 죽을 것이 확실한데, 저쪽으로 가면 죽을 확률이 반반이다 이러면 어디로 가겠습니까. 결국 김정은이 개혁과 개방으로 가는 것은 정해진 수순입니다.

이렇게 김정은이 북미 회담으로 나온 것은 살기 위한 필연적 조치였을 뿐입니다. 앞으로 개혁, 개방으로 북한 경제가 갑자기 발전해 통제가 어렵다고 생각하면 김정은은 언제든 경제발전을 막아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 봅니다. 이걸 지켜보면 김정은이 인민을 위해 북미 수교를 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어쨌든 김정은이 선택한 변화의 방향은 여러분들에게도 다행입니다. 일단은 이 순간을 즐기시고, 한반도 지각 변동의 이 시기에 찾아올 수많은 기회들을 활용해 나는 무엇을 해서 잘 살 수 있을지를 고민해보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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