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 결렬과 암울한 미래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9-03-01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하노이 메리어트 호텔 기자회견장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오른쪽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하노이 메리어트 호텔 기자회견장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오른쪽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AP Photo/ Evan Vucci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이번 북미 정상회담은 완전한 결렬로 돌아갔습니다. 두 정상은 아무 합의도 이루지 못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몇 시간 뒤 하노이를 떠났습니다. 다음에 또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외교적인 수사만 남긴 채 말입니다.

기차를 타고 무려 60시간이나 달려 하노이까지 온 김정은은 이제 빈손으로 돌아가야 하니매우 허탈한 심정일 겁니다. 이번 회담을 평가하면, 김정은의 전술을 트럼프가 벼랑끝 전술로 뒤집은 사건이라고 저는 평가합니다. 원래 벼랑끝 전술은 지금까지 북한만이 즐겨 썼던 전유물인데, 이번에 트럼프가 썼습니다.

저는 트럼프가 당선된 뒤에 이제는 벼랑끝 전술이 더는 북한의 것이 아니다, 트럼프에게 넘어갔다고 말했습니다. 왜냐하면 벼랑끝 전술이란 것은 불확실성이 무기입니다. 상대가 언제 무슨 일도 할 수 있다고 믿게 해야 벼랑끝 전술이 먹힙니다. 그런데 김정은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더 예측 불가능하니 북한이 오히려 트럼프가 어디로 튈지 전전긍긍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이번에 회담이 끝난 뒤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들으니 북한은 아직도 주제 파악을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번에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와 대북제재 전면 해제를 바꾸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목표는 북한의 핵 폐기이지, 영변 핵시설 폐기가 아닙니다.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면 이미 만들어놓은 핵무기는 어떻게 합니까? 제재를 풀면 북한을 압박할 카드가 없기 때문에 미국은 제재 해제는 핵무기 전면 포기 이후에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그럼 누구 입장이 맞는가? 미국의 입장이 맞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변 핵시설 폐기와 대북제재 해제를 바꾸면 북한의 비핵화는 요원해지게 됩니다. 제가 북한이 아직 주제 파악을 못했다는 것은, 시간은 더 이상 북한의 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대북제재를 받으며 얼마나 더 버티겠습니까? 물론 체제 붕괴까지 이어지지 않겠지만, 앞으로 상황이 급격히 악화될 것이 뻔합니다. 지금도 집값이 자고 나면 뚝뚝 떨어지고, 연료가 고갈되고, 수입을 못해서 원산 관광단지 건설도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데, 앞으로 경제 사정은 더욱 악화되겠죠. 인민들의 생활은 정말 암담해지게 될 것입니다.

북미 회담에 기대를 가졌던 북한 인민들의 기대를 김정은은 저버렸습니다. 이번 신년사에서도 경제를 살릴 것처럼 호언을 했지만 결국 시간이 갈수록 인민들은 고난의 행군에 내몰리게 됐습니다. 그러면 김정은에 대한 인민의 지지도 점점 떨어지겠죠. 김정은은 이번 기회를 꼭 잡아야 했습니다. 미국의 대통령은 임기가 한정돼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10월 정도까지 대통령의 힘을 쓸 수 있을 겁니다.

전 세계가 김정은을 핵에 미친 광신자, 고모부를 죽이고, 형을 독살한 독재자로 보는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만이 손을 내밀었습니다. 세계 최강대국의 지도자가 경제력으로 따져 세계 최빈국에 속하는 북한의 김정은과 두 번이나 만나주었습니다. 트럼프 아니면 다음 대통령도 이렇게 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뛰어난 협상가로 평가받는 트럼프 대통령까지 실패하면 다음 대통령은 북한은 정말 말이 안 통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아예 말도 안 붙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북한은 핵을 쥐고 거지꼴로 계속 살아야 할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언제까지 버틸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요? 제가 볼 때는 그나마 트럼프 대통령이 있을 때 최대한 흥정해 얻어내는 것이 북한에겐 100% 이득일텐데, 그런 기회를 저버리다 보니 아직 배가 고프지 않나 봅니다.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철수한 것은 ‘아무 것도 안하는 것이 최대의 압박이다. 북한이 얼마나 더 버티나 보자’는 속셈이 있어 간 것입니다.

실제로 북한은 제재라는 압박에 걸려 목조르기를 당하는 상황입니다. 견딜 수 있다고 오판하는 순간 인민의 삶은 나락에 빠집니다. 인민이 굶어죽던 말던 자기 정권 유지만 몰두했던 것이 김정일 정권입니다. 김정은은 집권해서 인민을 위한 행보를 하는 척했지만 결국 아버지처럼 자기 정권 유지를 위해선 인민이 언제든 굶어죽어도 눈 깜빡하지 않을 인물임이 이번에 증명됐습니다.

제가 보면 이번 회담은 애초 시작하기 전부터 분위기가 어두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때 김정은의 표정이 매우 굳어 있었습니다. 싱가포르 회담 때는 첫 만남부터 표정이 밝았고, 저녁에 관광까지 시찰하는 여유를 보였지만, 이번에는 상당히 긴장한 얼굴이었습니다.

회담이 끝난 뒤 보니 그 이유를 알겠습니다. 영변 핵시설 폐기와 대북제재 해제를 바꾸는 것이 자기도 말이 되지 않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과연 내가 이걸 해낼 수 있을까, 그것도 뛰어난 협상가인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할 수 있을까 이런 근심에 얼굴이 굳어 있었습니다. 결국 역시나 아무런 것도 얻지 못하고 역시 우울한 표정으로 귀국길에 오르게 됐습니다.

이제 이번 회담 실패를 두고 미국이 강도적 요구를 해서 우리는 더 양보할 수 없다, 조국의 자주권을 위해 다시 한번 허리띠를 조여야 한다고 선전하겠죠. 그런데 이런 말에 속으면 안 됩니다.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하기 전에 북한이 잘 살 수 있는 길은 절대 없습니다. 중국조차도 올해 초에 찾아온 김정은에게 핵부터 버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중국도 핵을 보유한 북한 편을 들어주면 미국의 보복으로 수백, 수천 억 달러의 피해를 봐야 하는데, 북한을 위해 중국이 그 정도 피해를 감안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김정은은 이번에 최대한으로 밀어붙여 봤으니 현실을 파악해야 합니다. 이제 북에 들어가서 다시 미국의 기준에 맞춰 협상 전략을 다시 짜고 나와야 그나마 살 수 있는 길이 생길 것입니다. 김정은의 오판으로 북한 인민들이 굶어죽는 날이 정말 오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