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내려다본 평화로운 한반도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8-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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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 상공에서 미국의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가 한국공군의 F-15K, 미공군의 F-16 전투기와 비행하고 있다.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 상공에서 미국의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가 한국공군의 F-15K, 미공군의 F-16 전투기와 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주 초반 제가 미국에 잠깐 며칠 동안 다녀올 일이 있었습니다. 이번 비행기는 대낮에 인천공항에서 떠서 한반도를 쭉 가로질러 동해바다로 나갔습니다. 저는 이번 비행을 통해 한반도가 이리도 작았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인천 하늘에서 바로 서울이 보였습니다. 저기가 남산이구나, 저기가 국회의사당이구나 이러면서 보는데 하늘에서 보니 인구 1000만 명이 사는 서울이 왜 그리 작아 보입니까.

그냥 비행기 창문에 손가락을 대보니 그 크게 느껴졌던 서울이 그 손가락 하나 길이 안에 다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정작 땅에 내려가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지하철로 가려면 2시간씩 써야 하는 그 서울이 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세세한 것이 안 보이는 것도 아니고, 저기가 무슨 아파트 단지구나, 저게 무슨 다리구나 하는 게 다 구별되는 것을 보면 정말 신기했습니다.

제가 이전까진 비행기를 타면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 성냥갑보다 더 작은 아파트에서 작은 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아등바등 사는 인생이 좀 불쌍하다 이렇게 생각했는데, 이번엔 우리 사는 공간이 결코 작지 않구나 이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작은 것 같은데 크다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서울은 손가락만큼 길이 안에 다 보이는데, 그 안에 아파트 하나하나가 다 보이더란 말이죠. 잘 보면 제가 사는 아파트 단지, 제가 사는 동까지 구별될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이렇게 어쩌면 신기한 느낌을 받으면서 서울을 내려다보며 지나치는데, 어느새 비행기는 춘천 상공에 떠 있는 것이었습니다. 거기서도 서울이 다 보였습니다. 서울과 춘천은 지금은 고속도로로 1시간이면 가는데, 몇 년 전까진 승용차로 2시간씩 걸리던 거리였습니다. 하늘에서 보니 그냥 산줄기 몇 개를 사이에 두고 저기가 서울 동네, 이쪽이 춘천 동네 하는 식으로 가까워보였습니다.

제가 서울을 보다가 아, 춘천이구나 하고 생각하고 시선을 앞으로 돌렸더니 글쎄 저기 멀리에 동해도 보이는 겁니다. 춘천 상공에서 이쪽은 서울이 보이고 저쪽은 동해가 보이는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그때 비행기 고도계를 보니 8830m 상공이었습니다.

고도를 한 1만2000m 정도만 올라가면 춘천 상공에서 동해와 서해를 다 볼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여객기는 순식간에 동해 강릉 상공에 도달했습니다. 강릉의 대표적인 호수인 경포대가 보이고, 그 옆에 이번에 현송월이 하루 밤 자고 간 호텔도 보였고 새해 해맞이 명소인 정동진 해변도 보였습니다.

저의 시선은 저도 모르게 해변을 따라 북으로 향했습니다. 멀리 금강산 1만2000봉이 보이고, 저쯤 어디에 원산이 있을 텐데 하고 생각하는데 비행기는 기수를 남으로 돌렸습니다. 그냥 오던 방향 그대로 직진해 일본쪽으로 갔으면 원산을 분명히 봤을 건데, 안타깝게도 기수가 돌아갔습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우려가 있어 북한 상공을 멀리 에돌아가는 것입니다. 일본에 가서야 다시 비행기는 북쪽으로 기수를 돌려 미국으로 날아갔습니다.

제가 이번에 시카고를 갔었는데 갈 때는 15시간, 올 때는 14시간 비행했습니다. 원래는 북한 상공을 가로질러 가면 한 시간은 더 절약했을 건데 에돌아가느라고 비행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올 때도 마찬가지인데, 시카고를 떠나 캐나다와 알래스카를 가로질러 러시아 극동지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세계지도에서 보면 이상한 노선일 것 같지만, 둥근 지구의를 보면 그게 최단거리입니다.

러시아 캄챠드카 반도 옆으로 지나 중국으로 들어와 서해를 가로 질러 인천에 내렸습니다. 중국에 와서도 그냥 직진해 오면 더 빠를 것인데, 비행기가 할빈 상공에서 서쪽으로 방향으로 확 바꾸더군요. 내려오는 방향 그대로 할빈에서 내려오면 평안북도 상공을 지나야 하기 때문에 멀리 심양쪽으로 돌아서 오는 것입니다.

제가 탄 비행기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세계 모든 비행기가 북한 하늘은 빙 에돌아 다닙니다. 지난달 중순에 캐나다에서 북한 핵 미사일 문제에 관한 세계 20개국 외교장관 회의가 있었습니다. 그 회의에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일반 여객기들의 위치가 표시된 동북아시아 일대 지도를 들고 나와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 지도를 보니 그냥 비행기로 한반도 주변 하늘이 꽉 차 있더군요. 북한 인근 상공으로 하루에 무려 716대의 항공편이 지나가는데, 여기에 탑승하는 승객만 15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 많은 비행기와 승객들이 북한 하늘을 돌아가느라 돈과 시간을 낭비합니다. 북한을 돌아가면 대개 30분 내지 1시간 시간이 더 걸리고, 항공사들이 추가로 지출하는 비용은 연간 1억 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됩니다.

그런데 돌아가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 북한이 수시로 예고 없이 미사일을 쏴대니 확률은 낮겠지만, 운이 나쁘면 여객기가 맞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28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날도 주변에 9대의 민간항공기가 있었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해 홍콩으로 향하던 여객기 승객들이 미사일이 날아가는 것을 눈으로 봤습니다. 여객기는 한번 사고가 나면 수백 명이 한번에 몰살당합니다. 만약에 국제규범도 아랑곳하지 않고 쏜 북한 미사일에 여객기가 맞으면 엄청난 국제적 사건이 될 것입니다. 그런 거 생각이나 하고 미사일 쏴대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번에 여객기를 타고 한반도를 지나면서 저는 우리나라가 하늘에서 보면 이렇게 작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전 세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것이 이상할 만큼 그냥 산만 꽉 차있는 평화로운 동산처럼 보이는 것에 신기한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지금은 제가 땅으로 돌아왔지만, 앞으로 우리나라가 하늘에서 보든, 땅에서 보든 똑같이 평화로운 동산이 되도록 평생을 바쳐가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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